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cal.kit 2호선 프로젝트 : 신당

신당, 신당동에서 힙당동까지

by 로컬키트 localkit

다양한 문화와 역사적 유산을 자랑하는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이 가진 역동성은 세계적 수준임에 틀림없다. 다양한 계층과 관심사, 연령대의 사람들이 경계없이 모여들어 트렌드를 만들어가는 이곳 서울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유행의 선두 주자이다. 그 경향성은 상권의 변화에서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소위 ‘핫플’의 등장을 예시로 들 수 있다. ‘핫플’은 ‘핫한 플레이스’를 줄여 부르는 용어로, 감성적인 카페, 이색적인 술집 등 즐길거리가 많고,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급부상하는 상권을 일컫는 말이다.


홍대에서 연남, 연남에서 을지로, 을지로에서 성수. 이렇게 서울의 ‘핫플’은 변화하는 트렌드의 속도에 발맞춰 빠르게 움직여왔다. 그럼 다음 우리가 주목해야 할 서울의 공간은 어디일까? 로컬키트는 이번 N호선 프로젝트에서 떠오르는 서울의 ‘핫플’로 신당동을 지목한다.


과연 2023년 오늘날의 신당동에서는 어떤 변화의 물결이 시작되고 있을까? 로컬키트는 다음 ‘핫플’의 주자로서의 신당동을 살펴보기 위해 그곳으로 직접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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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뷰로 본 ‘주신당’ 앞 골목길의 변화(좌: 2023년 9월/ 우:2012년 5월)


신당동의 전신: 싸전거리와 양곡창고

새로운 핫플레이스로서 ‘힙당동’의 매력은 옛 싸전거리의 흔적에서 나온다. 1950-60년대 신당동 일대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양곡 도·소매 시장이 들어서 있었다. 당시 이 싸전거리에서 서울 시민들이 먹던 쌀의 70%가 유통되었을 정도지만 현재는 몇 군데의 양곡 창고만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이젠 그 자리에 옛 창고를 개조한 식당, 카페가 들어섰고 이들이 신당의 ‘힙스러움’을 만들어내는 주인공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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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곡창고를 개조한 카페 '아포테케리'

‘창고도 편안할 수 있다’는 새로운 공간적 개념에서 시작한 카페 ‘아포테케리’는 양곡창고를 개조한 카페 중 하나다. 이곳에 들어서면 높은 천장과 훤히 드러난 목재가 먼저 눈에 띤다. 치킨 가게 ‘발라닭’도 옛 양곡창고의 구조를 보존하고 있다. 오래된 벽돌 건물의 외관과 뼈대는 그대로 둔 채 내부를 개조한 식이다. 높은 천장고를 이용해 2층 공간도 만들었는데, 이러한 특이한 구조가 사람들의 발길을 끄는 매력 중 하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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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곡창고의 구조를 보존한 치킨 가게 ‘발라닭’과 옛 무당거리의 정체성을 보존한 술집 ‘주신당’

신당, 을지로, 성수 모두 각기 다른 특징을 지닌 곳이지만 모두 자신만의 ‘스토리’를 활용했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다. 을지로의 인쇄 골목, 성수의 공업지대, 신당의 싸전거리는 빛나는 역사를 뒤로한 채 얼마간의 쇠퇴기를 거쳤지만, 현재는 다시 동네의 아이덴티티를 형성하는 중추가 되었다. 신당이 옛날의 흔적을 모조리 지워버렸다면 지금만큼의 화제성은 지니지 못했을 것이다. 그냥 그런 동네가 아니라 가고 싶은 동네가 될 수 있던 것은 옛 싸전거리의 특징을 보존한 덕이다.


떡볶이와 ‘힙당동’이 조화를 이룰 수 있을까?

‘힙당동’으로 불리기 전의 신당동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아마 떡볶이일 것이다. ‘마복림 떡볶이’로 대표되는 신당동 떡볶이 골목은 1970년대부터 형성되어 오랜 기간 신당동의 정체성이었다. ‘마복림 떡볶이’는 1953년부터 떡볶이를 만들기 시작한 마복림씨가 만든 가게로, 떡볶이라는 음식을 탄생시킨 식당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마복림 떡볶이’를 필두로 떡볶이 가게들이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70년대부터는 본격적으로 현재의 신당동 떡볶이 골목이 형성되었다. 지난 2013년에는 신당동 떡볶이 골목이 서울미래유산으로 선정되었으며 이는 ‘신당동 = 떡볶이’라는 일반의 인식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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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한 창고 개조형 카페와 식당이 신당동을 ‘힙당동’으로 만들면서 기존의 정체성이었던 떡볶이가 퇴색되지는 않을지 우려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직접 방문해 본 ‘마복림 떡볶이’에서 그러한 우려는 기우에 지나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비교적 한산한 시간대인 일요일 낮 시간에 방문했음에도 매장은 만석이었고, 약 30분간의 기다림 끝에 간신히 입장할 수 있었던 식당에는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이 식사를 이어가고 있었다. 과거 신당동 떡볶이 골목을 기억하는 중장년층부터 10대 학생들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자리하고 있었으며, ‘힙당동’의 이미지를 만들어낸 창고형 가게들보다 고객층이 더욱 다양했다.


이는 ‘힙당동’이라 불리는 최근의 기조와는 별개로 이미 수십년간 쌓아온 두터운 고객층을 가진 신당동 떡볶이 골목이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최근들어 핫플로 발돋움한 신당역 인근 싸전거리와 달리 이 곳은 50년 가까운 시간 동안 동일한 가게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기 때문에 오래된 단골손님들을 보유하고 있으며, 떡볶이는 10대들에게도 인기있는 음식이기에 청소년들까지 주 고객층으로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고려할 때 ‘힙당동’의 의미지가 아무리 널리 알려지더라도 수십년을 이어온 정체성인 ‘떡볶이’는 잊혀지지 않을 것으로 기대된다.


신당동의 부엌, 중앙시장

‘힙당동’과 떡볶이 골목을 잇는 중간에는 서울 3대 전통시장 중 하나인 중앙시장이 있다. 신당역 1, 2번출구에 자리한 중앙시장은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과 동묘앞역과도 가까워 편리한 접근성을 가지고 있다. 조금 더 걸어가면 있는 청계천에서부터 시작해 주변을 산책하며 자연스럽게 방문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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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중앙시장은 앞서 말한 싸전거리 시절, 양곡 판매를 중심으로 성장했다. 이 시절의 역사를 간직한 중앙시장은 푸짐한 양과 저렴한 가격의 보리밥으로 유명해졌다. 시장의 또 다른 특산물인 돼지와 닭의 부산물은 황학동의 곱창거리를 형성하며, 신당동의 밥상이 되었다. 중앙시장을 나오면 볼 수 있는 황학동의 가구거리는 신당동의 밥상을 더욱 푸짐하게 만들어 주었다. 주방기구/가구 및 중고가구로 유명한 황학동 가구거리는 신당동 일대 요식업자의 필수 방문 코스이다. 2014년에는 주방기구/가구거리가 관광특구로 지정되어 요식업을 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많은 관광객들이 자주 방문하는 곳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중앙시장의 볼거리는 이 뿐만이 아니다. ‘힙당동’의 핫플화와 떠오르는 Y2K감성에 힘입어 전통시장 곳곳 이색적인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먼저 중앙시장 입구에 위치한 ‘Phyps Mart(핍스 마트)’가 사람들의 이목을 끈다. 얼핏 보면 빈티지한 외관과 마트라는 상호명에 일반 시장에서 볼 수 있는 작은 동네 슈퍼마켓의 느낌이 든다. 입장한 후 쇼케이스를 보아도 그냥 평범한 과일이 진열되어 있다. 그러나 물건을 집어드는 순간 핍스 마트의 ‘힙스러움’이 드러난다. 평범한 식료품, 주방기구처럼 보였던 물건들은 옷과 다양한 소품들인 것이다. 슈퍼마켓이라는 컨셉에 충실하고자 노력한 귀여운 모습에 웃음이 나며, 이곳의 매력에 금세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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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중앙시장 내부에는 다양한 먹거리들이 20/30대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가수 성시경이 반건조 생선가게 '옥경이네 건생선'를 찾은 영상이 유명해지면서, 트렌디한 청년 가게들이 시장에 입점했다. 타코집 ‘라 까예(La Calle)’도 이 중 하나다. 전통시장에서 만나기 힘든 이색적인 음식, 키오스크, 굿즈 판매는 옛스러움과 힙스러움이 공존하는 신당동의 반전 매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시이다.


이렇듯 중앙시장에서는 전통과 현대의 조화로움을 보여주며, 신당의 역사적인 터전에서 다양한 상점과 문화가 어우러져 새로운 에너지를 만들어내고 있다. 마치 낡은 가구들이 황학동을 거치면 매력적인 가구로 재탄생하듯, 중앙시장은 신당동의 역사를 기반으로 다양한 시도를 지원해주는 든든한 공간이다.


‘힙당동’의 급부상, 그리고…

로컬키트는 신당동의 새로운 상권의 부상과 일명 ‘핫플’로서의 발돋움을 포착하고자 신당동을 직접 방문했다. 기존 명소인 마복림떡볶이를 필두로 신흥 명소인 아포테케리, 발라닭, 주신당, 중앙시장의 라 까예 그리고 아기자기한 핍스 마켓까지, 신당동 구석구석을 직접 보고 느꼈다. 반나절동안 신당동을 걸으며, 제법 추운 주말임에도 식당과 카페, 상점마다 사람들이 가득 차있는 모습을 보며 상권의 활기를 느낄 수 있었다.


신당동은 중앙시장과 떡볶이타운이라는 전통적인 매력을 지닌 요소와 2호선과 6호선, 크게보면 4호선과 5호선까지 많은 지하철이 지나가는 교통의 요지라는 이점을 지니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신당동 상권은 입소문으로 아는 사람들만 갔던 곳에서 서울의 핵심적인 상권으로, 트렌드 변화의 물결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신당동이 최근 부상하는 뭇 상권처럼 프랜차이즈 카페와 주점, 즉석 사진관 등으로만 뒤덮인 획일화된 모습이 아니라, 양곡창고를 개조한 건물들과 떡볶이와 같은 독창적인 아이덴티티를 보존하며 다양한 볼거리와 깊은 매력을 가진 상권으로 남을 수 있기를 소망한다.


·사진: <local.kit> 강서연 에디터, 김소담 에디터, 김종후 에디터, 김상겸 에디터, 신명환 에디터, 오지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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