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의 쉼표, 문화

문화팀을 소개합니다

by 로컬키트 localkit

Part 1. 쉼표, 그리고 느림의 미학


줄줄이 이어지는 문장 속 단어 사이를 가로막는 작은 점. 도로 위 과속방지턱이 지나가는 자동차를 불러세우듯이 글의 속도를 조절하는 반점. 읽는 이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여타 문장부호와 달리, 그 어떠한 감정도 내포되어 있지 않은 무색무취의 작은덩어리. 바로 쉼표입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의 문장에는 쉼표가 쉼없이 등장합니다. 문장 속 잇달아 쏟아져 나오는 단어들의 향연으로부터의 휴식을 부여하기 때문입니다. 그 자체로는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지 않지만, 끊임없이 이어지는 문장 중간중간 자리잡아 느림과 여유를 선사하는 쉼표. 굳이 '느림의 미학'이란 칭호를 붙이고 싶은 문장부호입니다.


쉼표의 존재를 만끽할 수 있는 문장이 새삼 부러워집니다. 우리의 일상에도 쉼표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쉼표의 가치만을 논하고자 하는 글은 아닙니다. 살아 숨쉬는 쉼표를, 로컬키트 in 충청도에서 목도한 사람들의 체험기로 여러분을 초대하기 위한 글입니다.



Part 2. 나의 쉼표, 충청


느림의 미학.


하루에 열 번도 넘게 ‘빨리’를 연호하는 한국인의 입에서 나올법한 표현이라기에는 다소 이질적입니다. 그럼에도 충청 고유의 매력을 외마디로 설명하기에는 이보다 적절한 말이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예정시간에 대한 불신을 당연케 하는 시내버스의 느긋함. 충격적인 연패에도 방긋 웃으며 응원가를 부르는 야구팬들의 유순함. TV 속 화제가 정치로 옮겨갈 때면 잽싸게 고개를 돌려 외면하는 사람들의 중립성. 대화의 주제를 잊게 할 정도인 말의 늘어짐. 대전에서 나고 자란 나의 뇌리에 각인된 충청도의 모습입니다.


이번 여행에서는, 충청만의 쉼표를 찍어나가는 이들을 만나보았습니다. 존재만으로도 지역 고유의 문화에 기여한 수많은 책방지기, 고향의 아름다움을 문학 속에 녹여낸 예술인, 충청도 방언의 대중화에 이바지한 언어의 수호자…


여행을 다녀온 후, 충청도에서의 어린 시절 기억과 이번 여행을 통해 발견한 충청도의 모습을 회고하며 새삼 충청도가 쉼표와 참 많이 닮아있음을 실감합니다. 아니, 쉼표야말로 오랜 시간 명명하지 못했던 충청도의 정체성이 아닐까 싶습니다. 현실에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는 물음표, 그리고 눈부신 발전을 향한 갈망을 부르짖는 느낌표로 뒤덮인 우리 사회라는 문장이 있습니다. 그 문장 속 쉼표가 되기를 자처하는 나의 고향 충청도는, 나를 비롯한 수많은 충청도인에게는 선물 그 자체입니다.


당신의 인생이라는 문장 속 쉼표는 무엇입니까?


생애 처음 나의 고향으로 ‘여행’을 떠난 로컬키트 in 충청도에서, 홀로 되뇌이던 이 물음에 대한 답을 드디어 찾아냈습니다.


지금부터, 쉼표로서의 충청도가 지닌 진가를 로컬키트와 함께 발굴할 것을 제안해봅니다. 그리고 이 여정이 여러분의 일상 속 쉼표가 무엇인지를 깨닫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글·사진: <local.kit in 충청> 문화팀 박수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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