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만원짜리 드론을 26억짜리 미사일로 막는다고?
○ 대공을 방어했더니 국가 파산의 길로? 방어와 공격 그 사이 치명적 비대칭성
지난 4월 14일 이란의 공습을 막기 위해, 이스라엘이 약 1조 8,000억 원의 천문학적 비용을 발생시켜 아이언돔 등 방공망을 가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차별적인 드론과 미사일 공격을 거의 완벽히 막아냈지만, 단 하룻밤에만 국방예산의 약 10분의 1을 사용한 것. 지속 시 국가 파산에 이를 수 있다는 언론 보도들이 줄을 이었다. 무엇보다 드론을 먼저 보내 요격 미사일을 소모시킨 다음 미사일을 발사한 이란의 혼합 공습 전략은 현존하는 최상의 대공방어체계에 중요한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었다. 대공을 방어하려다 국가 파산의 길로 갈 수 있는 상황, 이대로 괜찮을까?
○ 위협의 다양화, 공격의 다량화. 대공방어체계가 당면한 새로운 숙제
크고 작은 분쟁부터 러우전쟁까지 최근 수많은 대공 방어 교전이 진행되면서, 요격 대상과 요격하는 미사일 또는 드론의 ‘전력 비대칭성’에 관한 우려들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원인으로 우선 공격형 드론의 운용 확대가 언급되고 있는데, 수시로 공격해오는 몇 백만 원짜리 드론을 격추시키기 위해 몇 십 억짜리 미사일을 사격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후티반군이 홍해에서 약 260만원짜리 드론으로 민간 선박을 공격하는 데 반해 미군은 약 26억짜리 미사일로 반격하고 있어, ‘방어하면 손해’인 현 대공방어의 딜레마를 위해 ‘더 저렴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물론 상대적으로 저렴한 소프트 킬(Soft Kill) 방식의 안티드론 체계도 훌륭히 개발하여 활용되고 있지만, 전시 상황에서 보다 진화된 군용 드론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하드 킬(Hard Kill) 방식의 직접적 파괴가 가장 효과적인 방어 수단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미사일과 드론을 동시에 운용하는 혼합 공격 증가가 중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잦은 다량 공격으로 사실상 지속 불가능한 방어 비용이 발생되고 있고 결국 미사일 요격체까지 고갈되고 있는 점을 지적하며 이제는 변화하는 공격 형태에 부합하는 방식의 새로운 격추 시스템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격형 드론의 눈부신 발전, 그리고 필연적으로 이어지는 미사일과 드론의 혼합 공습이라는 전술적 진화는 대공방어체계의 새롭고 혁신적인 균형을 요구하고 있다.
○ 기존 공격-방어수단 사이의 비대칭성, '사실은 당연한' 불편한 진실
여기서 잠깐, 우리가 놓쳐서는 안되는 중요한 개념이 있다. 바로 대공방어체계에 있어, 공격과 방어 수단 간의 비대칭성은 근본적으로 당연하다는 것이다. 언론에서 앞다퉈 다루고 있는 상대적 비용 차이가 단적인 정량 수치로만 비교했을 때 심각한 문제로 비춰질 수 있지만, 공중 및 미사일 방어전의 복잡성과 정밀성, 중요성을 따졌을 때 단순 비용만으로 판단할 수 있는 가치가 아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공격하는 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 방어 수단은 더 탁월한 속도, 넓고 정확한 사거리, 정교한 유도 능력이 요구된다. 또한 더 넓은 영역의 탄탄한 방어를 위해 높은 고도에서 고비용 미사일을 사용해야 하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무엇보다 이 모든 건 ‘방어’로써 보호해야 할 전체 자산의 가치까지 고려하여 상대적으로 더 강력하고 정밀한 방어 수단을 개발하고 운용할 수 밖에 없으며 이는 비용과 직결된다는 것. 공격-방어 수단의 비대칭성이 ‘사실은 당연한’ 이유이다. 따라서 기존의 대공방어체계에서 요격 대상과 요격체 간의 단순 1:1 비용 비교가 이슈는 될 수 있어도 문제의 시선으로 바라봐서는 안되고, 변화하는 전장 환경에 맞춰 우리에게 주어진 새로운 과제로서 해석해야 할 것이다.
○ 진화하는 공격 형태, 고효율 대공방어를 위한 혁신적 시도들
다시 돌아가, 저비용 고효율 대공방어체계 개발에 대한 고민은 오래전부터 이어져왔다. 기본적으로 공중 공격은 공격체의 고도에 따라 분류되는데, 각 고도 별 요격 가능한 정밀 무기를 개발하는 것이 대공방어체계의 핵심이다. 하지만 현대전에 들어서 공중 공격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동시다발적 공격이 증가하면서 대공 방어에 요구되는 능력이 확대되었다. 항공기, 드론, 소형 미사일, 탄도 미사일 등 다양한 유형의 공격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하고 다량의 혼합 공격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하며, 가능한 저렴한 비용으로 방어 체계를 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세계 각 국은 주어진 과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솔루션을 고안해왔다.
드론 잡는 이동식 대공 체계의 진화, ‘판치르 SM' [러시아]
판치르 SM은 러시아의 이동형 대공체계(대공포+지대공 미사일 복합 방어체계) ‘판치르 S1’의 성능개량 모델이다. 낮은 고도로 접근하는 소형 표적 요격에 특화된 야전 방공 시스템. 푸틴이 관저에 설치할 정도로 신뢰하는 체계로 잘 알려진 판치르 S1 대비 새로운 다기능 추적·미사일 유도 레이다를 탑재하고 1기 당 소형 미사일을 최대 48발까지 장착할 수 있어 효율적인 무인기(UAV) 대응 능력과 극지 운용 능력을 향상시킨 것이 특징이다. 작년 러시아는 하이마스를 포함한 대공 강화 차원에서 우크라이나 전선 ‘특별 군사작전’ 구역에 판치르 SM 배치 계획을 밝혔다.
저비용 고효율 대규모 드론 사냥, ‘THOR’ & ‘DEFEND 시스템’ [미공군연구소/레이시온]
탄약 없는 미래 전쟁의 핵심무기이자 저비용으로 드론 떼를 제거할 수 있는 차세대 기술로 지향성 에너지 무기(HPM)가 자주 거론된다. HPM은 고출력 마이크로파 에너지를 활용해 다양한 공중 위협을 광속으로 교란하거나 아예 태워서 추락시키는 혁신적 기술로, 목표물에 초점을 맞추고 기체를 녹이는 데 시간이 걸리는 유사 지향성 에너지 ‘레이저’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 세계가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최근 군집드론 대상 시험평가를 성공한 미공군연구소의 ‘THOR’와 `26년 프로토타입 공개를 예정한 레이시온의 ‘DEFEND 시스템’이 있다.
적 공격에 최적화 맞춤 방어, ‘스카이레인저 30 HEL’ & ‘스카이넥스’ [라인메탈]
하나의 체계로 다양한 전장 상황, 공격 형태에 맞게 최적화 된 대공 방어를 수행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바로 이를 현실화한 모델이 라인메탈의 ‘스카이레인저 30 HEL’과 ‘스카이넥스’다. ‘스카이레인저 30 HEL’은 대공포와 소형 공대지 미사일, 레이저 무기까지 3가지 종류의 무기를 하나의 포탑에 통합해 상황에 맞춰 사용할 수 있게 개발된 차세대 하이브리드 대공 무기이다. ‘스카이넥스’는 대공포 중심의 단거리 대공 방어 체계로 ‘모듈화’가 가능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기본적으로 리볼버 건 MK3와 전투관리체계, 레이더로 구성되어 있지만 별도로 다중 센서 장치, 미사일, 레이저 무기, 35mm 대공포 등 옵션이 존재해 전장 상황에 따라 최적화로 운용할 수 있다.
비전술 차량을 무기화 시키는 기발한 모듈식 요격체계, ‘뱀파이어’ [L3해리스]
미국이 최근 우크라이나에 지원키로 밝힌 L3해리스의 ‘뱀파이어’는 화물칸 트럭에 첨단 정밀 요격 무기나 레이저 유도탄을 발사하기 위해 설치하는 휴대용 키트다. 군용 플랫폼이 없어도 비전술 차량을 언제든 2시간만에 미사일 발사대로 변신시킬 수 있다는 간편함, 지상이나 공중 표적에 맞게 정밀유도로켓이나 레이더 유도탄을 장착하여 타격할 수 있는 활용성 측면에서 저비용 고효율 체계로 주목 받는다. 실제 미국은 드론 전쟁을 펼치고 있는 우크라이나가 오랫동안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는 드론 요격 체계로서 ‘뱀파이어’가 적합하다는 판단 하에 지원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 결국 시작된, 대공방어체계의 새로운 패러다임
얼마 전 미국은 이란의 이스라엘 혼합 공습 사례를 들며 다층 미사일 방어체계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고 경고했다. 기존 미사일 방어체계는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요격이 중점이었기 때문에 사거리가 길고 정밀도가 높은 고가의 미사일부터 순차적으로 고도에 따른 다층방어에 나섰으나 드론, 배회폭탄 등 저가 무기에 대한 위협, 대규모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요격체계는 비용 효율성이 낮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덧붙여 적의 공격형태에 따라 방어체계의 범위(Range)를 넓혀 비용이 저렴한 레이저, HPM, 기관총부터 소형 미사일, 고가의 미사일까지 효율적인 복합방어에 나서야 하는 것은 물론, 발사 징후를 조기에 탐지해 선제타격하는 보다 광의의 미사일 방어 개념으로의 전환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 시작된 변화에 대한 논의는 결국 우리가 앞으로 준비해야 할 대공방어체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시작되었음을 의미한다. 과연 우리는 이 변화의 흐름에 어떤 움직임을 취해야 할까?
○ 우리가 준비해야 할 대공방어 복합체계, 그리고 효율성
최근 국방부는 이란이 드론과 미사일을 동원해 혼합 공습을 펼친 방식으로 북한도 우리를 도발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다양한 수단의 혼합 공격을 탐지하고 요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밝히며 장사정포 요격 체계 개발 등 더 강력한 복합 다층 방어체계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작년 ‘국방혁신 4.0 기본계획’을 통해 기존의 단일 방향 선제 타격 체계인 ‘킬체인(Kill Chain)’을 확대한 ‘킬웹(Kill Web)’의 개념을 도입하였다. 모든 국방 영역에 최첨단 기술을 적용, 거미줄처럼 지휘통제체계를 구축하여 적의 새로운 위협이나 표적 발견 시 다양한 타격 무기로 더 빠르고 효율적인 대응이 가능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진화하는 위협의 규모와 형태에 맞게 새로운 대공방어체계로의 전환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이 전환은 반드시 기존보다 다양한 조건의 무기체계들을 요구하고 그 안에서 ‘효율성’은 더욱이 중요한 과제로 다가올 것이라는 건 명확하다.
효율까지 갖춘, 새로운 대공방어 복합체계로의 서막을 열다.
체계 자체의 비용을 낮추는 것, 전술상 더 효율적인 무기를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것, 어쩌면 대공방어체계의 비용 효율화를 위한 해결방안의 실마리는 방어체계의 오랜 기술 기반을 보유한 우리에게 있지 않을까? 유도 무기에 강한 회사로서 변모하는 적의 공격형태에 맞춰 추진기관, 탐색기 등의 저가화로 저렴한 엔트리(Entry)모델부터 고성능 모델까지 선택할 수 있는 미사일체계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방법, 부문간 긴밀한 협업을 통해 임무 단위의 모듈 운영이 가능한 혁신적인 복합무기체계를 개발하는 것, 지속적으로 신기술을 적용한 저비용 고성능 무기체계 개발에 노력을 기울이는 등 우리가 해야 할 그리고 충분히 할 수 있을 대담한 상상을 해본다. 최근 민간이 새로운 무기체계 아이디어를 제안할 수 있는 ‘민간대상 무기체계 사전개념연구’라는 새로운 획득 유형이 신설 되었다. ‘우리의 상상을 실현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도 하나 더 마련된 것이다. 대공방어체계의 새로운 패러다임, 아직 분명한 답은 없다. 분명한 건 패러다임의 새 시작점에 우리가 놓여있다는 것. 그리고 우리는 앞선 시작을 할 수 있는 풍부한 자산을 이미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Vol.2] ISSUE NO.4
260만원짜리 드론을 26억짜리 미사일로 막는다고?
효율까지 갖춘, 새로운 대공방어 복합체계로의 서막을 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