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살기 바쁘면 아플 시간도 없어요.”
어떤 날, 한 지인이 이렇게 말했다.
그 말이 왜 그렇게 아프게 들렸는지 모른다.
그건 단순한 농담이 아니었다.
그건 삶의 현실이었고,
우울함조차 외면해야 했던 누군가의 진심이었다.
사람들은 말한다.
“우울증은 감기 같은 거예요.”
“누구나 앓을 수 있어요.”
“창피한 게 아니에요.”
하지만 나는 묻고 싶었다.
감기처럼 쉬어도 되나요?
감기처럼 병가를 내도 되나요?
감기처럼 일주일쯤 멈춰 있어도 괜찮은가요?
우울증은 감기라고 하면서
정작 우울해진 사람에게는
“버텨야지”, “나약하다”, “유난 떤다”는 말이 따라온다.
밥벌이 앞에서,
가장의 책임 앞에서,
‘미루면 안 되는 일’들 앞에서
우울은 참을 수밖에 없는 감정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우리는
오늘 할 일을 미루지 않기 위해,
눈치 보이지 않기 위해.
그렇게 말하게 된다.
“지금은 아플 시간도 없어요.”
그래서 어느 순간,
나는 내 마음이 아픈지도 모르고
그냥 살았다.
그렇게 감정은 감춰지고,
우울은 미뤄지고,
견디는 일이 우선이 된 삶.
그게 너무 오래 이어지면
나중엔 아파도 아픈 줄 모르게 된다.
울고 싶어도 눈물이 안 나고,
힘들어도 말이 안 나오는 지경에 이른다.
쉬지 못하는 사람에게 감기는 생명에 위협이 된다.
그러니 너무 쉽게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냥 병원 가봐.”
“약 먹으면 나아.”
“다 그런 거야.”
이런 말들은
하루하루를 견뎌야 하는 사람에게는
사치처럼 느껴지는 말들이다.
아픈 내 감정을 미루지 않고 바라보는 일.
살기 바쁘다고,
간절하다고,
그래서 덮고만 있지 않고
잠시라도 내 마음의 소리를 듣는 연습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