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잘해줄 거라고 믿었다.
이번만큼은, 이번 일만큼은 잘 돌아가겠지 싶었다.
내가 신경 덜 써도,
저쪽에서 상식선에서 움직여주겠지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또 내가 챙겨야 했고,
또 내가 부딪혀야 했고,
결국 또 내가 책임져야 했다.
너무 화가 났다.
화가 나서 머리가 지끈거리고,
화가 나서 아무 일도 하기 싫어졌다.
짜증이 온몸에 퍼졌다.
그래서 결국,
나를 걱정해서 전화한 엄마에게
툭 하고 짜증을 내버렸다.
그럴 생각은 아니었는데.
그 순간만큼은 그냥 누구든 내 말 좀 들어줬으면 했는데. 엄마였다는 게 더 미안했고,
미안하니까 또 짜증이 났다.
그렇게 오늘 하루는
실처럼 꼬이고
타래처럼 엉키고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도 모르게 꼬였다.
‘내가 기대를 너무 많이 했나?’
‘내가 기준이 높은 건가?’
‘그냥 내가 예민한 건가?’
아무리 생각해도 아니다.
그건 상식의 문제였다.
기본적인 책임감, 기본적인 역할
누군가에게 일을 맡기면
그 사람이 최소한 해야 할 것들.
그걸 안 해놓고 태연한 모습을 보면,
실망과 분노는 동시에 밀려온다.
그래서 더 짜증이 난다.
상식적인 선도 지켜지지 않을 때,
그걸 또 내가 감싸야 하나 싶을 때,
모든 게 다 지긋지긋해진다.
포기하고 싶어진다.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싶고,
누구도 만나기 싫고,
내가 하던 일마저도 내려놓고 싶어진다.
그런데 참 이상한 건,
그런 마음마저도 또 짜증이 난다.
‘왜 나는 이걸 감당 못하나.’
‘왜 나는 이정도에도 흔들리나.’
‘왜 또 이런 고비인가.’
멈추고 싶다
무언가를 풀려고 하지 않고,
그냥 그 자리에 주저앉고 싶어진다.
‘이 실타래, 나중에 풀까.
지금은 좀 가만히 있고 싶어.’
꼬여버린 마음을
성급하게 풀려고 할수록
실은 더 조여온다는 걸
나는 몇 번의 고비 끝에 알게 됐다.
가끔은 그냥 그대로 두는 것도 방법이다.
감정이 한참 울컥거릴 땐
‘어떻게든 정리하려는 마음’조차
나를 더 조급하게 만든다.
그냥 앉아서
“지금 짜증 난다, 머리 아프다, 다 싫다”
그걸 그대로 인정해주는 일.
그게 첫 번째 실을 푸는 일일지도 모른다.
누군가의 실망스러운 행동은
내가 만든 일이 아니니까
그 책임까지 내가 짊어지지 말고
지금 내 마음이 복잡한 건
누군가를 너무 믿어서가 아니라,
그만큼 진심이었기 때문이라고.
그걸 나만큼은 알아줘야 한다.
내 마음을 풀어야 한다.
머리보다 먼저
‘괜찮아, 지금 이 감정 그대로 괜찮아’
라고 말해주는 것부터 시작해 본다
그렇게 오늘을 넘기고 나면
조금씩 풀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