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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BM Sep 16. 2021

새내기에서 청년공동체 대표가 되기까지, 김혜나

< 잘 될 인터뷰 시즌2 > 프로 활동러들의 이야기

스무 살의 한 청년, 처음에는 그도 여느 청년들과 다름없이 서울을 원했다. 서울에 가고 싶었고 서울에서 더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선배의 제안으로 한 축제를 기획하는데 합류한다. 그가 대표로 선임되기까지의 여정은 이때부터 시작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세종시를 거치면서 많이 성장했다고 느낀다는 김혜나님. 어떤 과정들 마주했으며 어떻게 성장했을까?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에디터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김혜나님의 모습


내가 어딘가에서 하는
말과 행동이 누군가의 기억에는
굉장히 오래 남는구나.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한 번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2021년 8월부로 세종청년네트워크(이하 ‘세청넷’) 2대 대표로 선임된 김혜나라고 합니다. 



2019년, 대전세종연구원에서 진행하는 대전세종청년성인지 연구에 참여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어떤 활동이었는지 간단하게 소개해주세요!


대전세종연구원에서 대전과 세종 지역의 청년들이 지역주민 인터뷰, 그리고 포토보이스 기법을 가지고 청년인구 감소를 조사하는 활동이었어요. 지역을 떠나는 청년들, 그중에서도 여성 청년들이 왜 이 지역을 떠나는지에 대해서 세종과 대전을 연구했어요. 팀원들과 함께 조사하고 해석하며 최종 결과 보고서까지 제출하는 과정을 거쳤어요.



어떤 계기로 참여하게 되셨나요?


원래 알고 지냈던 강기훈 이사장님의 추천이 계기였어요. 이전에 이사장님과 함께 해커톤 행사에 참여한 적이 있는데 이사장님이 당시 제가 했던 이야기들로 '혜나는 이런 주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구나.' 하고 파악하고 참여 제안을 주셨다고 말씀하셨어요. 그 이야기를 듣고 '내가 어딘가에서 하는 말과 행동이 누군가의 기억에는 굉장히 오래 남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에 따라서 저에게 기회가 오는가, 아닌가가 판가름 나는 만큼 매 순간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느꼈고요. 



해당 활동을 하면서 느낀 점이나 기억에 남는 일화 같은 것들이 있는지 궁금해요.


'세종팀은 방향을 잘못 잡으신 것 같다. 다시 고민해보시면 좋을 것 같다.' 저희가 1차 보고 때 들은 평이에요. 절망스럽기도 했는데 한편으로는 많은 도움이 됐어요. 평소에 지역 청년과 여성 의제에 대해서 굉장히 관심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이에 대한 부정적 피드백을 한 번 받으니까 생각이 확 깨졌어요. '이 분야에 대해서 잘 안다고만 생각하고 열심히 공부할 생각은 안 했구나.'라는 경각심을 갖게 된 계기였죠. 

 

이후에 대전세종연구원에서 조사원으로도 일하셨다고 들었는데, 앞서 언급한 프로젝트와 연관이 있는 일이었나요?


처음에는 몰랐는데 연관된 거였어요. (웃음) 연구원에 계시던 박사님께서 프로젝트 마지막 발표 때 제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고 하셨어요. 그리고는 '여름에 휴학하면 대전의 연구원에서 일해 볼래요?'라고 제안 주셔서 일하게 되었어요. 거기서 했던 일도 대전 청년들의 성인지 감수성을 조사하는 비슷한 맥락의 연구였어요. 그리고 다음 해에는 세종팀의 박사님께서 같이 일을 해보자고 하셔서 대전세종연구원의 세종연구실에서도 일했어요. 이때, 정말 한번 할 때 제대로 해야 거기서 끝나지 않고 또 다른 프로젝트와 사람으로 연결이 된다는 걸 느꼈어요. 그래서 말과 행동을 더욱 잘해야겠다고 다시 한번 생각했죠.

 

대전세종연구원 발간물에 조사원으로 이름이 기입되어 있다.


오히려 서울로 가니까
제가 할 수 있는 게 더 없더라고요.

 


좋은 경험이었을 것 같아요. 지역에서 조치원 봄꽃축제, 빨간망토의 크리스마스파티, 플레이가든 등 행사 기획에도 다양하게 참여하셨는데 이 과정에서 느낀 것이 있나요?


대학교 1학년 때 꿈이 콘서트 및 축제 기획자였어요. 그때는 학교 근처에서 제가 하고 싶은 것들을 못 하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서울로 가니까 할 수 있는 게 더 없었어요. 오히려 여기서 하고 싶은 걸 다 할 수 있는 거예요. 그래서 1학년 때 조금 방황했지만 이후엔 이 지역에서 제가 하고 싶은 것들을 많이 시도했던 것 같아요.


조치원 봄꽃축제는 선배의 추천으로 함께하게 됐는데 그 이후로 '여기서도 잘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하지만 동시에 이 생각이 오히려 나를 더 좁게 만들 수 있겠다는 점도 유념하려 해요. 제가 잘해서 돋보이는 게 아니라 이 지역에 무언가 없어서 비춰지는 스포트라이트가 분명 있다고 생각해요. 그걸 아는 게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이 생각을 안 하면 내가 잘났다는 태도가 생기기 쉽잖아요. 감사하게도 저는 그럴 때마다 이 태도를 깨부숴주는 일이 늘 있었어요. (웃음)


<2020 문화기획학교 성장혁신스쿨> 성과공유회 중 촬영한 사진


더 매력적이고 단단한
세청넷을 만들고 싶어요.


세청넷에 6기부터 9기까지 계속 함께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저는 매니저단을 하고 안 하고 차이가 아주 컸어요. 매니저단을 하기 이전에는 학교에 있으니까 학교 근처에 있는 활동을 하나라도 더 하자는 마음으로 참여하면서 딱히 큰 의미를 두지 않았어요. 


그런데 매니저단 제의를 받고 나서는 함께하는 이유가 생겼어요. 매니저단은 팀원들과 함께 짜 놓은 판 위에서 사람들이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는 자리인 것 같아요. 열심히 짜 놓은 판 위에서 사람들이 한 시간이든 두 시간이든 혹은 하룻밤이든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는 게 중독성이 강해요. 그래서 매번 ‘맞아. 내가 이래서 매니저단 한다고 했지. 내가 이래서 이번 학기도 여기에 있지.’라는 생각들이 저를 세청넷으로 이끌어요.


세청넷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인 곳이라는 게 특별한 점이라고 생각해요. 금전적 이익을 바라는 게 아닌 '순수하게 활동하고 싶어서 온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는 게 세청넷을 더 매력적으로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그래서 계속 함께하는 게 아닐까 싶네요.

 

세종청년네트워크 2대 대표로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있는데 다짐 한마디를 해본다면?


더 매력적이고 단단한 세청넷을 만들고 싶어요. 대표가 바뀐다는 게 저에게도 물론 큰일이지만 저보다도 원래 있던 분들에게 더 큰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이전의 대표님과 완전히 같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완전히 새로울 수도 없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 사람들이 세청넷을 사랑했던 이유를 잃지 않도록 유지하되, 저만의 무언가를 시도해보려는 다짐이 있어요.


2021 세종청년네트워크 정기 총회 당일

 

지역에서 활동을 이어갈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이 무엇이라 생각하세요?


‘내가 필요한 곳이라는 감각’이라고 생각해요. 처음의 저에게는 원동력이라는 게 없었어요. 제가 잘하는 것 같지 않고 속된 말로 아다리가 맞아서 굴러가고 있는 느낌이 들었어요. 내 능력이 뛰어나서 일이 풀리는 게 아니라 조치원이라는 장소의 특성 덕분에 지금까지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고민이 정말 많았죠. 


그러던 중 작년에 세청넷 매니저단을 하던 때였어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왁자지껄 기획해오던 것들을 전면 취소하고 매니저단끼리 긴급회의를 굉장히 많이 했어요. 그때 문득 제가 여기의 한 구성원이라는 게 너무 감사한 거예요. 밖에서 봤을 때는 이 긴급상황이 아무렇지 않은 일일 수 있는데 조치원과 세청넷, 매니저단에게는 너무나도 중요한 일이잖아요. 그런 중대한 일을 제가 함께 일구어 나가고 있구나 싶더라고요. 그 순간 '아, 내가 여기 필요하구나. 내가 이렇게 속해 있는 게 이 지역과,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에게 세종시는 [        ]다.


나에게 세종시는 [ 인큐베이터 ]다.

세종시를 거치면서 저에게 많은 변화가 있었어요. 세종시가 아직은 완전한 곳이 아니지만 세종시라는 그 자체만으로 저에게 많은 성장의 기회를 주었거든요. 갓 성인이 되었을 때 이곳에 와서 너무나도 많은 것을 배웠고 단단해졌기 때문에 이렇게 지어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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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후기


스치는 인연도 소중하게 여겨야 하는 이유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종종 사람들은 ‘어차피 한번 보고 말 사인데 뭐~’와 같은 말을 한다. 하지만 그 인연이 앞으로 쭉 더 나아가 평생 이어질지는 그 누구도 모르는 일. 그러므로 우리는 스치는 인연과 찰나의 순간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알 필요가 있다.


이 지역이 무언가 없어서 자신이 1을 가진 사람이라도 5를 가진 사람처럼 보이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김혜나님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지역에서 할 수 있는 만큼 끊임없이 시도하되 이 지역이라서 할 수 있다는 점, 동시에 기회를 주는 지역에 대한 감사함을 늘 유념할 필요가 있다.


<잘 될 인터뷰>는 무한한 가능성과 능력을 가진 이들을 응원하는 취지로 만들어졌습니다. 잘 된 사람, 특별한 사람만을 인터뷰하는 기존의 방식을 뒤집어 ‘잘 될 누군가’를 인터뷰함으로써 우리 모두가 잘 될 가능성을 지닌 사람들임을 부각하고자 합니다. 지역 청년을 청년희망팩토리가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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