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지금 최애곡은?>
나는 다가올 불혹을 기다린다. 그리고 기대한다. 최백호 님의 <바다 끝>은 불혹의 나이에 이른 작곡가 에코브릿지와 데뷔 40주년을 맞이한 가수 최백호 님이 만나 탄생한 작품이다. 공통분모 ‘40’이라는 숫자가 그들에게 어떤 의미일까.
노래와의 인연도 타이밍이다. 인생 최애 곡을 만나는 순간은 자주 찾아오지 않을 수 있다. 나 또한 이 노래가 한순간에 내 마음을 울린 것은 아니다. 우연히 들을 때면 매번 어떠한 전환점에 서 있는 나에게 느린 감동을 주며 깊숙이 스며들었다. 지금은 그 감동이 어느 때보다 최고조이다. 뒤돌아선 후에 한 번이라도 생각이 난다면 다시 들어보고 가사가 궁금하다면 눈으로 곱씹어 읽어보자.
서정적인 가사와 최백호 님의 목소리가 더해지니 이보다 완벽할 수 없다. 들으면 들을수록 잔잔한 울림을 주는 노래들이 있다. 이러한 노래가 가진 매력은 다양하지만 그중 하나는 ‘흘러감’ 이다. 노래가 흘러가는 속도에 맞춰 가사에 귀 기울여보자. 자연스럽게 내 귀로 흘러가던 노래가 지금은 나에게 깊은 영감을 주는 존재가 되었다.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나의 최애 곡 또는 인생 노래가 있다면 그 이유는 내가 알게 된 사실과 닮은 가사의 메세지가 주는 감동을 잊지 못하기 때문이다. <바다 끝> 노래가 가진 매력과 이야기는 30대를 맞이하던 그때의 나와 곧 40대를 맞이하는 내가 깨달은 가장 중요한 메시지, 바로 ’흘러가게 두는 것‘에 대한 삶을 바라보는 태도와 같기 때문이다.
20대 후반 즈음, 서른이라는 단어만 바라보아도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남아있는 통장 잔고, 나의 사회적 위치 그리고 하나 둘 결혼하는 친구들을 보며 자괴감에 빠지곤 했다. 그러면서도 지금의 나이를 즐겨야 한다는 잘못된 보상심리를 가지고 열심히 일한 만큼 펑펑 쓰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젊음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에 대해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걸까.
나름의 발악을 하며 보내던 어느 날 운동코치님이 나에게 물었다.
‘곧 서른이네? 좋을 때다!‘
어딜 가나 많이 듣던 멘트에 나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미간이 좁혀졌다. 그래도 평소 신뢰하던 분이었기 때문에 이해가 가지 않는 솔직한 내 마음을 털어놨다. 그다음 코치님이 꺼낸 한 마디는 십년이 지난 지금도 잊혀지지 않았고 줄 곧 30대의 여정 안에서 계속 맴돌았다.
’나는 40대가 너무 기대되는걸?‘
30대도 걱정이 태산인데 40대가 기대된다는 말이 나에게 너무 충격적이었다. 코치님은 유치원생 아이 둘을 둔 워킹맘이었다. 감당하기 쉬운 일정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지친 내색 없이 언제나 에너지가 넘치셨다. ‘역시 아줌마는 다른가‘, ’30대를 어떻게 보내신 거지’와 같은 잡다한 생각들을 하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때의 나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다. 그런데 참 신기하다. 40대를 앞두고 있는 이 시점에서 조금씩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어찌 보면 이해가 되기까지 약 10년의 시간이 걸린 것 같다. 30대에는 이전보다 다사다난한 일들이 더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든 상황과 감정들을 받아들이는 속도뿐만 아니라 해결해 나가는 방법이 많이 지혜로워졌다. 막을 수 없다면 흘러가도록 두고 나다운 방법으로 방어해 나가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완벽한 기대감은 아니지만 작은 두려움을 안고 있는 설렘을 분명 느끼고 있다. 사실 두 감정의 발란스를 맞추기 위해 마음의 양식도 쌓아보고 쉼도 가져보지만 쉽지 않다. 그렇지만 노력하는 것이다.
그곳에 태양처럼 뜨겁던
내 사랑을 두고 오자
그곳에 구름처럼 무심한
네 맘을 놓아주자
그곳에서 물결처럼 춤추던
너와 나를 놓아주자
겪지 않으면 모르는 것들에 대한 두려움은 이전의 것들을 더 움켜쥐게 만든다. 그리고 젊음의 패기로 어느 하나 놓치지 않기 위해 열심히 살아왔다. 나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배운 게 있다. 흘러갈 수 있게 놓아주는 것. 그리고 잘 흘러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요즘은 이 가사를 통해 피로한 내 마음을 위로하고 쉼을 내어주곤 한다.
20대에는 김광석 님의 <서른 즈음에>가 가슴 찌릿하게 공감될 노래라면 30대에는 바로 이 곡이 제격이지 않을까 싶다. 어른들의 말은 틀린 게 없다. 인생은 결국 내 뜻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내 나이 곧 사십. 이제 조금씩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