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에 시내 버스를 탔다
이런 상황이 웃기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뭔가 싶기도 하고 그렇다.
그렇게 동네 입구 정류장에서 10분 여정도 기다려 버스를 탔다. 다행히 버스비는 카드로 잘 결재가 되었다. 그렇기에 딸이 준 동전 5개는 바지 주머니에서 밤새 잘 찰랑거리며 있게 되었다.
버스를 타니 가는 길이 내가 운전해서 갈 때와 많이 달랐다. 직접 운전을 해서 갈 때는 큰길로 가장 가깝게 시내로 나갔었는데, 버스는 이곳저곳을 들러야 하니 동네 골목으로만 달리는 거였다. 오랜 기간 살면서 한 번도 보지 못한 동네의 뒷길도 처음 보았다. 운전을 하지 않으니 편하게 창밖을 계속 바라볼 수 있었다.
지나가는 차들, 기울어가는 해, 흔들리는 나무를 보는 기분이 나름 괜찮았다. 잠시 동안은.
오랜만에 버스를 타서 그런 건지 아니면 버스가 울퉁불퉁한 시골길을 달려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10분 정도 지나니 멀미 기운이 슬며시 올라오는 것 같았다. 속도 불편하고 머리도 띵하고. 이 말을 다음날 아침 가족들한테 했더니 아내가 "정말 편하게 잘 살고 있고만? 그거 조금 탔다고 멀미나 하고?" 근데 정말 멀미 기운이 올라온걸 어찌하겠는가.
버스에서 내려 약속장소 까지 20여분간 아직은 춥지 않는 겨울 밤길을 걸었더니 멀미는 진정이 되었다.
그러면서 알게 되었다. '나는 버스를 못 타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는 걸'. 나이를 먹으면 하나씩 하나씩 할 줄 아는 게 늘어나기만 할 줄 알았는데 하게 되는 것만큼 못하게 되는 것도 많아지는 것 같다.
웃기면서도 씁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