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수생 Jun 02. 2021

코로나 백신(AZ) 접종 후기

<39세, 남자, 184cm 보통체형>

5월 셋째 주쯤에 잔여백신 예약이 가능하다고 해서 집 근처 가정의학과에 전화 예약을 해두었다. 그리고 5월 31일 오후 4시쯤 드디어 연락이 왔다.


"내일 잔여백신이 있어서 접종 가능한데 하시겠어요?"

"네. 가능합니다."

"그럼 감기 걸리지 않게 조심하고 내일 오후 3시까지 병원으로 오시면 됩니다."

"네. 따로 준비할 건 없나요"

"네. 타이레놀 한 개 정도는 사두 시구요. 마음의 준비를 하시고 오시면 됩니다."

"마음.... 네"

그리고 접종 당일 예약시간보다 10분 정도 먼저 병원에 도착했다. 그전에 병원 1층에 있는 약국에 들러 타이레놀을 달라고 했는데 타이레놀은 없고 같은 종류의 다른 약들은 있다고 해서 그걸로 달라고 했다.(뭐 어차피 비슷한 성분일 테니깐). 병원에 올라가니 10명 정도의 사람이 있었는데, 나만 제외하고는 모두 70대 이상의 노인분들이었다. 잔여백신 사전 예약해서 맞으러 온 거지만 괜히 새치기해서 맞는 것 같다는 기분도 살짝 들어서 민망했다.


병원에 도착하면 우선 예진표를 작성한다. 문구는 뭐 별거 없다. 현재 복용 중인 약이 있는지, 어디가 아픈지, 수술한 적 있는지, 코로나 걸린 적 있는지 같은 기본적인 사항이었다. 이를 작성하고 제출하면, 잠시 대기하라고 한다. 3시가 조금 넘어가자 주사실에서 한 명씩 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 이름이 불려졌고 안으로 들어갔다. 의사 선생님이 부작용 등에 대해서 설명 주시면서, 젊은 사람들이 노인분들보단 조금 더 걱정된다고 했다. 그 말을 들으니 나도 더 걱정되기 시작했다. 주사는 따끔한 정도로 금방 끝났다. 그리고 밖에 대기실에서 반드시 15분 이상 대기하고 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저녁에 아프지 않더라도 미리 타이레놀을 먹어도 된다고 했다.

대기실에 앉아서 15분을 대기하는 동안은 아무 이상이 없었다. 집에서 20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있는 병원이어서 직접 운전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내가 해야 할 일인 아이들 하교와 저녁 준비를 했다. 그때까지도 괜찮았는데 4시간쯤 지난 저녁 7시 이후에 머리가 조금 ' 띵'하기 시작했다. 오랜 시간 술을 먹지 않다가 갑자기 한잔 했을 때 머리가 띵 해지면서 나른해지는 그런 기분이었다. 그런 상황은 한 시간쯤 지속되다가 사라졌다.


그리고 밤 9시가 넘어서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크게 몸에 이상이 없기에 약은 먹지 않았다. 그리고 중간에 몇 번 깨긴 했지만 아프지 않게 잘 잤다. 그러나 15시간쯤 경과한 새벽 6시부터 두통이 심해지기 시작했다. 몸도 온몸이 누군가에게 맞은 것처럼 욱신거렸다. 피부도 얇아진 것처럼 조금만 스쳐도 살을 에이는 것 같았다. 다행히 열은 나지 않았다. 그래서 가볍게 아침을 먹고 약을 두정 먹었다. 약을 먹고 한 시간쯤 지나니 약발이 듣는지 근육통은 없어졌다. 그렇지만 두통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약 기운에 몸이 붕뜬것 같기도 하고 두통도 있어서 오전 내내 베란다 의자에 앉아만 있었다. 방에 누워있기에는 또 허리가 아파왔다. (평소 아프거나 약했던 부분이 더 아파온다라는 말도 있던데 그래서 그런 건가 싶다. 아니면 어제 너무 오래 누워있었나 보다.)


와이프는 나보다 한 달 정도 먼저 백신을 맞았었다. 와이프도 이틀 정도를 심하게 앓았었다. 그땐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는데 내가 아프니 정말 힘들고 귀찮고 정신이 없다.

 

웃긴 건 몸은 아프지만 식욕은 줄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반대로 자꾸 먹고 싶은 게 생각난다. 와이프도 그랬다고 한다. 그래서 오늘 점심은 얼큰하고 자극적인 게 당겨서 양장피와 해물짬뽕을 시켜서 먹었다. 식욕이 당기는 것도 백신의 부작용이라고들 그러던데...


지금 현재는 27시간이 경과한 6월 2일 저녁 6시이다. 약은 오전에 한번 먹었기에 지속시간인 8시간이 경과해서 약 기운이 떨어졌을 테지만 근육통은 오지 않고 있다. 다만, 힘이 없고 머리는 아직도 술 먹은 다음날처럼 한 번씩 '띵'하며 나를 괴롭히고 있다. 다행인 것은 오늘 오전보단 강도가 약해진 것 같다. 이렇게라도 몸이 회복되어 내일은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몸은 아프지만 그래도 기분은 괜찮다. 가족들을 위해, 그리고 나와 만나게 되는 사람들을 위해 더 나아가 나라 전체를 위해 맞아야 되는 거라면 하루라도 빨리 맞는 게 좋다는 게 내 생각이다. 8월 중순경으로 2차 접종 날짜도 잡혀있다. 그때도 주사는 꼭 맞을 거지만 몸은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조금은 아플 수 있지만 모든 사람들이 최대한 빠르게 백신을 맞아서 코로나가 빨리 끝나길 바란다. 이제 마스크 쓰는 게 너무 지겹고 싫다.


작가의 이전글 5-2. 사람 때문에 힘들고, 사람에게서 힘을 얻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