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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녀미 Dec 03. 2020

이게 사랑이 아니면 무얼까

사랑일까? 사랑이다. 

나는 가끔 궁금하다. 보리와 구름이도 우리를 사랑할까, 나와 빙수가 보리구름이를 사랑하는 것처럼.

그저 쓰다듬는 손길이 좋은 것일까, 맘마를 주는 사람이니까 반가운 것일까, 아니면 정말 우리를 향한 어떤 애정이나 사랑이 존재하는 것일까 궁금하다.


고양이로 살아본 적이 없어서 알 수 없지만, 그렇다면 사람으로서의 사랑은 무엇일까. 

상대가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 상대를 위해 어떤 힘든 것들을 기꺼이 감내하는 마음, 상대와 조금 더 가까이 있고 많은 것들을 함께하고 싶음 마음, 상대의 안위가 궁금하고 걱정되는 마음이 사랑이라면, 고양이에게라고 과연 다를까. 


식탁에 앉으면 식탁 창가에, 소파에 누우면 배 위에, 책상에 앉으면 무릎에, 침대에 누우면 옆 자리에. 어딜 가던 따라다니며 너무 멀지 않은 곳에 자리 잡고 눈을 맞추어 주는 일이 사랑이 아니라면 무얼까. 


성의껏 놀아주거나 간식을 넉넉히 주는 순간보다는 손톱을 깎이고 치카를 시키는 순간이 훨씬 잦은데도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뒤끝 없이 내 손에 얼굴을 부비적대는 일. 시도 때도 없이 자꾸 치근덕 거리며 자신이 가진 온기를 나눠주는 일, 편하고 따뜻한 자리를 두고 굳이 내 옆 비스듬하고 좁은 자리에 자리를 잡고 몸 한 구석을 내 몸에 맞대는 일들 사랑이 아니라면.


내가 욕조에 몸을 담그고 있으면 세상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울어대고, 화장실 문을 닫고 변기에 앉으면 문이 열릴 때까지 앞을 지켜주는 일은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걱정이고 듬직한 사랑이다. 


발바닥을 만지고, 귀를 뒤집고, 머리 위에 장난감을 올리는 장난들을 그러려니 해 주는 일. 무엇보다도 가장 성가시게 자꾸 끌어안고 뽀뽀를 해 대는 짓을 조금은 참고 견뎌주는 일. 가끔 기분이 좋으면 먼저 다가와 뽀뽀를 해 주기도 하는. 어떻게 이게 사랑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내가 아픈 날, 외로운 날, 슬퍼서 자꾸 눈물이 나는 날 평소보다 오래, 차분히 내 곁을 지켜주는 느낌이 드는 것은 아마 우연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사랑이라고 믿는. 아니 분명 사랑인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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