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으로부터 약 4개월 전부터 지금까지 내가 겪었던 일에 대해서 글을 쓰고자 한다. 이 일에 대해서 기록을 남기고 싶다는 생각은 많이 들었지만, 실천하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다. 신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준비가 필요했다. 이제는 글을 써야겠다는 마음도 확실히 들었고, 아직 완전하진 않지만 손과 팔도 타이핑할 수 있을 만큼 회복이 많이 되었다.
나의 의학적 진단명은 '길랑바레 증후군'이다.생소한 희귀병이다. 팔다리가 점차 마비되어오는 무서운 병이다. 4개월 전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내가 경험한 것들, 스쳐갔던 생각들을 기록하고 싶다. 나중에 이 시간들을 돌이 켜봤을 때 자세히 기억하기 위함도 있지만,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 이 증상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도 있다. 양팔과 손이 마비되어 모든 삶의 활동들이 중단되었을 때만 경험할 수 있고, 생각 있는 것이 있다.
이 이야기는 몇 번에 걸쳐 쓰게 될지 모르겠다. 큰 계획이나 일정들을 정하고 쓰지는 않을 것이다. 너무 무리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저 내 안에서 올라오는 대로, 써지는 만큼씩 작성하고 기록하고 싶다. 글을 써본 경험이 많지는 않지만 그동안 썼던 글들은 형식에 맞춰야 했고, 논리를 갖춰야 했고 때로는 내 생각과 느낌은 배제해야 했다. 여기서 만큼은, '내 글'인 만큼 내 맘대로 써 볼 것이다. 물론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될 수 있는 인터넷 공간이기 때문에 무슨 말 인지도 모르게 쓰면 안 되겠지만, 그 응시를 의식해서 수정하거나 각색하지는 않을 것이다. 솔직한 나의 생각과 느낌을 기록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