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 - Stone Flower

by Lo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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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어로 풀네임을 적으면 제목 글자수가 초과되어 부득이 한글로 적은 점 양해 바랍니다.

※ 이름에 대해서는 조빔, 요빙, 조빙 등 현지 발음에 따른 여러 해석이 있지만 저는 조빔 으로 하겠습니다.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은 브라질 보사노바 음악가입니다. 아마 '보사노바'를 개척한 사람 중 한 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텐데요, 이 뮤지션의 음악들을 들어보면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느낌을 받으실 수 있고 그 느낌이 바로 보사노바입니다. 마치 엘비스 프레슬리 음악을 들으면 로큰롤이 떠오르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 합니다.


이 음반의 첫 발매는 1970년입니다. 발매 당시에는 큰 성공을 거두진 못했습니다만, 그래도 빌보드 200 차트에도 들어가고, 당시 재즈앨범 차트에서는 18위까지 올랐다고 합니다. (참고로 이때 1위 했던 앨범은 Miles Davis의 앨범이었다고 하네요.) 상업적으론 별로였지만 비평가들 사이에서는 극찬이 있었고, 조빔의 전성기를 나타내는 작품으로 여겨졌습니다.


그 이후 CD를 포함하여 총 7번의 공식적인 재발매가 이루어졌습니다. 저는 2023년 5월, 6번째 재발매된 판본을 구매했습니다. 첫 재발매는 1990년에 이루어졌고 6번째에서 7번째 재발매 까지는 불과 4개월 걸린 것을 생각하면 당 앨범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가치를 인정받아 발견되는 숨겨진 명작이 아닐까 합니다.




♪A1. Tereza Meu Amor

'Tereza Meu Amor'은 포르투갈어로 '테레자 내 사랑'입니다. 이 곡은 따뜻하고 부드러운 세련미로 듣는 이의 귀를 사로잡습니다. 달달한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곡은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이 그의 아내를 위해 작곡한 곡입니다. 아내의 이름이 테레자 헤르마니(Tereza Hermany)입니다. 특이한 점은 이 곡에선 조빔의 피아노가 배경처럼 깔리기만 하고 트롬본이 메인 스트림을 이끈다는 점입니다. 그러면서도 피아노와 트롬본의 상호작용이 마치 듣는 이로 하여금 끊임없는 속삭임을 전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합니다. 조빔의 개인적인 성찰과 우아한 음악성의 균형을 잘 보여주는 곡입니다.



♪A4. Aquarela Do Brasil (Brazil)

이 곡,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곡입니다. 어릴 적, 예컨대 '걸어서 세계 속으로' 같은 교양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배경음악으로도 깔렸던 것 같기도 하고. 하여튼 익숙하지만 제목은 모르는 곡이었는데 이 앨범을 들으면서 알게 됐습니다. 이 곡은 아리 바로소(Ary Barroso)라는 브라질 고전 뮤지션 동명의 곡을 조빔이 재해석한 곡입니다. 흥겨운 퍼커션과 전자피아노의 리듬이 딱 들어도 브라질 느낌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특히 여기에 사용된 전자피아노는 로즈 일렉트릭 피아노라는 물건으로, 인터넷에 조금만 검색해 봐도 얼마나 역사 있는 악기인지 알 수 있습니다. 저는 자이언티가 노래 '양화대교'에서 사용해서 알게 되었는데, 여기서 이렇게 듣게 되니 많이 더욱 반가웠습니다.



♪B1. Quebra-Pedra (Stone Flower)

앨범명이자 타이틀곡인 Stone Flower의 원제는 Quebra-Pedra입니다. 사실 이 단어 자체는 영어로 직역하면 "Stone Breaker", 우리말로는 "석공" 정도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Quebra-Pedra는 브라질에서 자생하는 실제 식물 이름으로, 특히 험난한 바위투성이 환경에서 자라며 강한 회복력과 생명력을 상징합니다. 이 식물은 극한의 조건에서도 살아남는 생명력 덕분에 브라질 민간에서는 약용으로 사용되며, 회복과 재생의 이미지를 갖습니다.

원 제목과 달리 영어로 번역될 때 '돌 꽃'이라는 상징적인 표현이 선택되었습니다. 조빔이 이 제목을 선택한 이유는 명확히 알려져 있지 않으나, 시적허용을 담았다고 해석됩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피어나는 이 식물처럼, 당시의 시대적 어려움 속에서도 섬세하고 아름다운 작품을 탄생시켰음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입니다.



♪B5. Sebia

나는 돌아갈 거야

언젠가 반드시 돌아갈 거야

나의 그곳으로

그곳에서, 여전히 그곳에서

나는 들어야만 해

새 한 마리가 노래하는 소리를


나는 돌아갈 거야

언젠가 반드시 돌아갈 거야

나는 누울 거야

더 이상 없어진

야자수 그늘 아래에



갑자기 시 한 편 적은 건 아니고요, 노래에 나오는 가사입니다.

마지막 트랙인 Sebia는 그리움이라는 주제를 담고 있습니다. 노래가 발표됐던 1968년에는 브라질의 군사독재 시기였습니다. 우리나라도 그랬듯, 당시 브라질도 예술적 문화적 표현을 엄격하게 검열했다고 합니다. 해당 노래의 작사가인 치코 부아르케(Chico Buarque)라는 뮤지션도 정치적 박해를 피해 이탈리아에서 시간을 보내며 위와 같은 가사를 지었다고 전해집니다. 단순한 멜로디이지만 가사와 함께 음미했을 때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은, 사색에 빠지는 그런 음색을 들려줍니다.




조빔의 대표곡을 꼽으라면 단연 "The Girl from Ipanema"가 빠질 수 없습니다. 조빔은 이미 이 곡을 통해 글로벌 보사노바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으며, "Stone Flower"를 포함한 이후 앨범들이 해외 팬들에게 주목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습니다. 조빔은 이 앨범을 통해 보사노바라는 장르가 가질 수 있는 한계를 뛰어넘음과 동시에 자연 과 인간의 내면을 탐구한 또 하나의 걸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Stone Flower"는 그가 단순한 음악적 성공에 얽매이지 않고, 음악적 깊이와 실험성을 추구하는 뮤지션임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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