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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수생 Oct 25. 2021

취미가 뭐예요?

휴직기간에 취미를 만들어 볼까?

최근 군청에서 진행하는 도슨트 교육에 참여하여 강의를 듣는 도중에 이런 말이 나왔다. 


강사가 지상파 방송국 PD 공채에 서류와 필기시험을 통과하고 면접을 보러 갔다. 면접을 치르기 전 사회적 이슈에 대한 내용들에 대해 밤을 새워가며 수 없이 공부하고 준비를 했었다고 한다. 그런데 막상 면접을 들어갔는데 첫 질문이 예상과 너무 달랐다고 했다.


"취미가 뭐예요?"

면접관이 이런 기본적인 질문을 할 거라는 생각도 하지 못했었고, 딱히 취업 준비만 하다 보니 말할 만한 취미도 없었기에 머릿속이 하얗게 돼버려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해 최종 면접에 오르지 못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그 이후로 언제든 대답을 할 수 있게 취미를 만들어야 될 것 같아서 고민해 보니 본인이 사진 찍는 걸 좋아하고 있다는 걸 알게 돼서 그 이후로 사진을 정식으로 배우고 찍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때부턴 '저는 사진 찍는 게 취미입니다."라고 말하고 다닌다고 한다.


그러면서 강사가 수강생 몇몇에게 똑같이 물어보았다.

"선생님은 취미가 뭐예요?"


요리가 취미라는 분, 악기가 취미라는 분 또는 독서, 수집 등이 취미라고 하는 분들도 있었다.

다행히 나에게까지 질문이 온 건 아니어서 답변을 하지는 않았지만 속으로 굉장히 긴장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딱히 사람들에게 내세울 만한 취미가 없기 때문이다.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도 한 참을 고민했다.


'대체, 내 취미가 뭐지?'


지금까지 살면서 수 없이 많이 들어본 질문이다. 친구에게든 동료에게든 또는 면접 볼 때나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도 말이다. 그럴 때마다 없는 취미를 거짓으로 말해왔었다. 3천만 명의 국민이 가지고 있다는 취미인 "책 읽는 걸 좋아합니다." 또는 "저는 영화 보는 걸 좋아해요"라고 말이다.


하지만 취미라고 내세울 만큼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귤 까먹으면서 거실에 누워 티브이 보는 게 취미예요'라고 말하기에는 알량한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나도 취미를 갖고 싶다. 그런데 뭘 좋아하는지 수 십 년을 살아온 지금까지도 모르겠다. 그나마 다행히라면 이번 육아휴직 기간 동안 이것저것 배워보며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걸 어느 정도 찾아가고 있다는 사실일 것이다.

목공, 술 만들기, 등산, 독서, 글쓰기 등 여러 가지를 경험해보았다. 모두 다 재미있는 것들이다. 이 중 어떤 게 나한테 맞는 취미일까에 대해 생각도 해보았다. 그런데 생각하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굳이 한 가지를 취미로 만들어야만 하는 걸까?'라는 생각 말이다. 오히려 나에게는 한 가지만을 취미로 꾸준히 오랫동안 하는 게 맞지 않는 것 같다. 한 가지에 미칠만한 열정이나 끈기가 없는 성격이기 때문이다. 


며칠 동안 진지하게 고민을 해보고 내린 결론은 이것이다. 휴직기간 동안 하고 있는 데로 그날그날 또는 그 상황에 맞추어 재미있는 것들을 찾아서 한 번쯤이라도 경험해보게 나에게는 더 잘 맞는 것 같다는 것이다.


요리, 음악, 스킨스쿠버, 스키 같은 것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 우와'라고 반응하지 않는 취미라고 해서 위축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어떤 일이든 취미의 사전적인 의미처럼 내가 그저 좋아서 즐기면 되는 거지 싶다. 


그렇기에 이제부터는 이렇게 대답해 보려 한다.

"취미가 뭐예요?"

"저는 잘하거나 좋아하는 한 가지 취미는 없습니다. 다만, 이것저것 한 번씩 경험해보는 게 제 취미입니다."라고 말이다.


그렇게 경험해보다 보면 어느 순간 어느 나이에 나에게 딱 맞는 한 가지를 찾을 수 도 있겠지 싶다. 

못 찾아도 어쩔 수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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