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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pritainer 도은 Aug 12. 2024

맛과 양, 영양으로 힘이 되어 주는 곳 -정은주 기술사

장호원 용골반계탕

초, 중, 고에 이어 학사, 석사 박사까지.

학교에 오래 다녀서 좋은 점은 좋은 스승, 좋은 친구, 좋은 선배들을 많이 만났다는 것이다.

그분들로부터 배우는 생생한 장점은 삶을 더 풍요롭게 해준다.


오늘 만난 분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바른생활의 선배님이시다.

회사-학교-운동-집, 일-자기개발-운동-가정

이런 생활을 평생 해오신 분이다.

그러다보니 아내로부터 받는 신뢰가 어마어마했다.

그러니 그분이 더 크게 느껴졌다.


40대 중반에 들어서보니

아내 마음편하게 못해주는 분은, 아무리 외부에서 뛰어난 업적이 있어도 별로 위대해보이지 않는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아내가 원하는 것은 대부분 가족이 안정되고, 건강한 모습일텐데, 

왜 가까이 있는 아내부터 마음편하게 해주지 못하는건가?


반대로, 비록 밖에서 초라한 일을 하더라도, 아내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나는 남편이 위대해 보인다. 


자신부터 먼저 충만으로 채우고, 가까이있는 사람부터 행복할 수 있게 힘이 되어주는 사람은 삶의 진정한 의미를 찾은 사람으로 보인다.


오늘 만난 정은주 명예회장님은 공고를 졸업하고 통신분야 부사관 근무를 하면서 야간대학을 졸업했고, 

그 후 정년까지 직장생활을 하며 정보처리 기술사, 정보통신 기술사를 취득하고, 석사에 이어 공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셨다. 그리하여 지금도 Project Management officer를 하시며 감리일을 하고 계시고, 풀코스 마라톤을 일년에 2번은 참가하신다고 한다. 내가 박사학위를 받는 국민대 BIT전문대학원의 동문회의 전임회장님이기도 하셔서 나는 명예회장님이라고 부른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선배님 말씀에 따르면 원래 체력, 정신력, 지력이 좋아서 이 모든걸 해내신게 아니다.

체력이 약해 고등학교때 훈련중에 쓰러져 운동의 중요성을 알게되어 그 후로 등산과 달리기, 플랭크, 스쿼트 등과 같은 근력운동을 를 꾸준히 해오셨다. 그리고 업무적으로, 학문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찾아 늘 자발적으로 도전해오셨다. 지금도 매일 꾸준히 수학문제를 풀고 계신다고 한다. 공학박사로서 감을 잃지 않기 위해서라고 하신다. 개인이 하실 수 있는 노력을 이렇게 꾸준이 하는 분을 신이 미워할 수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40대 중반에 들어서보니

한두번 잘 하는 것 보다, 꾸준하게 잘하는 사람이 더 위대해 보이더라. 이것이야말로 지속적인 자기성찰의 결과이자 삶의 지혜로 보이기 때문이다. 


선배님과 찾은 곳은 용골 녹두반계탕과 돌솥밥집이었다.


내부는 꽤 큰데, 늘 사람들이 많다.


(사진출처: https://map.naver.com/p/entry/place/20569485?c=14.69,0,0,0,dh)





반계탕을 주문하면 녹두가 실하게 들어있어 걸쭉하다. 

이것만 먹어도 충분할 것 같으데, '돌솥밥'이 또 나온다.




선배님께서 그릇에 소금과 후추를 쏟아붓듯 담아주셔서

너무많지 않을까 했는데, 음식 자체에 간이 거의 없어서 푹푹 찍어먹어도 짜지 않고 맛있었다.


용골녹두 반계탕은, 반계탕대로 소금에 찍어 먹고,

돌솥밥은 반은 젓갈에 비벼 먹고, 반은 녹두죽에 말아먹으라고 하는데,

나는 걸쭉한 반계탕만으로도 충분해 밥은 포장해왔다.

이렇게 맛있는 돌솥밥을 버리긴 너무 아깝지 않은가.

언제부턴가 돌솥밥집에 가면 밥은 싸오고 그릇에 붙어있는 밥만 물에 불려 먹고온다.

나 말고도 밥을 포장해가는 분들이 많은지 비닐 하나만 챙겨달라고 하면 바로바로 챙겨주신다.


비가 오는 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점심시간이 되니 사람들로 무척 북적였다.

인근의 공사현장에서 오시는 분들이 많았다.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며 우리는 가치있는 삶의 의미에 대해서 서로 논하고 있었다.

음식이 나와서도 이야기는 이어졌다. 

그분도, 저도 삶에 대한 고민이 깊었던 만큼, 그간 고민했던 이야기는 식사를 하면서도 이어졌다.


서로가 생각하고 있는 이상적인 삶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데 옆에서 힐끔힐끔 보시던 한 현장 근로자께서 못마땅한 어투로 크게 말씀하셨다.

"여기, 밥 먹는데에요. 조용히 식사 좀 합시다."


그러자 명예회장님께서 바로 말씀하셨다. 

"네, 죄송합니다"


불편을 토로하는 분께 바로 사과를 하는 모습에서 명예회장님의 겸허함이 느껴졌다.

명예회장님은 여기서 현장 감리업무를 맡고 계신다. 그간의 지식과 경험, 관리능력을 바탕으로, 프로젝트의 품질과 안전, 일정을 감독하고 관리하는 을 맡고 계신다. 

흔히들 건설업에서의 감리를 생각하실테지만, 정보통신에서도 감리가 있다.

정보통신공사업법에 따라 정보통신공사/긴급복구공사 등으로 100억 이상이 드는 공사라면 기술자 자격을 가진 특급 감리원이 필요한 것이다. 

명예회장님은 일찍이 SK에 계셔서 통신망/통신설비 구축 시스템을 여러번 해오셨는데, 그 중 가장 큰 프로젝트는 인천공항시스템을 구축한 일이라고 하신다.


우리가 조용히 식사를 하는 동안, 조용히 해달라고 요청주셨던 현장근로자께서는 우리보다 늦게 식사가 나왔지만, 먼저 식사를 마치고 떠나셨다. 반계탕을 다 드시고도 돌솥밥까지 다 깨끗하게 비우셨다.

이곳 식당에서는 이분들께 이렇게 푸짐한 상을 준비하셔서 이렇게 든든한 힘이 되어주시는구나.

새삼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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