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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녀미 Mar 21. 2020

간신히 온 요가수업

온 몸 구석구석 쑤시고 아픈 근육을 어르고 달래며...

나 일어났는데...

내 몸도 침대에서 일어났고, 정신도 말짱히 깨어 있는데 내 관절과 근육들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지난 저녁의 운동으로부터 완전히 회복하지 못해서일까? 생리중이라 몸이 무거운걸까?

생리중이라 그렇다고 하기엔 말이 안 되는게, 어제 밤의 나는 홀드 사이를 번쩍번쩍 날아다녔(..)으므로.

연이은 추락에도 굴하지 않고 몸을 던지고 날리기에 주저함이 없었으므로.


수업 시작 45분 전에 일어나서 (보통은 이 시간에 자전거를 타고 출발) 그 와중에도 아침을 챙겨먹고 자전거를 타고 달려 요가 수업 3분 전에 스튜디오에 들어왔는데, 다행인지 뭔지 맨 앞 줄의 한 자리가 비어 있었고 컨디션 탓하며 뒷줄로 물러나기도 좀 그래서 거기에 자리를 잡았다.


금요일 수업인 만큼 등을 대고 누운 자세로 시작하면 좋겠다... 싶었는데, 바로 차일드포즈에서 호흡 몇 번 하고는 테이블 탑. 아무것도 한게 없는데 왜.. 벌써 지치는 기분이 드는지.


테이블 탑 자세에서 왼 팔을 하늘로 뻗어.. 올리는데.... 팔 각도가 45도 즈음에서 멈추고 만다. 이 자세는 마치 내 몸의 피로도나 굳은 정도를 말해주는 것 같다. 하이플랭크 자세에서 한 쪽 무릎을 당겨 코나 반대쪽 팔꿈치에 닿게하는 자세도 그렇지만 바로 이 '바늘에 실 꿰기' 자세도 만만치 않다.


요가의 좋은 점 중 하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된다, 는 점. 왠지 다른 운동은 다른 날보다 잘 안되면 힘이 쭉, 빠지는데 요가는 잘 안되는 날도 마음에 동요가 적다.

모든 요가 강사들이 수업 시간마다 강조해 하는 이야기. '모든 것들은 옵셔널이며, 자기가 조절하고 수정하라' 그래서 난 오늘 내가 하던 것 보다 한 단계 전에서 멈추기로 했다. 안되는 자세에서는 마음을 내려놓고 내 근육이, 관절이 어떤 느낌을 받는지 느껴보기. 욕심부리지 않기. 평소만큼 욕심을 부리다간 좌절할 뿐만 아니라 부상까지 떠안게 될 것만 같은 이런 날에는 그냥 차분히 내 몸과 마음을 느껴보는걸로 만족한다.


바늘에 실 꿰기 자세를 몇 번 반복하는 동안 어깨가 조금씩 열려서 결국엔 손바닥이 벽면을, 손끝이 천정을 향하게 되었다. 졸립던 느낌도 서서히 사라지고 몸에선 땀을 내보낼 준비를 하는 느낌. 다시 두 손바닥을 요가매트에 단단히 붙이고 다리를 펴 엉덩이를 들어본다. 다운독 자세. 어깨는 조금이나마 눌러지는데 무릎은 굽은 상태에서 펼 수가 없고 귀꿈치는 까치발을 하듯 올라가 있다. 페달을 밟듯 서서히 양 발의 뒤꿈치를 번갈아 눌러본다. 잘 하고 싶다, 잘 하고 싶다. 나는 언제쯤 무릎을 편 채로 발 뒤꿈치가 매트에 닿게 될까.... 하다가 또 깨닿는다. 오늘은 내려놓는 날. 질끈 눈을 감고 호흡에 집중하려 노력해 본다. '오늘은 여기 온 것 만으로도 성공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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