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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홀리곰 Jul 19. 2022

일본 코로나 격리 후기

회사생활 중


 귀국 하루를 앞두고 전날 코로나에 확진됐다. PCR이 아닌 신속항원검사여서 결과가 의심스러워 재검을 의뢰했지만 원칙상 안된다며 단칼에 거절당했다. 일본은 친철하지만 안된다면 안되는 곳이다. 예상못한 상황에 멘탈이 바닥을 쳤다. 동행한 대표와 직원은 다음날 날 버리고 귀국행 비행기를 탔고 홀로 호텔에서 일본공공보건소 연락을 기다리는 처지가 됐다.


 당일엔 연락을 기다려도 오지 않아  호텔에 양해를 구하고 하루를 더 묵었다. 최악의 경우 호텔직원이 주말이라 관공서들은 업무 중지라 연락이 안올 수도 있다 했다. 출장와서 주말에 비싼 호텔비 내며 꼼짝없이 갇혀있어야 하다니... 다음날에도 오후까지 연락이 없었다. 호텔에 숙박 연장하려 전화를 하려던 참에 다행히도 보건소로와 연락이 닿았다. 그 때가 오후 4시였으니 정말 대처가 느렸다. 레이트 체크아웃이 안되어 있으면 꼼짝없이 하루 숙박비를 날릴 뻔했다. 암튼 한국인 통역이 붙어 3자 통화로 코로나 걸린 상황과 건강상태, 필요한 정보들을 무려 한시간에 걸쳐 교환했다. 통화가 끝나자 머리에 '하이, 아리가또 고자이마스'가 머리를 꽉채웠다. 모든 대화의 중간마다 '하이, 하이, 아리가또 고자이마스'였고 '아리가또 고자이마스'를 듣고 이제 끝나겠지하면 또 물어보고 전달하고 또 이말 하고 아... 정말 수백번 들으며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이 말만 없었어도 40분 안에는 끝났을 것이다. 보건소 직원도 통역관도 너무 과하게 친절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이게 그들의 공적인 대화 방식인 거 같았다. 암튼 이유없이 미안함을 유발할 정도로 정말 친절했다.


 도쿄도 격리 숙소 관할하는 곳의 전화번호와 보건소, 응급시 요청 번호 119(일본은 119다), 숙소예약이 안될 시 비상연락망 등을 알려줬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도쿄도 격리 숙소에는 한국어 지원이 안됐다. 한국 직원이 있다고 했지만 막상 전화하니 일본어로만 가능하다해서 일본어 가능한 회사 직원의 도움을 받았다. 그리고 불러준 전화번호들은 황당하게 없는 번호라고 나왔다. 영어로 불러준 숫자를 내가 잘못 알아들은 걸까. 회사 내부에 일본어 가능 직원이 없었으면 정말 낭패였을 것이다. 숙소 신청은 9시에서 4시까지라 시간을 넘기면 다음날로 넘어가고 자리가 없어도 대기해야 한다. 식사는 나갈 수가 없으니 격리소로 옮기기 전까지는 룸서비스로 해결해야 한다. 여기서 팁을 드리자면 코로나 확진 후 격리소 가기 전에 최대한 먹거리를 준비해야 하는 게 좋다. 라면, 김치 등 부식을 챙기지 않으면 최대 7일 동안 벤토만 먹어야 한다. 일일 일라면했지만 그나마 그게 있어서 정신적으로 견딜 수 있었던 거 같다. 격리는 확진날 빼고 7일이라 7일 이후인 그 다음날 해방이 원칙이다. 1일에 확진되었다면 8일까지 격리, 그 다음날 9일에 퇴소하면 된다.


 이동은 대중 교통은 이용할 수 없어 보건소 측에서 이송차량을 보내줬다. 호텔 매니저가 스텝 엘리베이터로 비밀리에 아무도 없는 경로로 동행해서 차까지 안내해줬다. 그리고 격리 비용은 무료다. 출장 기간에 걸려 격리비용으로 회사에 부담이 될까 염려가 되었지만 어느정도 비용세이브는 되어 다행이었다. 일본은 자국민에게는 그래도 잘하려는 게 보였다. 차에는 미리 확진자기 차 안에 있었다. 가는 내내 기침을 해대서 난 무증상인데 중증으로 가는 아닌지 불안했다. 미안했는지 차창문을 여는 에티켓을 보였다. 그리고 보험이 들었다면 보장기간 안에만 코로나 확진을 증명할 수 있으면(이건 확진 증명서가 있으니 큰 문제는 없다) 그 이후의 치료는 보험에서 보장이 된다. 하지만 격리비용은 보장되는 국내보험은 없다. 

7일 동안 격리한 호텔방


 그리고 중요한 한가지는 일본 현지에 연락받을 수 있는 연락처가 있어야 격리소를 이용할 수 있다. 출장으로 갔기 때문에 초청한 현지 협력사 직원분 연락처를 제공하고 입소할 수 있었다. 격리 장소는 신주쿠 가부키초 중심에 있는 호텔로 싱글보다 조금 큰 침대만 덜렁 있는 다행히 욕조가 딸린 아담한 방이었다. 협소한 것 빼고는 지내는 데 크게 불편함은 없었다. 도쿄도 숙소 측에서 일본어만 가능한 호텔, 영어 가능한 호텔 둘 중 선택하라고 해서 전자를 택했다. 예전에 읽었건 소설 중에 일본은 자국민에게는 잘한다는 문구가 있어 외국인 전용 호텔보다는 그나마 나을 거 같은 근거없는 이유에서였다. 그래도 무료라 식사가 매우 부실하다는 정보를 들어서 기대조차 안했다. 식사는 나름 신경써서 메뉴도 바뀌고 먹을 만 했다. 이전에 한국에서 하루 격리한 적이 있는데 컵라면과 과자 준 거보다는 훨씬 나았다.


격리기간 먹은 벤토, 라면, 김치, 젓갈은 필수!


   입소할 때 손가락에 끼워 심박수, 혈압체크하는 기계와 체온계, 매일 2번 건강상태를 gmail로 보낼 때 쓰는 구형아이폰을 준다. 아침 7시, 오후 4시에 위 세가지를 서면으로 작성해 증상여부를 체크하고 사진을 찍어 정해진 주소로 보내야 한다. 깜빡 잊고 보내지 않고 전화도 받지 않으면 응급싱황임을 인지해 호텔방으로 들이닥친다고 주의를 주었다. 식사는 8시, 12시, 18시에 방송 나오면 로비로 내려가 도시락을 픽업해야 한다. 1분이라도 늦게 내려가면 엘리베이터에 심각한 랙이 걸려 줄서서 기다려야 한다. 노하우라면 방송 나올 타이밍에 엘리베이터를 바로 타서 제일 먼저 픽업해서 올라오는 좋다. 쓰레기는 식사 픽업하려 내려올 때만 버려야 하고 바스타월 등은 프런트에 요청하면 식사 픽업시 가져올 수 있다. 격리시스템은 나름 여러 상황에 맞처 준비를 잘 했다는생각이 들었다. 방에 카드키를 두고왔을 경우 정해진 비어있는 방으로 가서 센터에 연락하면 키를 만들어서 다시 정해진 위치에 둔다. 이런 메뉴얼을 중시하는 걸 보니 일본답다는 생각이 든다.


 출장 올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일본은 서비스, 상품에 대한 디테일이 속된 말로 쩐다. 소비자가 사용하기 불편하지 않게 상품들에 정말 작은 것까지 아이디어들을 녹여냈다. 일본이 제조업 분야에서 과거 최고였던 것에는 이유가 있었고 현재도 그런 서비스들이 생활 곳곳에 묻어나있다. 그리고 돈쓰는 것에는 우리나라에 비해 한 두세배는 친절하다.


물버리는 게 편하게 되어있는 사발면


 아베 전 총리가 피살된 다음날, 난 다행히 아무 일없이 8일 간의 격리 생활이 끝내고 푹푹 찌는 날, 커피숍에 앉아 격리경험담을 쓰며 지금 맘껏 자유를 느끼고 있다. 그리운 조국엔 11일에 입국한다. 혹시 몰라 영사관에 문의해보니 코로나 확진 후 10일 이후에 귀국 가능하다라고 했다. 검사를 해도 양성판정 나올 가능성이 높기에 양성확진일을 증명할 문서만 있으면 10일 이후에 입국이 가능하단다. 그래서 주말엔 어쩔 수 없이 여기서 지내야 한다. 10일 정도의 출장이 예기치않게 20일 넘게 연장됐다. 아베 전 총리가 어제 피살된 후 나름 사람들 분위기가 어떨까 걱정이 되었지만 역시 일본국민들은 대체로 정치에 무관심하다. 죽은 자는 죽은 거고 산자들은 자신들의 삶에 충실할 뿐이다.


 이번엔 무사히 귀국할 수 있겠지. 또 무슨일이 일어나는 건 아니겠지. 어떤 변수가 일어날 지 항상 찜찜하다. 이전 유럽 출장 때는 프랑스 드골공항에서 직원 한 명이 비행기에서 여권을 잃어버려 비행기를 못탄 적도 있다. 해외 나가면 별 일들이 다 있다. 


 이틀만 참으면 귀국이다. 하지만 10일 이후에 또 이 지긋지긋한 일본에 또 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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