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게 털어놓기도 했고,
나보다 오래 산 사람들의 말을 경청해보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마음 한편에 작은 기대를 품었다.
‘이번엔 혹시, 내가 원하는 말을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이번엔 진짜 나한테 맞는 조언이 나올지도 몰라.’
하지만 결과는 늘 같았다.
그 누구도 내가 정말 듣고 싶었던 말을 해주지 않았다.
그들이 틀린 말을 한 건 아니다.
그 조언들은 나름의 정성과 배려에서 온 것이었고,
그 나름의 논리와 현실을 담고 있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나는 계속 허전했다.
정말 그 말이 맞는 것 같아도
마음이 고요해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혼란스러웠다.
“다들 말이 다른데, 나는 뭘 믿어야 하지?”
“이 사람 말대로 해볼까?
아니면 저 책에서 본 방법이 더 나을까?”
그렇게 하루가 가고
한 달이 지나고
상처는 조금씩 덧나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 날,
혼자 앉아 있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원하는 대답은,
애초에 누군가의 입에서 나올 수 없는 거 아닐까?”
그때 처음 알았다.
내가 지금까지 바란 건 ‘조언’이 아니라
이해와 응원, 공감이었다.
지금 포기해도 괜찮고
선택이 틀리지 않았고
네가 그렇게 느끼는 건 당연하다는 말.
나는 그 말들을
누군가에게서 듣고 싶었다.
하지만 동시에
나조차 그 말들을 나에게 해주지 않고 있었다.
사실 우리는 알고 있다.
지금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어떤 마음을 따라야 할지,
무엇이 나에게 진짜 필요한 건지.
그런데 무섭다.
그 선택이 틀릴까 봐.
남들이 뭐라 할까 봐.
혼자만 다른 길을 가는 것 같아서.
그래서 계속 밖에서 허락을 구하고,
누군가가 대신 책임져주길 바라는 거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 누구도 나를 대신해
나의 마음을 정확히 들여다볼 수 없다.
그 누구도 내 인생을 대신 살아줄 수 없다.
그 누구도 내 감정을 정확히 해석해 줄 수 없다.
그리고 그 누구도
내가 정말 듣고 싶은 말을
나보다 더 잘 알 수는 없다.
나는 내가 가장 두려웠던 말들을
조심스럽게 나에게 건네보기로 했다.
“지금 네가 느끼는 감정, 그 자체로 충분해.”
“남들이 뭐라 해도, 너는 너의 리듬대로 살아도 돼.”
“모든 걸 잘하지 않아도 괜찮아.
지금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넌 참 대단해.”
처음에는 이 말들이 너무 어색했다.
오히려 낯설고, 뻔하고, 위로 같지 않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 말들이 내 마음 깊숙한 곳을 부드럽게 풀어주기 시작했다.
이제는 알겠다.
내가 정말 필요했던 말은
누군가의 입에서가 아니라
내 안에서 나오는 말이어야 한다는 걸.
진짜 나의 위로,
진짜 나의 허락,
진짜 나의 결정은
언제나 내가 나에게 해줘야 할 몫이라는 걸.
지금도 나는
불안하고, 흔들리고, 때로는 방황한다.
그래서 여전히 조언을 구할 때도 있다.
하지만 더는 그들의 말에 나를 맞추지 않는다.
그 말들을 거쳐
마지막엔 꼭 나에게 묻는다.
“정말 나는, 지금 이 선택이 좋은가?”
“지금 나는, 이 말을 듣고 마음이 편한가?”
“지금 나는, 나에게 정직했나?”
그리고 그 대답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나’만이 해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