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기간에 취미를 만들어 볼까?
최근 군청에서 진행하는 도슨트 교육에 참여하여 강의를 듣는 도중에 이런 말이 나왔다.
강사가 지상파 방송국 PD 공채에 서류와 필기시험을 통과하고 면접을 보러 갔다. 면접을 치르기 전 사회적 이슈에 대한 내용들에 대해 밤을 새워가며 수 없이 공부하고 준비를 했었다고 한다. 그런데 막상 면접을 들어갔는데 첫 질문이 예상과 너무 달랐다고 했다.
"취미가 뭐예요?"
면접관이 이런 기본적인 질문을 할 거라는 생각도 하지 못했었고, 딱히 취업 준비만 하다 보니 말할 만한 취미도 없었기에 머릿속이 하얗게 돼버려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해 최종 면접에 오르지 못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그 이후로 언제든 대답을 할 수 있게 취미를 만들어야 될 것 같아서 고민해 보니 본인이 사진 찍는 걸 좋아하고 있다는 걸 알게 돼서 그 이후로 사진을 정식으로 배우고 찍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때부턴 '저는 사진 찍는 게 취미입니다."라고 말하고 다닌다고 한다.
그러면서 강사가 수강생 몇몇에게 똑같이 물어보았다.
"선생님은 취미가 뭐예요?"
요리가 취미라는 분, 악기가 취미라는 분 또는 독서, 수집 등이 취미라고 하는 분들도 있었다.
다행히 나에게까지 질문이 온 건 아니어서 답변을 하지는 않았지만 속으로 굉장히 긴장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딱히 사람들에게 내세울 만한 취미가 없기 때문이다.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도 한 참을 고민했다.
'대체, 내 취미가 뭐지?'
지금까지 살면서 수 없이 많이 들어본 질문이다. 친구에게든 동료에게든 또는 면접 볼 때나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도 말이다. 그럴 때마다 없는 취미를 거짓으로 말해왔었다. 3천만 명의 국민이 가지고 있다는 취미인 "책 읽는 걸 좋아합니다." 또는 "저는 영화 보는 걸 좋아해요"라고 말이다.
하지만 취미라고 내세울 만큼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귤 까먹으면서 거실에 누워 티브이 보는 게 취미예요'라고 말하기에는 알량한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나도 취미를 갖고 싶다. 그런데 뭘 좋아하는지 수 십 년을 살아온 지금까지도 모르겠다. 그나마 다행히라면 이번 육아휴직 기간 동안 이것저것 배워보며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걸 어느 정도 찾아가고 있다는 사실일 것이다.
목공, 술 만들기, 등산, 독서, 글쓰기 등 여러 가지를 경험해보았다. 모두 다 재미있는 것들이다. 이 중 어떤 게 나한테 맞는 취미일까에 대해 생각도 해보았다. 그런데 생각하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굳이 한 가지를 취미로 만들어야만 하는 걸까?'라는 생각 말이다. 오히려 나에게는 한 가지만을 취미로 꾸준히 오랫동안 하는 게 맞지 않는 것 같다. 한 가지에 미칠만한 열정이나 끈기가 없는 성격이기 때문이다.
며칠 동안 진지하게 고민을 해보고 내린 결론은 이것이다. 휴직기간 동안 하고 있는 데로 그날그날 또는 그 상황에 맞추어 재미있는 것들을 찾아서 한 번쯤이라도 경험해보게 나에게는 더 잘 맞는 것 같다는 것이다.
요리, 음악, 스킨스쿠버, 스키 같은 것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 우와'라고 반응하지 않는 취미라고 해서 위축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어떤 일이든 취미의 사전적인 의미처럼 내가 그저 좋아서 즐기면 되는 거지 싶다.
그렇기에 이제부터는 이렇게 대답해 보려 한다.
"취미가 뭐예요?"
"저는 잘하거나 좋아하는 한 가지 취미는 없습니다. 다만, 이것저것 한 번씩 경험해보는 게 제 취미입니다."라고 말이다.
그렇게 경험해보다 보면 어느 순간 어느 나이에 나에게 딱 맞는 한 가지를 찾을 수 도 있겠지 싶다.
못 찾아도 어쩔 수 없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