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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수생 Nov 03. 2021

가을엔 그래도 단풍

정읍 내장산 불출봉

지금까지 살면서 여행은 주말에만 갈 수 있다 생각했고 실제로도 주말여행인 경우가 대부분인 날들이었다. 하지만 휴직 중인 지금은 다르다. 혼자서 평일 아무 때나 어디든 가고자 하면 갈 수 있다.(너무 좋다)


그래서 2021년 11월의 가을을 제대로 즐겨보기 위해 정읍 내장산으로 단풍 구경을 갔다 왔다. 평일날 나 혼자 짐도 없이 물 한병만 들고 편안하게 말이다.


아이들 등교시켜주고 바로 출발하니 10시쯤 내장산 주차장에 도착했다. 평일 오전의 이른 시간이라 생각했는데 입구와 가까운 공용 주차장은 주차할 곳이 없을 정도로 차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나만 놀고 있는 줄 알았는데 딱히 그렇진 않나 보다. 그래서 조금 비싸지만 입구 가장 가까이 위치하고 있는 사설 주차장에 주차를 했다.(주차료 만원은 조금 비싼 듯)

주차를 하고 조금만 걸으면 매표소가 나온다.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산 후 안으로 한 걸음만 걸어 들어가도 형형색색의 단풍이 눈앞에 곱게 펼쳐져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화사한 나무들의 색이 너무도 아름다웠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웃으며 단풍나무 아래에서 사진 찍는 것만 보아도 그동안 코로나로 인해 답답했었던 기분이 모두 풀리는 것만 같았다. 


덮지도 춥지도 않은 날씨도 좋고, 나뭇잎 사이로 비추는 햇살도 좋고, 사람들 웃음소리도 좋고 모든 게 다 좋은 완벽한 날이었다. 그렇기에 셔틀버스나 케이블카는 타지 않고 일주문, 내장사를 거쳐 불출봉까지 올라가 보기로 했다.


휴직 중 생긴 좋아하는 것 중 하나가 등산이다. 정말 싫어했던 게 등산이었는데 혼자 걷는 시간들과 계절마다 바뀌는 산의 색들이 너무 신비하고 아름답다. 그리고 많은 땀을 흘리며 헉헉거리면서도 끝까지 걸어가는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열심히 살아야겠구나 라는 다짐을 하게 된다. 그래서 등산을 갔다 오면 단 며칠 만에 사라지는 다짐이라고 해도 열심히 살게 되는 것 같다. 

불출봉까지 오르는 길이 쉽지 많은 않았다. 급경사에 수많은 돌계단, 나무계단, 철계단을 숨차게 올라야만 비로소 닿을 수 있었다. 봉우리 가장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는데 바람이 불면서 나뭇잎이 그 바람을 타고 위로위로 솟구치는걸 처음 보았다. 나뭇잎은 아래로만 비처럼 떨어지는 줄 알았는데 정상에서 바라보니 저 아래 있던 나무의 나뭇잎이 정상까지 올라오는 광경이 너무도 신비하고 아름다웠다. 

꽤 오랜 시간 한 참을 그 장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까지 살면서 그러한 장관을 본 적이 없었다. 다양한 색들의 나뭇잎에 하늘로 솟구치는 장면이 하루가 지난 지금도 눈에 너무도 선명하다. 이러한 장면들을 보기 위해 힘들지만 그렇게들 산에 오르나 보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는 갈까 말까 고민도 했지만 가지 않았다면, 힘들다고 중간에 포기했다면 절대 볼 수 없었을 장면을 보았다. 어떻게든 한 발만 걸으면 전혀 생각지 못했던 일들이 펼쳐지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또 걸으려고 한다. 가을이든 겨울이든 봄이든. 어떤 계절이든 산은 항상 거기에 있을 테니 필요한 건 오로지 나의 의지뿐이다. 


이번 나 홀로 단풍 여행은 아름답게 오래도록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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