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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녀미 Jan 26. 2020

키친에이드를 개시하는, 찐빵.

'난 베이킹 절대 안 해!' 했는데 키친에이드 반죽기를 샀다.

나는 남편으로부터 디저트를 배웠다.

우리가 스무 살이었던 10년 전부터 지금까지 나는 이 남자로부터 온갖 달달한 것들에 대해 배워왔다.

케이크는 생일 때나 먹는 거라고 여겼는데 이제 카페에선 늘 2인 3케이크를 하고, 

도넛은 반개만 먹어도 질리는 거였는데 이젠 혼자서 세 개까진 거뜬하다. 

파리에서 날 루브르 박물관 지하에 놔두고 '마카롱 좀 사 올게!' 하더니 마카롱을 50유로어치 사 온 남자. 


이 남자는 달달한 것들을 잘 먹을 뿐만 아니라, 잘 알고 꽤 잘 만들기까지 한다.

그런 남자와 살아서일까, '난 베이킹은 절대 안 해'라고 선언했던 내가 야금야금 베이킹에 발을 들이고 있다.

 

처음엔 집에 넘쳐나는 크림치즈를 해결하려 머핀과 치즈케이크를 구웠고, 

남편 생일에 살 만한 케이크가 없어서 당근케이크를 구웠다. 

캠핑 가서 먹을 아침이 없어서 스콘을 굽고, 출장 가는 남편이 불쌍해서 감자빵을 구웠다. 

연말이 다가와서 초콜릿 쿠키를, 크리스마스라서 부쉬 드 노엘을 만들었다. 

바질이 풍성하게 자라면 피자를 굽고, 제철 과일을 그냥 못 보내고 타르트나 파이를 구웠다. 


절대 안 하겠다던 베이킹에 슬금슬금 발을 들이다 보니

어느샌가 전부터 남편이 갖고 싶다고 했던 키친에이드 반죽기가 내 눈에도 아른거리기 시작했다.

몇 달 전부터는 남편과 '이다음엔 뭘 살까' 하며 나누는 대화에도 언급되는 빈도가 늘더니

어느 날 밤 저녁을 먹고 코스트코에 가서 홀라당, 너무나 계획적인 충동구매를 하고야 말았다. 


그렇게 우리 집에 온 키친에이드 프로페셔널, 6쿼트 볼 리프트 스탠드 믹서. 

크고 무겁고 든든하다. 어떤 빡센 반죽이라도 거뜬히 해내 줄 것 같다. 




[찐빵] - 8개 분량 

중력분 250g
베이킹파우더 4g
소금 3g
설탕 30g
이스트 4g
우유 150g
버터 10g
팥앙금 400g 

버터를 제외한 체친 가루류와 우유(또는 물)를 반죽기에 넣고 돌리다가
말랑한 상태의 버터를 넣고 10분 정도 저속으로 돌린다.
반죽이 매끈해지면 앙금 50g, 반죽 50g씩 분할 후 성형해 유산지에 올린 뒤 
따뜻한 곳에서 2배 크기까지 발효, 찜기에 올려 중약불에서 15분간 쪄낸다.
* 찜기로 옮길 때 반죽이 눌리지 않게 조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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