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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수생 Dec 01. 2021

첫눈과 철쭉

지난주 비와 함께 우박이 내렸다. 그땐 창 밖으로 하늘만 쳐다보았기에 마당 화단을 제대로 보질 못했다. 그리고 오늘은 첫눈이 내렸다. 그래서 마당에 나가보았다. 집 울타리를 둘러싸고 있는 철쭉이 있는데 분홍색 철쭉 두 그루와 하얀색 철쭉 한그루에서 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철쭉은 따뜻한 봄인 4월~5월에 피는 꽃이다. 사전을 뒤져보니 그렇게 쓰여 있었다. 그런데 아닌가 보다.

2021년 11월 23일 영상 3도인 날씨인 오늘도 현재 피어있다. 꽃몽우리를 보지 못했는데 이렇게 활짝 핀거 보면 몽우리는 몇 주전부터 피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었나 보다.

모든 건 때가 있다는 말을 많이들 한다. "지금이 영어 공부를 시작할 때야", "지금부터 대학까지 교육 스케줄을 짜 놓아야 해", "지금 공부 안 하면 언제 해? 지금 밖에 없어", "지금..." 수 없이 들어봤고 많이 해본 말이기도 하다.


그렇게 따지면 지금의 난 '일'을 해야 할 때이다. 그렇지 않으면 무슨 큰일이 벌어졌어야 한다. 하지만 나는 현재 육아휴직을 내고 일을 하지 않고 있다. 당연히 월급도 받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세상이 뒤집히고, 집안을 힘들게 할 만한 일은 전혀 발생하지 않고 있다.


어렸을 때 시작하면 좋았을 것들도 분명히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늦게 시작했다고 나쁜 것도 없다. 내가 배우고 싶을 때 하고 싶을 때 원할 때 하는 게 더 가치 있고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저 철쭉이 추운 날 남들이 때가 아니라고 할 때 피어났지만 나에게는 가장 희소성 있고 소중한 한 송이의 꽃이 되어있다. 그렇다면 그 꽃은 다른 꽃들이 피어날 때 같이 피는 것보다 더 사랑받고 있기에 행복해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에서 돌아오는 딸에게 "오늘 피아노 했어? 영어는? 책도 읽어!"라는 말을 당연하게도 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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