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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녀미 Dec 18. 2019

봄을 기다리며

창가와 테라스를 가득 채울 나의 초록들

 가을이 되며 밖에 두었던 화분의 잎들이 하나 둘 누런 빛을 띠다 끝내는 떨어지더니, 12월에 되니 따뜻한 실내에서 지내는 식물들도 자꾸 잎을 떨군다. 오전에 겨우 서너 시간 드는 햇빛이나 순환되지 않는 실내의 공기로는 수많은 잎들과 잔가지를 유지하는 일이 버거운 모양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이 곳의 겨울이 건조하지 않아 좋다 생각했는데 집 안에 화분이 열댓 개를 넘어가다 보니 저녁마다 창가에 습기가 서리고 흙에는 곰팡이가 피었다. 겨울은 많은 것들의 돌봄에 애를 써야 하는 계절이다.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할 즈음 창가의 화분들도 눈에 띄게 성장세가 느려지기 시작했고 가뜩이나 해가 길고 더운 날들을 좋아하던 나로서는 여러모로 우울한 시기가 찾아왔지만 막상 한겨울이 되자 또 새로운 봄을 맞이할 생각에 준비가 바쁘다. 식물에게 봄과 여름이 새 잎을 내고 줄기를 뻗어가는 계절이었다면 겨울은 지난 시간 동안 열심히 키워온 줄기를 단단히 목질 화하고 에너지를 아껴가며 봄에 새눈 낼 준비를 하는 시기. 

나에게는 겨울을 맞아 정리한 가지들로 물꽂이를 하고, 식물들이 열심히 키워낸 씨앗들을 받아 보관하거나 곧바로 포트에 심어 모종을 준비하기도 한다. 늦여름에 병을 이기지 못하고 죽은 듯 보이는 가지만 앙상히 남은 수국에게도 이따금씩 물을 준다. 어쩌면 봄의 생명력이 저기에서도 새순을 틔워낼지도 모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 봄이 오면, 그래서 창문을 활짝 열어두고 지낼 수 있게 된다면 창가를 화분으로 가득 채워야겠다. 계란판 가득가득 파종을 해서 싹을 틔우고, 홈디포에 가서 포포 트렁크를 가득가득 채워 와야지. 쓰지 않을까 봐, 키우기 어려울까 봐 들이지 않았던 허브들도 맘껏, 고민하지 않고 데려 와야겠다. 아침에 눈 떠서 나의 초록색 테라스를 구경하는 건 나의 너무 큰 기쁨이 되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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