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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녀미 May 26. 2020

몽이의 잠투정이 깊어가는 밤

너희는 또다시 훌쩍 떠나고, 우리를 잊겠지만. 

 지나간 사랑은 새로운 사랑으로 잊는다는 말을, 나는 장난처럼 참 많이도 쓴다.

 나의 열 번째 임보를 마치고 우리를 떠나간 올라빵빵두 (올리, 라비, 찐빵, 호빵, 만두의 이름에서 한 글자씩 따서 붙인 열 번째 아가들의 별칭인데 이상하게 입에 착 붙는다)를 많이 그리워하다 새로운 아이들 (까복, 까북, 꼬몽, 꼬뭉)을 만나고 나니 또 사랑에 빠진 게 정말 그 말이 틀리다고 할 수가 없다. 물론 올라빵빵두를 잊은 것은 아니고 조금 덜 자주 그리워하게 되었을 뿐이지만. 


 몽이는 잠투정이 참 많다. 다른 애들은 졸리면 아무 데나 픽픽 쓰러져서 잘도 자는데, 몽이는 졸리면 사람이 있는 곳으로 와서 안아달라고 찡찡 울면서 잠투정 비슷한 것을 한다. 그러다 더 졸리면 어딘가에 앉아서 꾸벅꾸벅, 휘청휘청 잠과 싸우면서도 자꾸 사람을 본다. 우리가 너무 커서, 한참을 올려다보느라 목이 아플 것 같은데. 그래서 자꾸 난 몽이를 안게 되고, 해야 할 일을 할 수 없게 되고, 결국 밤이 늦어지고 내가 잠과 싸우게 된다. 


 방금도 서랍 정리를 하는 동안 꼬마들이 한참을 주위에서 놀다가 지금은 다 어디론가 자러 가고 없는데, 몽이는 끝까지 남아서 주위에 이것저것들을 건드리고, 내가 냉동실 정리를 하는 동안 물끄러미 나를 쳐다보는 통에 그 눈빛에 못 이겨 정리를 대충 마무리했다. 결국 몽이를 안고 나머지 할 일들을 하려고 담요에 둘둘 말고 품에 넣었다가 그냥 포기하고 몽이를 데리고 식탁에 앉았다. 몽이는 식탁 위에 올라가 신나게 내 손목 보호대와 싸우고, 온갖 것들을 냄새 맡고 물었다가 다시 내려지고, 또 바닥에서 나에게 뜨거운 시선을 보내며 내 발을 톡톡 건드리다가 올려져서는 내 랩탑 옆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다. 왜 흔들흔들거리면서도 자꾸 앉아서 조는지. 편하게 누우라고 담요를 깔아줘도 그릉그릉 소리를 내며, 여전히 앉아서 졸고 있는 모습이 안쓰럽고 귀여운 몽이.


 이번 아이들은 뭐든지 쉽게 배우며 참 빨리도 큰다. 올라빵빵두는 분유 먹이기, 화장실 가르치기, 습식 먹이기, 건사료 먹이기 어느 하나 쉬운 것이 없었는데 이번 아이들은 잘 먹고, 화장실도 알아서 잘 배우고, 습식도 깔끔 떨며 챱챱 잘 먹고 그루밍도 깨끗하게 하니 정말 다 커버린 것만 같다. 복이와 뭉이의 눈도 아직 완벽하게는 아니지만 많이 나았고, 모두들 잘 먹고 잘 자니 정말 9주 차가 되면 다 떠나버릴지도 모른다. 

아이들의 생일이 언제더라. 부디 이 아이들이 떠나는 날이 천천히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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