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부는 바위틈에서 훌쩍
나에게 아웃도어 볼더링은 혼자 할 수 있는 운동이 아니다.
내 위치에 따라 패드를 옮겨주고, 스팟을 봐주고, 내가 미처 보지 못한 발 자리를 짚어주는 남편과 친구들이 있어서 완등을 한다. 아마 혼자라면 못 했을 많은 문제들을 그 사람들 덕분에 해냈다.
그러나 이 바위틈에서 나는 완전히 혼자.
오르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으면 뛰어내릴 패드도, 내 몸이 엉뚱한 곳에 떨어지지 않도록 잡아줄 스파터도 없다. 가까이서 날 도와주는 그 누구도 없이 바람만 쌩쌩 부는 틈 속에서 오르거나, 아니면 올라온 길을 다시 내려가거나. 선택도, 그 선택에 따른 행동도 나 혼자 해내야만 했던 외로운 클라이밍.
멀리서 날 응원해주는 사람들의 목소리도 바람소리에 묻히고 나는 한참이나 바위틈 속에서 콧물을 훌쩍이며, 달달달 떨리는 왼쪽 허벅지를 달래 가며 마침내 바위의 윗 모서리를 잡고 탑 아웃을 했다.
크고 높은 바위 위에서 풍경은 어쩜 그렇게 멋지던지. 그리고 콧물은 왜 그리고 흐르던지. 여전히 떨리는 다리를 애써 움직여 내려와 남편이 준비해 준 패드에 발이 닿고 나니 울음이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