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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 NOTE Nov 06. 2024

V2_NO.5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우주 대항해 시대

500km 상공에서 적군의 손금까지 들여다 볼 수 있다고?



○ 당신의 나라는 ‘맵핵’이 실현되었습니까?


스타크래프트를 해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맵핵(Maphack)’. 지도를 해킹한다는 뜻의 맵핵은 치트키 없이도 ‘전장의 안개’를 모두 없애 전 시야를 밝히는 해킹프로그램이다. 이것을 사용하면 상대방의 위치뿐만 아니라 전략, 전술, 이동 상황까지 모두 파악 가능하여 자신보다 높은 랭킹의 게이머를 쉽게 이길 수 있다. 이는 ‘공정성’이 전제되어야 하는 게이머 간 ‘정보의 비대칭성’을 야기함으로써 스타크래프트를 개발한 블리자드(Blizzard)사의 큰 골칫거리가 되었다. 이러한 맵핵의 개념이 ‘정보의 비대칭성’을 전제로 하는 국방 혹은 나라간 전쟁에 적용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는 결코 미래전에 적용될 이야기가 아닌 현재의 이야기다. 



○ 현실판 ‘맵핵‘. 500km 상공에서 손금 보듯 푸틴 감시하는 바이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일주일 전,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열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공표했다. 미국은 어떻게 러시아의 침공 사실을 미리 확신할 수 있었을까? 바로 ‘맵핵‘을 쓴 것과 같이 초고해상도 저궤도 정찰위성인 ‘키홀 위성’을 통해 러시아의 장갑차, 전차와 병력의 이동 경로, 미사일 동향을 전지적 시점에서 지켜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공식적으로 밝혀진 바는 없지만 키홀위성(KH-12)은 최대 고도 500km에서는 해상도 15cm 정도이며 후속 버전인 KH-13, KH-14는 스텔스 기능과 함께 해상도 1cm~4cm에 달한다고 알려져 있다. 전쟁 발발 후에도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해 정찰위성을 통해 수집한 정보를 수시로 전달하며 우크라이나의 대응 전략 수립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 벌떼 드론에 이어 벌떼 위성의 등장


이렇듯 정찰위성과 조기경보위성은 우주 안보의 초석이자 ‘눈‘으로 현대전과 미래전의 가장 중요한 핵심 전력이 될 것이다. 특히 지구 가장 가까이에서 지구를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는 저궤도 위성군을 구축하기 위한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치열하다. 미국은 민간이 이끄는 뉴 스페이스(New Space)시대를 열었고, 우주 산업에도 ‘비용 대비 효과’를 따지는 민간기업 특유의 논리가 통용되고 있으며 이러한 흐름이 국방 영역까지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기존의 초고비용, 초정밀 정지궤도 군사 위성의 다양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저렴하고, 신속하게 개발할 수 있으며 실시간으로 끊김 없이 지구를 지켜볼 수 있는 초소형 저궤도 군집 위성이 최고의 보완재로 등극하고 있는 것이다.



○ 우주에도 적용되는 분산투자 ?


국방에서의 초소형 저궤도 군집 위성 개발의 이면에는 중국과 러시아,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의 등장이 있다. 극초음속으로 비행 후 불규칙한 변칙기동 궤도로 낙하하기 때문에 추적 및 요격이 어려워 기존의 미사일방어체계로는 대응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중국과 러시아의 위성 요격 무기(ASAT), 로봇팔을 부착한 위성 등 대위성 무기체계의 등장은 우주 안보에 또 다른 위협이 되고 있다. 전쟁 발발 시 미국의 눈을 가리기 위해 가장 먼저 미국의 정찰위성을 위협할 것이라 예상되는 바, 수천 기의 저궤도위성군을 구축한다면 이 중 수십 기가 파괴되더라도 군사 위성망을 안전하게 지켜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과 중국의 군용 저궤도 위성군 구축을 위한 대표적 사업을 살펴보자.  



美 SDA & 록히드마틴, L3 Harris 등 : PWSA (확산된 전투력 우주 아키텍처, Proliferated Warfighter Space Architecture)

PWSA는 미 우주개발국(SDA)이 록히드마틴, L3 Harris, 노스롭그루먼 등과 함께 개발 중인 군용 저궤도 위성군 구축 프로젝트이다. 2028년까지 1천 여개의 위성을 쏘아 올려 극초음속 미사일 추적을 주 목적으로 하며 이외에도 군 위성 통신, 지휘 통제, 항법 등 군사적으로 중요한 기능을 점진적으로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는 육·해·공군 정보수집과 전술통제 단일화를 위한 합동전영역지휘통제체계(JADC2, Joint All-Domain Command and Control)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우주자산으로 개발되고 있다.


미사일 경고 및 추적하는 저궤도 위성 [사진 : 레이시온 테크놀로지스]



美 NRO & 스타실드, 노스룹그루먼 : NROL-146 (최신 군사·첩보 위성망 구축 사업)

2027년까지 총 1만 2천 개의 상용 저궤도 통신 위성을 쏴 대규모 위성 군단을 만들고자 하는 스페이스X는 ‘스타실드(Starshield)’라는 국방 사업부를 별도 구축하였다. 스타실드가 2021년에 미 정보기관 국가정찰국(NRO)와 18억 달러(약 2조 4천억원) 규모의 비밀 계약을 체결했음이 최근 밝혀졌으며, 이를 통해 수백 개의 최신 군사·첩보 저궤도 위성망을 구축할 예정이다. 이 사업에는 노스롭그루먼도 포함되어 있으며, 정밀 이미지 센서를 갖춘 감시정찰 위성과 중계 위성이 복합적으로 구성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스타실드는 PWSA의 일부 미사일 추적 위성(Tracking) 개발에도 참가한 바 있다.


스페이스X '스타실드(Starshield)'



中 중국위성네트워크그룹(CSNG) : 궈왕 프로젝트

중국 정부가 100% 출자한 우주기업인 중국위성네트워크그룹(CSNG)은 2020년 궈왕(国网) 프로젝트를 발표했으며, 2024년 올해 첫 저궤도 위성 발사를 시작으로 총 1만 3천개 위성을 쏘아 올릴 계획이다. 궈왕은 중국어로 ‘국가 인터넷망’이라는 뜻이나, 서방에서는 중국이 이를 통해 다수의 군사 및 정찰 용도의 위성과 킬러 위성까지 포함하여 개발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또한 스타링크 위성보다 높은 고도인 550km를 점령, 스타링크 위성을 포함한 미국의 저궤도 위성을 추적하고 제제할 수 있는 체제라는 의견도 있다.



○ 우방국과 함께. 대규모 우주 공조 작전의 서막


 
미국 입장에서는 기존보다 획기적으로 저렴한 저궤도위성을 개발한다 해도 단시간에 천개 이상의 군용 위성을 띄우기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예산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중국, 러시아, 북한의 모든 극초음속 미사일에 미국이 단독으로 대응하는 것은 불가능할 수 있기에 우방국과 함께 저궤도 위성군을 구축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우방국이 결집한 대규모 우주 공조 작전의 서막이 시작된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24년 5월 10일 미·일 정상회담에서 만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저궤도 위성망 구축에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일본은 미국이 계획한 천여 개 저궤도 위성 중 일부 위성의 생산·발사를 맡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역시 자체적인 저궤도 위성군 확보 계획을 수립했지만 미국과 중국만큼 대규모 예산을 투입할 수 없는 바, 실시간 감시 및 대응을 위해 미국을 포함한 우방국과의 공조는 필수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 모든 것이 보여지는 세상, 보이지 않는 것에 대비하라 
저궤도 위성군은 최상단의 감시정찰 자산이 될 것이며, 육·해·공·우주·사이버 전장 영역을 모두 아우르는 새로운 합동전영역지휘통제체계(JADC2) 개념을 실현시킬 핵심 자산이 될 것이다. JADC2가 전력화되면 전장의 모든 단위 전력이 보이지 않는 네트워크로 연결되고 통합되어 작전 흐름의 속도가 획기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는 이제 모든 것이 보여지는 세상을 맞이하여,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대응전략 수립까지 집중해 볼 필요가 있다.


Raytheons conception of JADC2 sensor grid



위성 빅데이터의 활용

첫 번째로 수천 개의 군 위성이 구축되면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위성 ‘빅데이터‘를 얻게 된다. 우리 위성에서 얻는 정보뿐 아니라 미국 등 우방국과의 공조를 통해 얻어지는 빅데이터를 어떻게 의미 있는 데이터로 만들어 활용하고 관리할 것인가는 저궤도 위성을 쏘아 올리는 것만큼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다. 



對위성 사이버전자전

두 번째로 눈에 보이는 물리적 요격(Hard kill)아닌 사이버 전자전을 통한 비물리적 공격(Soft Kill)을 통한 우주전쟁은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비물리적 우주전쟁은 전시에만 이뤄지는 것이 아닌, 평시에도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응이 더욱 시급하다. 실제로 지난 2월 스티븐 N.와이팅(Stephen N. Whiting) 미 우주사령관은 북한이 미국의 우주 시스템을 위협할 전자전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 우주 대항해시대.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미 국방부에 따르면 러시아와 중국은 이미 미국의 우주 자산을 위협하는 데 사용될 수 있는 첨단 재밍 시스템, 지상 기반 고에너지 레이저, 대위성 미사일, 로봇팔 기동 위성 등을 테스트하고 있거나 배치까지 완료했다고 한다. 위협에 대한 경각심은 최근 러시아가 상업용 및 군사용 위성을 광범위하게 파괴할 수 있는 우주 기반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은 현재 모두가 주목하고 있는 군용 및 상용 저궤도 위성군 구축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우주에서 전투를 치를 수 있는 광범위한 역량을 구축하는 신 우주전쟁(New Star Wars)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우주로 가는 길은 모두에게 열려있다. 모두가 부푼 꿈을 안고 우주로 향하는 모습19세기 골드러시를 떠올리게 한다. 주목해 볼 점은 골드러시 시대에 가장 많은 이득을 취한 사람은 금을 찾던 이들이 아닌 전통산업을 시대적 요구와 연결시켜 곡괭이, 삽, 천막을 팔던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물론 우리는 ‘국방’이라는 대의를 갖고 금을 찾으러 가는 것, 즉 위성을 쏘아 올리는 것을 멈출 수는 없다. 다만 ‘국방’ 영역임에도 ‘비용 대비 효과’를 따지는 시장의 논리가 이미 글로벌적으로 통용되고 있다는 점을 기억하고 우리가 이미 갖고 있는 자산과 기술력을 기반으로 K-우주시대를 효율적이고 다각적으로 준비해야 할 것이다. 



L NOTE


[Vol.2] ISSUE NO.5
500km 상공에서 적군의 손금까지 들여다 볼 수 있다고?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우주 대항해 시대, 보이지 않는 것에 대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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