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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수생 Oct 15. 2021

시골 학교의 운동회와 선물 보따리

초등학교 5학년인 큰아이와 유치원 2년 차인 막내가 다니는 학교에서 체육 대회가 있는 날이었다.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는 시골 면단위에 있는 작은 학교로 전교생이 50명이 채 되지 않는 곳이다. 그렇기에 운동회에 부모님들도 함께 참석하여 즐길 수 있었다. 초등학교 운동회가 동네잔치 같은 성격이었기에 오히려 학생 수 보다 부모나 조부모의 숫자가 더 많았었다. 

큰아이가 유치원에 다닐 때부터 한 번도 빠짐없이 회사에 연가를 내고 학교 운동회에 참석했었다. 그래서 부모들이 참가하여야만 하는 모든 게임에 참가했었고 게임을 할 때마다 화장지, 물통이나 바구니 같은걸 선물로 줘서 엄청 많이 받아왔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운동을 잘하지도 못하고 좋아하지도 않지만 우리 아이의 입에 웃음을 주기 위해서 운동회 가장 마지막 순서인 부모님 계주에도 항상 참가를 했었다. 나름 좋은 성적을 거두기도 했다.


그런데 작년에 코로나가 터진 이후 학교에서는 부모님 포함 외부인이 참여하는 모든 행사를 취소했다. 전년도부터는 아이들끼리만 체육관에서 운동회를 치르고 있다. 그래서 서글프게도 작년부터 유치원에 다닌 막내의 운동회 모습을 아직까지 전혀 보질 못했다.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운동회가 있는 날은 아이들 하교가 빨라진다. 그래서 12시쯤에 아이들 마중을 나갔다. 오전에 운동회를 모두 끝 마치고 12시가 조금 넘는 시간에 아이들을 태운 학교 버스가 동네 어귀에 도착했다. 그런데 차량 도우미 선생님이 손에 큰 선물 봉투가 들려있었고 그것을 나에게 전달해 주었다. 큰아이는 인형, 과자 그리고 핸드크림이 들어있는 우승팀 선물과 장기자랑에 참석해서 받은 과자 선물세트를 받아왔다. 둘째 아이는 클레이, 과자 그리고 누나와 같은 핸드크림으로 가득 차있는 자기 키만한 선물 봉투를 받아왔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받아온 선물꾸러미를 거실 한가운데 펼쳐 보았다. 수많은 종류의 과자와 젤리가 눈앞에 펼쳐졌다. 그리고 인형과 클레이 까지. 두 아이들은 오늘 있었던 운동회에 대한 이야기를 서로 하겠다고 나의 양옆에 서서 동시에 큰 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너무 소리가 크고 동시에 말해서 정확히 알아들을 순 없었으나 아이들의 웃음 섞인 큰 소리에 오늘 하루가 신나고 재미이었다는 건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은 큰아이가 핸드폰으로 막내가 운동회에서 큰 공을 굴리는 것과 피구를 하면서 공을 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찍어왔다. 그걸 보는데 직접 보지 못한 서운함은 있지만 열심히 웃으며 뛰어다는 모습이 너무도 사랑스러웠다. 그리고 큰아이는 장기자랑에서 수년간 배우고 있는 플룻 실력을 온 학생과 선생님들 앞에서 마음껏 펼치고 왔다. 이 장면은 담임 선생님이 영상으로 찍어서 보내 주셨다.


내가 살고 있는 여기엔 학원이 없다. 그래서 큰아이도 지금까지 학원이란 곳을 가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오로지 학교만 다닐 뿐이다.(악기만 선생님이 오셔서 가르쳐 주신다.) 그런데 그 학교가 너무나도 좋다. 선생님들, 수업방식이나 방과 후 수업들도 좋지만 가장 좋은 건 아이들끼리 잘 뛰어놀 수 있게 해 준다는 점이다. 나는 아이들을 매일 등교시키며 해주는 인사말이 있다. "오늘도 학교에서 재미있게 놀아. 친구들하고 이야기도 많이 하고 신나게 놀다가 와"


우리 아이들은 주말만 되면 언제 학교 가냐고 묻는다. 그러면 "왜 학교 가고 싶어?"라고 되묻는다. 그러면 아이들은 "응. 학교 가는 게 재미있어"라고 대답한다. 나는 이 대답이 너무 좋다. 학교가 재미있어서, 재미있는 학교라서 더 바랄 게 없다. 


이 학교 정말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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