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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수생 Jun 14. 2021

5-3. 로스쿨 행정실

< 예민 보스들의 집합체 >

로스쿨(law-school). 단어만으로도 뭔가 대단한 게 있을 것 같은 느낌의 부서인, 법학전문대학원 행정실로 발령이 났다. 단과대학 행정실이기에 본부보다 편할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본부 주요 부서 외에는 가장 직원들이 꺼리는 곳 중 하나이다.


꺼리는 이유를 몇 단어로 표현하자면 '똑똑함', '예민함' 그리고 '깐깐함'이다. 교수나 학생 할 것 없이 구성원들 거의 다가 너무도 똑똑하고 말도 잘하고 그러면서 상시 예민한 상태이다. 뭐 당연히 변호사시험이라는 한 가지 목표를 두고 경쟁자들과 동기라는 미명 하에 한 교실에서 수업을 들어야 하는 학생이나, 그들에게 단어 하나하나 콤마 하나까지 정확하게 설명하고 가르쳐야 하는 교수들. 항상 신경이 날카로울 수 밖엔 없을 거라는 걸 조금은 이해한다. 이해는 하지만 몇몇 사람들은 그러한 예민함이 타인을 대하는 태도가 되어 밖으로 표출시킨다. 그 표출됨을 온전히 받아낼 수밖에 없는 게 행정실 직원들이다.


그렇기에 예민 보스들로 점철된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곳 행정실에서 근무한다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홈페이지에 올리는 글의 전체적인 맥락에 대한 민원이 아닌 내용 해석과는 크게 상관이 없을 듯한 단어 하나 가지고 민원까지 제기하는 곳이 그곳이었다. 그렇기에 글 한 자 한 자, 대응할 때 말 한마디 한마디를 최대한 집중하고 신경 써서 대응해야 한다. 단어 하나에서 꼬투리가 잡히면 그들의 최초 요구사항이 정당하든 억지이든 그런 건 신경 쓰지 않고, 사과를 받을 때까지 정확히 말하면 언쟁에서 본인이 이겼다는 기분이 들 때까지 따지고 드는 교수나 학생들도 있었다.


당연히 이런 사람들은 극히 일부분이고, 모든 구성원이 그렇다는 건 아니다. 특히 학생들은 본인 공부가 가장 중요하고 시급하기에 민원을 제기하거나 따지거나 하는 학생은 전체의 1% 남짓이다. 하지만 행정실 입장에서는 그 1%가 전체 민원의 90%를 차지하고 있으니 모든 학생들에게 어떠한 이상으로 조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실제 대부분 학생만나면 눈인사라도 하고, 엮이는 일이 있을 땐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며 말도 조심히 하며 이성적으로 일이 처리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


개인적으로 다행이라면 다행히도 대학원 행정실이지만 맡은 업무 중 교수 개개인이나 학생들과 연계된 업무의 비중이 그리 크지는 않았다. 정확히는 재학생 하고 연계된 업무는 조금이었고 주 업무가 입시업무였기에 지원자나 예비 신입생들과 관련된 업무였다. 대학원 특성상 수능을 보고 입학하는 고등학생 대상이 아닌 이미 대학 졸업장이 있어야만 입학이 가능한 대학원이기에 신입생 또한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무구한 학생들은 아니긴 했다. 그렇지만 아직 입학 전이기에 행정실에 문의할 때 모든 것에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하기에, 받는 입장의 나도 조금은 편한 마음으로 업무를 진행할 수 있었다.


밖에서 보기엔 변호사, 판사, 검사를 꿈꾸고 준비하는 곳이기에 세련되고, 지적인 곳, 공정한 곳,  상식적인 곳일 거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실제로는 비이성적이고, 경쟁심이 과다하고, 비상식적인 일이 자꾸자꾸 벌어지는 곳이기도 하다.


국회를 봐도 그렇지 않나. 우리나라에서 가장 똑똑하고, 성실하고, 일 잘할 거 같은 사람들만 선거에서 국민들이 직접 뽑아서 모여놓았지만 잘하는 건 이기적이고 공격적인 말, 거짓되고 책임지지 않는 행동들만 보이고 있는 사람들의 집합체이지 않는가.


로스쿨도 마찬가지이다. 지식과 지능으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사람들만 모여있는 곳이지만, 지식이 지혜가 되고, 지혜가 태도가 되기에는 아직은  부족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 하지만 본인 지식만을 최고라 생각하고, 그 외에 것은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그곳이 내가 느낀 로스쿨에서 1년간 느꼈던 인상이었다.


당연히 지능이 뛰어난 사람이 성공에 가장 가깝게 다가설 수 있는 현실에 살고 있긴 하지만, 지혜를 갖춘 너그럽고 긍정적이며 옳은 사람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생각을 해본다.


"유일하며 진실한 지혜는 바로 당신은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는 점이다." - 소크라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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