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통수가 얼얼하다

by 로컬조이 LOCALJ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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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일도 없었는데, 하루 종일 뒷통수가 얼얼했다.

대단히 힘든 하루도 아니었고, 누가 나를 미워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특별히 마음을 다친 일도 없었다.

그런데 왜인지 계속 머리 뒤쪽이 무겁고 시큰거렸다.


누군가는 말한다. “그냥 피곤한 거야.”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런 날은 마음도 따라 얼얼하다.


말수가 줄고, 소리도 듣기 싫어진다.

누가 괜찮냐고 물어도 “응”밖에 대답이 안 나오고,

나도 나한테 무슨 기분인지 설명할 수 없어 조용히 입을 다문다.


그럴 때 나는 주로 오래된 대화들이 떠오른다.

참으면서 넘겼던 말들,

웃으며 무시했던 상처들,

그날은 분명 아무렇지 않았는데

지금 와서야 마음에 고드름처럼 매달린 장면들.


가끔은 그게 참 억울하다.

왜 나는 그때 제대로 화내지 못했을까.

왜 나는 그 순간 내 마음을 지켜주지 못했을까.

그래서 지금 와서야 뒷통수가 얼얼한 걸까.


몸은 똑똑하다.

감정을 숨기면 꼭 신호를 보낸다.

누구에게 말하지 못한 무언가가 쌓이면,

어깨가 무겁고, 가슴이 답답하고, 뒷목이 얼얼해진다.

그건 내가 지금 제대로 나를 안아주지 못하고 있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말한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

그건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런데 그 말에는,

그 시간 동안 내가 얼마나 참아야 하고,

얼마나 스스로를 안아줘야 하는지는 빠져 있다.



시간이 흘러도 돌보지 않으면 아물지 않는다.

그 상처는 기억 속에서 자라고,

어느 날, ‘그때 괜찮았던 척했던 나’를 다시 마주하게 된다.


그래서 이제는 얼얼한 감각을 애써 넘기지 않기로 했다.

그게 나에게만 들리는 신호라도,

그 순간만큼은 진심으로 들어주기로 했다.


나는 조용히 물었다.

“너 지금, 무슨 마음이야?”


곧장 대답이 오지는 않았지만,

어디선가 작은 속삭임이 들려왔다.

“그날 사실 너무 외로웠어.”

“사실은 많이 서운했어.”

“그때 웃었지만, 진짜는 그게 아니었어.”


마음은 시간을 두고 말한다.

그걸 애써 묻으면 아픈 신호로 돌아온다.

그래서 나는 이제, 얼얼한 뒷통수를 쓰다듬어준다.

늦었지만, 이제야 제대로 들어보려 한다.


괜찮지 않았던 순간들을.

그저 넘겼던 장면들을.

나만 알고 있었던 감정들을.



누군가가 등을 토닥여 주는 것처럼,

조용히 내 마음을 만져주는 시간.



“지금은 좀 쉬어도 돼.”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많이 애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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