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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수생 Oct 08. 2021

휴직 후 각종 수료증을 수집하게 되었다.

휴직 후 강해진 배움 욕구

휴직하고 나니 아무리 가사를 전담한다고 해도 시간이 남는다. 그래서 남는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하다가 지역에서 시행하는 각종 교육에 참여해보기로 했다. 처음엔 와이프의 권유와 협박으로 시작하게 되긴 했지만 무료이면서도 재미있는 좋은 교육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렇게 교육을 하나하나 받으며 수료하다보니 수료증이 한 장씩 늘어가고 있다. 그 수료증을 수집하는게 기쁨이 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1. 농촌생활기술

휴직 후 처음 배운건 농촌생활에 필요한 기술들을 알려주는 교육이었다. 하루 8시간씩 5일간 진행되는 교육이었다. 매듭 묶기, 예초기 날갈기, 전기톱 사용법, 목공, 용접 등 주택에 살면서 꼭 배워보고 싶었던 것들만 종합해서 알려주는 교육이었다.


교육 시간이 40시간이라서 와이프가 처음 권했을 때는 굳이 이걸 해야 하나? 시간을 너무 많이 뺏기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실제 교육을 받아보니 나에게 꼭 필요한 교육이었다. 지금처럼 주택에 살면 직접 수리하고 만들어야 하는 것들이 생각보다 많다. 하지만 이런 것들을 하나하나 쫒아다니며 배우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런데 한 군데에서 이 모든 것들을 배울 수 있어서 좋았고, 집안일하는데 너무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나사 하나를 조여도 배워서 하는 것과 혼자 생각해서 하는 것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사람은 역시 배워야 한다는 걸 깊게 깨닫게 된 교육이었다. 그리고 이 교육은 수료증뿐만 아니라 목공이나 용접을 통해 만든 것들을 직접 가져갈 수 있게 해 주었고 사진에 보이는 옷도 선물로 주었다. 첫 교육이 너무도 성공적이었다.


2. 태양광 전등 만들기

원데이 교육으로 태양광을 활용해서 마당에 전등을 설치할 수 있는 교육을 신청해서 수강해 보았다. 중고등학교 때 배운 전류, 전기 등의 용어는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강사분의 정확하고 수려한 강의로 쉽게 만들 수 있었다.


이때, 만든 전등은 우리 집 차고로 내려가는 계단에 설치해 두었다. 4개월이 넘었는데 아직까지 고장 나지 않고 너무도 잘 활용하고 있다. 내 인생에서 이렇게까지 잘 만들어서 오랜기간 사용하고 있는 물건을 가져본 적이 별로 없다. 그래서 계단을 오르고 내릴때 불이 딱 켜지면 기분도 딱 좋아진다.


3. 전통주 만들기

휴직 기간에 꼭 해보고 싶었던 것 중 하나가 직접 막걸리를 만들어 보는 것이었다. 그래서 휴직하자마자 직접 고두밥을 만들고 좋은 효모를 구해서 직접 만들어 보았다. 하지만 기대했던 맛에 한 참 미치지 못했다. 그래서 '안 되겠다'하고 포기하고 있었는데, 때마침 전통주 만들기 반이 개설이 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재료비 15만 원 정도만 납부하면 일주일에 하루, 4시간씩 7회를 듣는 교육이었다.


첫날부터 막걸리를 직접 담그는 실습 위주의 수업이었다. 단양주, 이양주(석탄 주), 진피 주 등 7주 동안 많은 술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술들은 명절날 가족들과 함께 취할 때까지 마셨다. 직접 만들 술로 가족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행복했다.


그리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전날 저녁 한 달간 발효하고 또 한 달간 숙성한 술을 병에 옮겨 담았다. 청주 2병과 탁주 2병 정도의 양이었다. 청주는 는 더 숙성시켜서 최상의 맛이 날 때쯤인 김장 때 가족들과 함께 마시게 될 것이다. 탁주는 즐거운 저녁날 아내와 함께 수시로 즐기게 될 것이다. 벌써 기대가 된다.


4.  시민도슨트 교육


도슨트란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에서 관람객들에게 전시물을 설명하는 안내인을 말한다. 지금까지 살면서 예술 작품에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나와는 다른 세계의 사람들이 즐기는 문화라고만 생각했다. 그래서 전혀 관심을 두지 않은 교육이었는데, 아내의 반강제적인 권유로 인해 신청하게 되었고 이번 주 화, 목요일에 두 번의 수업을 듣고 왔다.


결론적으로는 생소했지만 알아가는 즐거움이 있는 시간이었다. 어렵고 따분하다고만 생각했던 미술 작품들의 배경, 역사, 작가의 뒷 이야기 등을 들으면서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들어보니 어렵게만 생각해서 지금까지 가까이하지 않았던 시간들이 후회가 될 정도였다. 그래서 교육을 받고 오는 길에 도서관에 들러 미술에 대한 책을 여러 권 빌려왔다. 아는 만큼 더 보일 것 같아서 말이다.


이제 4번의 교육시간이 더 남았는데 교육을 들어가게 되는 날이 너무도 기대가 된다.

 


휴직 기간 동안 편하게 쉬어야지  '교육'을 신청해서 받는 걸 시간낭비일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배울수록 더 배우고 싶어지는 시간들이었다. 교육받은 시간들을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 오히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을 배우게 되면서 지금까지 내가 너무 좁은 골목길만 걸으며 살아왔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렇기에 경험해보지 못한 걸 배워 나갈수록 나의 앞 길이 한 뼘 한 뼘 더 넓어지는 걸 깨달아 가고 있다.


지금까지 수집한 수료증과 추가될 수료증들이 나의 인생을 더욱 알차고 아름답게 변할 수 있는 곳으로 입장할 수 있게 하는 티켓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그렇기에 앞으로 수많은 수료증들을 더 수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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