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테르: 예술인의 이상을 현실로 연결하는 제5의 원소

공명성 아이테르 대표님

by 로컬키트 localkit

“꿈꿀 수 있다면, 그것을 실현할 수 있다.”


꿈 속에서 보았을 법한 환상을 스크린으로 고스란히 옮긴, 애니메이션 시대의 개척자 월트 디즈니의 어록 중 일부이다. 동시에 모든 예술인들이 본인들에게도 해당되길 간절히 바라는 꿈과도 같은 한 마디이기도 하다. 이상의 좌절을 숱하게 겪은 이들은 읽는 즉시 그저 전형적인 이상주의자의 망상상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반사적인 반감을 느꼈으리라. 월트 디즈니를 비롯한 수많은 성공적인 예술인들의 삶을 대변하는 듯한 저 말은 수많은 몽상가들에게 희망을 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이상을 품은 채로 예술계로 뛰어들었으나 높디높은 현실의 벽에 부딪힌 채 예술세계를 펼칠 기회조차 받지 못하는 좌절을 겪었을 예술인들에게는 너무나도 아득하게 느껴지는 말이다.


탁월한 영감을 지닌 창의적인 예술가는 분명 어디에든 존재한다. 그러나, 정작 그러한 영감이 가시적인 형태로서 관객들에게 전파되고 공명을 일으키기까지는, 예술가가 넘어야 할 수많은 장벽이 존재한다. 아티스트의 예술세계가 담겨있는 이상과 그것의 확장이 이루어질 차원인 현실에는 간극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예술이 관객들에게 공유되기까지는 단순히 예술가의 영감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필자는 이번 로컬키트 부산 취재를 통해 부산의 청년들의 꿈을 실현하는 데에 기여할 기관을 숱하게 방문했고, 젊은 몽상가들의 이상을 현실로 이어줄 지원군이 되고자 하는 이들의 포부와 마주하면서 지금껏 느끼지 못했던 따뜻함을 체감하게 되었다. 이러한 온기는 예술인들의 현실과 이상의 매개체로서의 역할이 되기를 자처한 부산의 아트 갤러리 아이테르의 공명성 대표와의 만남을 거치며 마음 속에 한층 깊이 자리잡게 되었다.


부산의 어느 한적한 골목에서, 지역 예술인들의 보금자리를 우연히 찾아내게 된 필자의 경험담을 다루고자 한다.



1. 아이테르를 알게 되다


“이거다!”


취재 차 방문한 다른 청년 지원 기관에서 우연히 마주한 전시물의 팜플렛을 읽자마자 떠오른 생각이었다.


당시 전시 중이었던 프로젝트의 제목은, “나의 살던 00은”으로, 무심코 전시장을 지나치려던 나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기 충분했다. 부산, 원주, 그리고 서울 도심 내 파괴되어 가는 공사 현장이 담긴 사진이 주를 이루었던 이 프로젝트의 취지는, 아이테르의 공식 SNS 계정에 실려있는 이하의 설명과 같다.


“젠트리피케이션을 주제로 한 지역아카이브 전시는 특정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보존하는 역할을 합니다. 부동산 투기로 인해 도시 내에서 기존 주민들이 살던 지역에서 외지로 대규모로 이주하여 그 지역의 문화적 특성을 대규모로 변화시키는 현상은 지역주민의 실질적인 문제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현재, 해당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보존하고 젠트리피케이션과 같은 도시적 문제점에 대한 인식과 이해를 높여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또한, 도시적 문제를 지속적으로 탐구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모색하는 데에도 방점이 있습니다.”


로컬키트는 국내의 균형 발전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고자 지방 고유의 색깔을 찾아내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 취지와 완벽할 정도로 들어맞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던 전시장에 아무런 예고도 없이 들어서게 되었던 것이었다.


해당 전시를 기획한 아이테르의 공명성 대표님과의 연락처를 보자마자 로컬키트와 이리도 비슷한 뜻을 가진 의문의 기획자와 대화를 나누어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 동시에 아이테르라는 미지의 장소에 대해서도 알고 싶어졌다.


이후 인터뷰가 이뤄지기까지의 모든 절차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필자가 부산을 떠나는 당일 아침에 인터뷰를 진행하게 되었다. 촉박한 인터뷰 부탁에도 불구하고 응해주신 공명성 대표님께 이 기회를 빌려 감사를 드리고자 한다.

KakaoTalk_20230607_173408002_05.jpg <나의 살던 OO은> 전시 설명


2. 아이테르에 들어서다


“아이테르”는 부산 범일동에 위치한 아트 갤러리였다. 부산의 지리에 대해서는 가뜩이나 까막눈이었던 필자가, 범일동에 대해 알고 있었을리 만무했다. 인터뷰 당일까지도 필자에게 의문의 장소로 남아있었던 아이테르는, 새소리만이 울려 퍼지는 한적한 시장통의 한 모퉁이에 위치해 있었다. 어서 아이테르가 어떤 곳인지에 대해 알아가고 싶다는 조바심이 들 즈음, 공명성 대표는 갤러리의 문을 열어주었다. 4층까지의 기나긴 여정을 거쳐, 마침내 사무실에 도착하게 되었다.


안녕하세요, 공명성 대표님.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 간단한 자기소개, 그리고 이 일을 하시게 되기까지의 과정에 대한 간략한 설명 부탁드리겠습니다.

저는 부산에서 전시공간을 운영하면서 문화기획자로 활동하고 있는 공명성이라고 합니다. 저는 과거부터 카피라이터를 하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대학도 광고홍보과로 진학을 했습니다. 광고를 제작하려면 디자인에 대해 알아야 하니 디자인을 복수전공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광고와 디자인을 할 줄 아는 저는 갤러리에서 약 3년 간 일하게 되었는데요, 사실 갤러리가 고용이 불안정한 곳이거든요. 지속적인 수입이 보장되지도 않고, 그러다보니 보수도 적었고요. 그렇지만 작가들을 만나고 여러 프로젝트를 기획해서 세상에 알린다는 일 자체가 정말 좋았어요. 하지만 직접 작품을 창작하는 크리에이터로서의 활동은 저에게는 너무 부담스러운 일이었기에, 대학교 2, 3학년부터는 기획 분야에 계속 머물렀습니다. 그러다가 2020년도에 제가 아이테르라는 브랜드를 설립했습니다. 홈페이지를 설립한 후에, 좋아하는 작가님들과 만들어낸 작업물을 온라인 전시의 형태로 홈페이지에 게시했어요. 그렇지만 오롯이 아이테르에만 집중하기에는 돈이 부족해서, 광고회사에 취직을 했습니다. 회사에서 나오는 월급을 차곡차곡 모아서, 21년도에는 이 곳을 매입했습니다. 이 공간을 구한 후, 월세를 감당하기 위해 작업실을 다른 작가들에게 렌탈을 내게 되는데요, 10만원, 이런 식으로 정말 저렴하게 월세로 작업실 공간을 내드리게 됩니다. 물론 전시도 계속 진행했는데요, 진행하면 진행할수록 니즈가 늘더라고요. 아무래도 이런 공간이 부산에 필요했나봐요.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는데요, 먼저 대관을 요청하시는 분들도 오셨고요, 기획을 요청하시는 분도 생겨났습니다. 결국 22년도에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지금까지도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KakaoTalk_20230607_173408002.jpg 아이테르 공명성 대표님

본격적으로 인터뷰를 시작하기에 앞서, 먼저 갤러리 투어를 한번 할 수 있을까요?

물론이죠. (4층에서 옥상으로 올라가며) 우선 옥상으로 올라가기 전 보이는 이 방들은 원래 거처가 없는 분들을 위한 공간으로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여기 옥상에서는 로컬 작가들과 바베큐 파티를 하는 공간으로 활용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4층 전시공간으로 내려오며) 저희는 다른 갤러리에서는 할 수 없는, 실험적인 것들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드려요. 여기 보시면 벽이 좀 훼손되어 있고…이 자리에는 원래 문짝이 있었지만 [전시를 거치면서] 지금은 떼어진 것이거든요. 그래서 이런 식으로 [아티스트들에게] 전시관에 있는 모든 요소들은 다 손 대도 된다, 원하는대로 전시를 준비해도 된다고 말씀을 드려요.

KakaoTalk_20230607_173408002_01.jpg <나의 살던 OO은> 전시작
KakaoTalk_20230607_173408002_02.jpg <나의 살던 OO은> 전시작

갤러리를 설립하시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있을까요?

저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예술인의 정신세계를 확장하는 데에 기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요. 일종의 가치관이라고 해야 할까요. 아직 인간은 자연을 완전히 정복하지는 못했잖아요, 그래서 제가 세상에서 어떠한 역할을 맡고 싶은지에 대한 물음을 스스로 던졌을 때, 처음 생각한 직업은 수학자나 과학자였어요. 참고서를 펼쳐보니 공대는 어려울 것 같더라고요, 수학이 참 어려워서. (웃음) 저를 대신해 훌륭한 이공계 종사자들이 가시적이고 물리적인 요소들을 발전시켜 나간다면, 그것의 연장선으로서, 정신적 세계의 확장을 자극하는 크리에이터 역시나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감히 크리에이터가 되기를 꿈꿀 수가 없었던 건, 너무나도 재능이 많은 분들이 제 주변에만 해도 참 많이 보였거든요. 이런 재능은 따라갈 수가 없어요. 미(美)에 대한 타고난 감각. 그래서 도달한 마지막 대안은 이런 재능을 지닌 분들을 돕는 것이었죠. 이 자리는 원래 지인이 창고로 쓸 계획이었어요. 그래서 제가 창고로 쓸 바엔, 저에게 이 공간을 달라고 부탁드렸죠. 그래서 그렇게 계약을 맺었죠. 저희의 첫 프로젝트 제목은 “미완성의 공간”이었는데요, 실제로 갤러리를 공사하는 걸 전시했어요. 미완성의 공간에서부터 완성의 공간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보여드리고자 했던거죠.



3. 아이테르의 예술 세계


갤러리 이름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는데요, 혹시 아이테르라는 이름을 지으시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제가 앞서 말씀드렸던, 제가 추구하는 가치에 부합한 이름을 계속 찾고 있었거든요. 정신적인 차원의 확장을 일으킨다는 의미를 지닌 단어가 있을까, 라고 하며 검색을 마구 했습니다. 그러다가 발견한 건데요. 예전에 4원소만이 개념으로서 존재했던 시절이 있었거든요. 고체, 액체, 기체, 불, 이렇게 네 가지 원소가 만물을 구성한다고 믿었던거죠. 이때 아르키메데스라는 사람은 분명 이 네 가지 원소를 조화롭게 해주는 한 가지 원소가 더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사람들은 그 다섯 번째 원소를 찾아 나서게 되었거든요. 그러면서 세상의 다양한 원소들이 발견되면서 사람들의 시야가 확장이 되죠. 이때 이 미지의 다섯 번째 원소를 부르던 말이 바로 아이테르였습니다. 정신적 가치의 확장의 기점이라고도 볼 수 있죠.


평소에 많은 예술가들을 만나면서 다양한 대화를 나누고 여러 경험을 하게 되셨을 것 같은데요, 혹시 유독 인상 깊었던 분들이 계실까요?

최근에 뵌 분이라 제일 먼저 떠올랐는데요. 여기서 일하면서 천재인 분들을 꽤 많이 만나게 되거든요. 그 중 한 분은 작품들이 너무 좋아서 제가 먼저 컨택을 했는데요, 작품의 완성도며 작업물의 양 등등이 정말 인상적이었고요, 특히 다루는 소재가 정말 다양했습니다. 아크릴, 플라스틱, 심지어는 프로그래밍까지 하시더라고요. 이런 부분을 보았을 때 저는 나이가 꽤 있으신 분일 줄 알았는데요, 나이가 스무 살이시더라고요. 또 제가 작가님들과 협업을 하며 느낀 건, 정의감을 가지신, 용기 있는 분들이 꽤 많다는 점이었어요. 예를 들어, 저희가 한 프로젝트에서 다루고자 했던 주제가 젠트리피케이션(원주민과 초기 산업이 임대료 상승으로 쫓겨나는 사회 현상)과 관련되어 있었는데요. 작가님들이 생생한 작업물을 만들어내기 위해 직접 인터넷에서 개발 공사가 이루어지는 현장을 찾아가 공사 현장에서 채집물을 들고 나오셨더라고요. 사실 이런 행위는 일종의 범법 행위로도 간주될 수 있거든요. 그렇지만 현장감을 위해서라도 이 분들은 기꺼이 모험을 택하신거죠.


그렇다면 대표님께서는 어떤 기준을 가지고 아이테르에 전시를 할 아티스트를 선정하시나요?

상당히 민감한 질문이긴 합니다. 사실 작가가 그림을 잘 그리는 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저도 작품을 워낙 많이 접하다보니 작품을 보기만 해도 대략적으로 작가가 이것을 어떻게 만들어 냈을 지에 대한 감이 오니까, 그 부분에 대한 별다른 설명은 필요가 없습니다. 다만, 작가가 멋있어 보이고 싶어서 작품을 만드는 경우가 있는 반면, 진심으로 세상에 메시지를 던지고자 작품을 만드는 경우도 있죠. 이때 둘 중 어느 경우가 됐건, [제작 의도를] 솔직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죠. 예컨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없더라도 그 사실을 본인이 충분히 인지하고 그 부분에 대해 납득이 가능하게 설명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 진솔함과 태도를 기준 삼아 [아티스트를] 선정해서 직접 연락을 하는 편입니다.



4. 부산 속 아이테르


여기서 이번 인터뷰의 출발점이 된, 대표님께서 기획하신 전시 “나의 살던 00은”에 대한 언급이 빠질 수가 없을 것 같은데요. 이번 전시의 메시지와 제작 과정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또, 이번 전시를 통해 성취하고 싶으신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나의 살던 00은~” 이라는 노래 아시죠? 이 노래가 어떻게 진행되냐면, 예전에 내가 살아가던 고향을 회상하는 것으로 시작되고, 그 후로는 풍경을 읊거든요. 그래서 이 프로젝트 역시 우리가 살아가던 고향, 우리의 추억이 깃들어있는 곳을 감상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됐습니다. 누군가에겐 00에 해당하는 부분이 부산일 수도 있겠고, 또 원주일 수도 있겠고, 다양하겠죠. 그리고 이 빈칸처럼, 우리의 고향이 지금은 사라져가고 있다는 점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프로젝트에서는 사라져가는 도시들 고유의 모습을 영상과 사진 등으로 직관적으로 관찰하고자 했습니다. 이 작품을 만들게 된 배경을 말씀드리자면, 부산, 서울, 원주 출신의 사진작가분들을 한 자리에서 모두 만나뵙게 되었고, 이 분들과 뜻이 맞다는 걸 알게 되고 함께 전시를 하자고 뜻을 맞추게 된거죠. 특별히 이번 전시를 통해서, 각 지역이 본래 모습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하고자 하는 건 아닙니다. 저희가 이런 지역 고유의 매력이 아름답다고 느끼더라도, 그 가치를 충분히 공감하지 못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고, 오히려 그걸 없애고 개발하는 것에 더욱 공감하는 이들이 많으니까 실제로 이렇게 많은 지역이 개발되고 있는 것이겠죠. 그렇지만, 우리의 추억이 깃들어 있던 장소들이 더 이상 아름다운 장소로 기억되지도 못하는 것이 무서운거죠. 그러니까, 지금은 개발되고 있는 장소들에도 고유의 사소한 아름다움이 있었다는 걸 기억을 하고자 하는 의미가 더 큰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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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부산을 대표하는 입장으로서 대표님께서는 부산이 잃고 있는 고유의 모습이란 어떤 것이라 생각하시나요? 그리고, 부산을 한 단어로 요약하신다면 어떤 단어를 고르실 건가요?

저는 지역의 환경적인 매력을 감상할 때에는 건축 측면의 특성을 파악해요. 그 중 부산이 가지고 있는 특징이라 하면, 6, 70년대의 투박한 기술력으로 지어진 높지 않은 건물들이라 생각해요. 또, 부산이 한국전쟁과 같은 역사적 사건의 중심지이기도 하잖아요. 피란민들이 형성한 마을이라든가, 물류 유통의 중심지인 국제시장 쪽 등 역사적 맥락 속 부산의 변화를 공간 속에서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 부산의 매력이라 생각해요. 부산을 한 단어로 요약한다라…어려운 질문이네요. 저는 “골동품”이라 부산을 표현하고 싶어요. 굉장히 낡았지만 어떻게든 작동하는 물건 같달까요. 너무 오래돼서 고장나기 직전의 시계가 생각나네요. 그렇지만 완벽하게 고치고 싶지는 않고, 이 낡은 상태를 조금은 더 감상하고 싶네요. 이 낡은 상태 그 자체만으로도 가치가 있는거죠. 분명 지금은 부산이 역사성이 깊어보이고, 조금은 낡아보여요. 그렇지만 언젠가 부산 역시 새로운 공간으로 전환되는 시기가 올겁니다. 기술이 더 발전하고, 산업 구조가 바뀌면서 새로운 형태의 일자리나 공장이 생겨나겠죠. 지금이 그 과도기라는 걸 감안한다면, 어쩌면 지금이 낡은 부산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는 마지막 시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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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나는 갤러리를 둘러본 것이 아니라, 예술의 발원지를 목도한 것이다


말씀을 듣다보니 아이테르의 미래가 궁금하네요. 지역 예술가들과 함께하는 갤러리인 아이테르를 통해서 장기적으로 지역 사회에서 성취하고자 하는 바에 대해 구상해놓으신 게 있으실까요?

데이먼 허스트(영국의 현대예술가)나 뱅크시(가명으로 활동 중인 영국 미술가 겸 그래피티 아티스트, 영화 감독) 아시나요? 우리가 흔히 ‘힙하다’고 말하는 세계적인 작가들은 사실 같은 지역에서 활동하는 사람들과 함께 주변 환경을 아름답게 그려내는 데에서, 즉 로컬에서부터 출발했거든요. 특히 저는 로컬이라는 단어에는 제약이 없다고 생각해요. 서울같은 대도시 역시 ‘로컬’로 볼 수 있는거죠. 저는 작가들이 로컬 환경 속에서 고유의 지역색을 얼마나 잘 살려내느냐가 그 작가의 매력도를 결정짓는 데에 관건이 된다고 생각해요. 제가 좋아하는 예술 사조가 있는데요, 바로 신사실주의입니다. 세계 2차대전 이후에 나온 사조인데요, 일상적 오브제를 거의 그대로 전시하고, 그것이 내포하고 있는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고자 하는 종류의 예술이죠. 이 사조는 프랑스 니스에서 2차대전 이후 활동하던 작가들의 모임인 ‘에콜 드 니스’에서 비롯된건데요, 이 집단은 세상을 다른 관점으로 보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낸거죠. 이 집단 역시 로컬 단체이죠. 이런 사례처럼,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형태의 예술은 결국 내 주변에서, 나와 뜻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있는 로컬 환경에서 만들어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역 예술가들을 한데 묶고 여럿이서 작업물을 함께 만들어나가고 있는 공간인 아이테르는 앞으로도 더욱 유의미한 공간이 되리라 생각해요.


마지막 질문이 되겠습니다. 아이테르의 비전에 대해 생각하시는 게 있으실까요?

아이테르의 비전에 대해서는…우선 사단법인의 형태인 단체가 되고 싶어요. 그래서 사단법인에 기부를 한 작가들에게는 무료로 전시를 개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여기서 생기는 수익으로 작가들의 작품을 매입하고, 더 좋은 공간을 대관하는 등 좋은 방향으로 성장하고 싶어요. 작가들이 최소한의 비용으로 예술 활동을 마음껏 할 수 있게 돕고 싶습니다.


·사진: <local.kit in 부산> 문화팀 박수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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