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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컬키트 localkit Dec 11. 2024

“익산이 어디야?”라는 물음에 답하는 청년들 (2)

익산 중앙동에는 다른 지역에서 온 청년들을 열렬히 환영하는 곳이 있다. 바로 청년마을 ‘지구장이 마을’이다. 지구장이 마을은 ‘지구를 위한 기술을 가진 장인’이란 뜻을 가진 ‘그린크래프터’를 육성하고 있다. 필자는 “익산이 어디야?”라는 청년들의 물음에 답하고 있는 지구장이 마을 운영진 권순표 대표, 김옥초 매니저, 송엘리야 매니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 왼쪽에서부터 권순표 대표, 송엘리야 매니저, 김옥초 매니저 순서이다.


초 : 안녕하세요. 저는 지구장이 마을에서 이것저것 담당하는 김옥초 매니저입니다. (웃음)

엘 : 저는 지구장이 마을에서 홍보를 담당하는 송엘리야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

표 : 저는 지구장이 마을의 대표 권순표입니다. 대외적인 조정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지구장이 마을이 참여하고 있는 청년마을 사업은 현재 지방 곳곳에 39개의 마을이 운영 중이다. 청년마을 사업의 기초적인 운영 방식, 그리고 여타 청년마을과 다른 지구장이 마을만의 차별점을 들어보았다.


Q : 청년마을 운영은 어떻게 이뤄지나요?

표 : 청년마을은 행정안전부 주관 사업으로, 선정이 되면 딱 3년 운영하게 돼요. 연장 신청 같은 것은 없기에 이후 운영 여부는 각 단체의 자유에 맡겨져요. 마을 대표는 시 조례별로 다르긴 한데 만 20세부터 만 30세까지 지원할 수 있어요.


Q : 지구장이 마을 인스타그램을 보았을 때, 월별로 청년마을 프로그램이 달라지더라고요. 청년마을은 단기적인 프로그램만 존재하는 걸까요?

표 : 맞아요. 단기적인 경험을 쌓아서 장기적으로 청년들이 지방 도시에 머물게 하는 것이 행안부의 취지예요. 청년마을은 ‘관계 인구’를 형성하는 취지로 만들어졌어요. 청년마을 프로그램을 통해 각 도시는 외부 청년들과 관계를 맺게 돼요. 관계를 맺음으로써 청년들이 향후 지방 도시로 내려가고자 할 때 고려할 수 있는 선택지가 되도록 하는 거죠. 자신의 거주지를 옮길 때 선택지가 되는 것은 자신과 관계가 있는 곳이니 말이에요. 실제로 지방 도시에서 사는 경험을 해보고 내려와서 사는 청년들의 사례가 많아요. 이 때문에 정부가 주도해서 청년마을 사업을 추진함으로써 청년들이 지역에 내려와 한번 살아볼 수 있는 창구를 만들어주었어요.


Q : 다른 청년마을과 비교했을 때 지구장이 마을만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표 : 다른 청년 마을은 보통 ‘쉼’이 주제인데 저희는 힘들게 고생하는 게 주제에요. 여기 오면 놀지 않고 하루 종일 작업을 해야 해요. 새벽 2시까지 작업했던 적도 있고, 작업 마감일이 다가와 아침 9시에 시작해서 5시에 끝나기도 해요.


Q : 다들 그런 활동을 즐기던가요?

표 : 이런 것을 기대하고 일부러 오신 분도 있고, 전혀 모르고 오신 분들도 있어요. 하지만 결국엔 해내야 하는 걸요! 결국에는 다들 좋아하더라고요.


Q. 참가자 연령대는 어떤가요?

초 : 작년에는 30대 초반이 많았다면 올해는 조금 연령대가 낮아졌어요. 20대가 압도적으로 많은 편이에요


지구장이 마을은 청년마을 운영 2년 차에 접어들며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다. 친환경과 제로웨이스트를 바탕으로 휴식 활동 ‘익산 4REST’, 구제 가게에서 옷을 대여하여 익산 여행 룩북을 제작하는 ‘구제 of 익산’, 셀프 인테리어를 체험해 보는 ‘월간장이’ 등등. 하나의 프로그램만 참여할 수 있는 참가자 시각이 아닌,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해 온 운영진에게 있어 기억에 남는 프로그램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했다.



Q. 세 분 각자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그램은 무엇이었나요?

표 : 참가자들이 누가 기억에 남느냐 하면 셀프인테리어 프로그램인 것 같아요. 대부분의 프로그램은 매니저님들이 운영해 주시는데, 셀프인테리어는 제가 직접 현장에 들어가 가르쳐야 했거든요. 프로그램 전체로 보면 준비하며 가장 힘들었던 ‘청년은 맵다’ 축제가 제일 기억에 남습니다.

엘 : 저는 서각 프로그램이 제일 기억에 남아요. 나무 판에다가 직접 깎아서 조각하는 활동이었는데, 참가자들이 일주일 만에 배워 자기 작품을 만들었어요. 짧은 시간에 어려운 서각을 해내는 게 무척 힘들었는데 말이죠. 

초 : 저도 서각 프로그램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이때 친구들이 마지막 날 새벽 6시까지 작업을 했었어요. 청년마을에 공짜로 와서 솔직히 하기 싫으면 요령 피워서 갈 수도 있는 데 다들 진심으로 만들고 가서 되게 인상 깊었어요. 이 작품(사진) 말고도 친구들이 익산에서 5월, 6월에 태어난 신생아 10명의 도장을 직접 파서 만들어줬었어요. 도장 증정식 때 부모님 중 한 분이 신생아랑 같이 오셨는데, 친구들이 자신이 만든 걸 주면서 울더라고요. 

엘 : 아 그리고 구제 프로그램도 기억에 남아요. 제가 직접 기획한 첫 프로그램이라 인상 깊었어요. 익산에 구제 가게가 정말 많아서 익산의 지역성이 두드러지는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기억에 남기도 하고요. 


Q : 익산에 구제 가게가 많은 이유가 무엇인가요?

초 : 중앙동이 일제 강점기부터 양장 산업이 활성화되며 의류 산업이 되게 발달했어요. 그러면서 수선집, 구제 가게 등 옷과 관련된 상권들이 자연스레 형성되었죠.

표 : 쌍방울 기업 때문에 그럴 수도 있어요. 그 공장이 익산에 있었거든요.



청년마을에서 기획했던 가장 최근의 프로그램은 바로 ‘청년은 맵다’ 축제였다. 청년의 날을 맞아 기획했던 행사로, 불닭볶음면을 아이템으로 활용하여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며 성황리에 끝날 수 있었다. 필자의 거주지에서도 청년의 날 축제를 진행하였는데, 그때 본 축제와 ‘청년은 맵다’ 축제는 사뭇 달라 보였다.


Q. ‘청년은 맵다’ 축제의 기획 과정이 궁금해요.

표 : 저희는 ‘맵다’라는 단어에 여러 의미가 담겨있다고 보았어요. ‘매운 시절’이라는 말에서는 되게 힘든 시절을 가리켜요. 반면 ‘사람이 맵다’라고 표현할 때는 그 사람이 어떤 일을 잘하고, 알차다는 의미로 쓰이죠. 그래서 희가 사연 공모를 할 때 자신이 힘들었던 시절과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것에 관한 이야기를 받았어요. 웃어른들이 청년 하면 생각하는 게 청년들은 힘들다는 느낌이 강해요. 근데 저희 지구장이 마을은 단순히 청년들이 힘든 시절을 보내고 있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만이 아니라, 청년들도 매운 구석이 있는 알찬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엘 : ‘맵다’라는 축제 이미지에 맞게 불닭볶음면 후원을 받아 축제를 진행하였기에 축제가 좀 더 청년다워질 수 있었어요. 불닭볶음면은 어르신들보다는 청년들이 즐겨 먹는 음식이니까요. 다들 불닭볶음면을 핵심으로 축제를 진행한다는 것에 관심을 많이 가지셨어요.


Q. 불닭과 익산이 어떤 관련이 있나요?

표 : 익산에 삼양라면 공장이 있어요. 그래서 저희가 홍보할 때도 신선한 불닭을 맛볼 수 있다고 홍보하곤 했죠. 


Q. 다른 지역에서도 청년 축제를 진행했는데 익산만의 차별점은 무엇이었을까요?

초 : 다른 지역들도 똑같이 청년의 날을 맞아 청년 축제를 했으나, 대부분 비슷한 형식을 갖추고 있어요. 연사를 초청해서 토크 콘서트를 하고, 시장님이 축사하고, 공연하고… 결국에는 ‘청년’만을 강조하며 다른 키워드는 갖고 있지 않아요. 하지만 저희는 ‘불닭볶음면’이라는 아이템을 활용하여 청년의 매움을 보여주자는 목적에 맞게 이미지를 갖추고, 프로그램을 기획했죠. 이게 큰 차이점이라고 생각해요. 확실한 주제가 있다면 가지는 계속해서 뻗어나가거든요. 



관계 인구를 늘리기 위한 목적으로 추진하는 청년마을 사업을 운영 중인 세 사람은 익산과 언제부터 관계를 맺었을까? 마지막으로 그들에게 익산이란 공간은 어떠한 곳인지 물었다.


Q : 세 분의 고향은 익산인가요?

초 : 네 저는 익산이에요.

엘 : 저는 인천이 고향입니다.

표 : 저는 전라북도 정읍이에요.


Q : 그럼 두 분(엘, 표)은 왜 익산으로 오시게 되었나요?

엘 : 전 인천에서 계속 살다가 익산에 내려온 지는 3년 정도 되었어요. 예전부터 다른 지역에 살아보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는데, 친한 언니가 익산에서 한번 살아보는 건 어떠냐고 권유했어요. 언니 말을 듣고서는 언니네 집에서 일주일 살기를 해봤죠. 그때 익산이 무척 마음에 들어서 바로 내려오게 되었어요!

표 : 저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에 취업하여 있다가, 창업하고 싶어져서 여기로 내려왔어요. 이곳저곳 여건을 조사해 보니 익산이 가장 낫겠다 싶어서 오게 됐죠.


Q. 익산에 어떤 수식어를 붙여주고 싶나요?

표 : 저는 익산이 ‘처음 맞닥뜨리기 좋은 도시’라고 생각해요. 익산역에 내려서 봤을 때 보이는 익산은 되게 별거 없어 보이지만 발달한 도시이기도 해요. 시내에 가면 휘황찬란한 빌딩들이 있고 ‘여기 강남아냐?!’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근데 또 차로 5분만 가면 호남평야가 쭉 펼쳐지죠. 노을을 평야에서 볼 수 있는 도시가 몇 개 없는데 그중 하나가 익산이에요. 평야 끝에 떨어지는 노을이 정말 예뻐요. 

익산은 도시와 농촌 모두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농촌에 살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한 번쯤 머물러봐도 좋고, 서울에 가서 살아보고 싶은 청년들이 한 번쯤 머무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익산이 경계선인 거죠. 경계인 익산에서 한번 살아보면서 농촌 생활이 괜찮으면 좀 더 시골로 가보고…또 도시가 잘 맞는 것 같으면 서울로 한번 가보는 거죠. KTX 타고 가면 금방이니까요. 넷플릭스 고르다가 딱 하나 보려고 하면 내릴 때가 돼요.

엘 : 저에게 익산은 ‘따뜻한 도시’에요. 전 타지에서 왔는데 이곳 사람들은 참 정이 많다고 느껴요. 다들 많이 챙겨주기도 하고, 초쌤은 음식으로 혼쭐을 내주기도 하고요. 저희 지구장이마을에 오면 다들 살쪄서 가요. 정말로요. 인천에 살 때는 사람들 사이에 경계가 있는 것처럼 느껴지곤 했는데, 익산에 와서는 사람 간의 경계를 덜 느꼈던 것 같아요.

초 : 익산은 ‘발굴의 도시’ 같아요. 청년마을 프로그램에 참여한 친구들이 하나 같이 하는 말이, 익산역에 도착하자마자 조용하고 재미없는 도시라고 생각했대요. 익산역이 있는 곳이 원도심이라 정말로 뭐가 없거든요. 근데 친구들이 프로그램을 통해 익산 이곳저곳을 다니다 보면 숨겨진 재밌는 곳, 예쁜 곳을 많이 알게 되죠. 그래서 떠날 때는 처음 왔을 때와 다른 생각을 갖게 되어요. 지구장이 운영진들도 아직 익산 안에 모르는 곳, 가보지 못한 곳이 있거든요. 오히려 프로그램 친구들이 먼저 다녀와서 저희에게 알려주는 때도 있어요. 익산은 아직도 발굴할 게 많은 도시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발굴의 도시’라는 수식어를 붙이고 싶네요.



지구장이 마을은 오늘도 익산이 낯선 외부인들을 반기며 “익산이 어디야?”라는 물음에

처음 맞닥뜨리기 좋은 도시,

따뜻한 도시,

발굴의 도시라고 답한다.







·사진: <local.kit in 전북> 산업팀 권현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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