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타고 금강 줄기가 품은 이야기를 스쳐가다

by 로컬키트 localkit

“살기 좋은 도시는 어떤 모습일까?”

지방 도시의 라이프스타일을 연구하는 우리가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되묻는 질문이다. 누군가는 빼어난 자연환경을 갖춘 곳, 누군가는 다채로운 문화생활이 가능한 곳, 또 누군가는 높은 수준의 교육환경이 마련된 곳을 살기 좋은 도시라고 느낄 것이다. 이처럼 살기 좋은 도시의 기준은 어쩌면 주관적인 개인의 취향과 관련된 문제일 수도 있겠다.


“도시가 품은 취향을 발견하다.”

저마다의 사람들이 가진 취향과 기호가 다양하듯, 도시도 각자가 저마다 품은 취향과 색깔이 분명 존재한다.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여행은 도시가 품은 취향과 개인이 가진 기호의 접점을 발견해 내는 과정이기도 할 것이다. 그렇게 떠나온 낯선 도시에서 내가 가지고 있는 ‘취향’을 발견하게 되는 순간에 우리는 비로소 ‘여행’의 진가를 발견하게 되고, 도시의 공간과 더 적극적으로 상호작용하게 된다.


“충청도의 취향을 찾아서”

충청도, 바로 이곳은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있고,

이곳의 이야기가 품은 취향은 어떤 모습일까?


충청도를 일컫는 말 중에 ‘느림의 미학’이라는 표현이 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느림’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내포되어 있을 것이다. 충청도 지역의 문화와 생활 방식에 내재된 여유로움의 태도도 있을 것이고, 차분하고 느린 속도의 충청도 지역 사투리도 함께 떠오른다.


필자는 가장 표면적 정의에 주목했고, 여유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지닌 충청도 사람들에게 ‘느림’을 선물해 주는 이동수단인 자전거를 떠올렸다. 모든 것이 빨리빨리 움직이는 도심 속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속도감을 지닌 자전거는 충청도 지역 사람들이 애용하는 이동 수단 중 하나이다. 실제로 대전과 세종, 공주 모두 자전거친화도시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세종시 공용자전거 어울링

대전과 세종, 공주 모두 각각 ‘타슈’, ‘어울링’, 그리고 ‘백제씽씽’이라는 공영 자전거를 운영함으로써 자전거를 가까이하는 저탄소 생활 방식의 정착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자전거는 친환경적인 교통수단이라는 점을 제외하고도, 교통 혼잡 완화, 건강한 라이프스타일 형성, 사회 연결성 강화라는 차원에서 도시 구성에 있어 매우 이롭다는 특징이 있다.

각 도시 별 공용 자전거 운영 애플리케이션(대전, 세종, 공주)

그들의 생활 방식대로 그들이 살아가는 공간을 몸소 체험할 수 있다는 점에 의의를 갖고 자전거 하나에 몸을 맡겨 직접 금강 줄기를 따라가 보았다. 충청도의 이야기를 품고 있는 금강 자전거길을 천천히 가로지르면서 ‘충청도의 취향’을 알아가는 것이다.


‘금강’에 대한 소개

금강은 우리나라의 4대강 중 하나로, 충청도를 가로질러 서해안의 군산만으로 흘러드는 모양새를 하고 있다. 금강을 중심으로 한 해상 교통의 발달과 농업 생산으로 일찍이 강줄기를 따라 공주, 부여와 같은 주요 옛 상업도시들이 발달하였다고 전해진다. 금강 줄기를 따라 충청도가 품은 천혜의 자연환경과 녹지공간, 그리고 역사적 유적지들은 국내 그 어느 곳도 견줄 곳이 없다.


코스 소개

금강의 길이는 총 394.79km이지만, 이번 프로젝트에서 다룰 구간은 세종시에 위치한 세종보 인증센터부터, 공주에 위치한 공주보 인증센터까지 총 21km이다.


오전 7시에 대전에서 버스를 타고 출발해 우리의 시작점인 세종보 인증센터로 버스를 타고 향했다. 공용 자전거를 대여해 세종에서부터 직접 우리의 두 발로 자전거의 페달을 밟으며, 반나절 동안 금강 줄기를 따라 공주를 향해 적당한 속도로 달렸다. 금강을 따라 직접 두 발로 담아낸 다채로운 충청도의 이야기가 지금부터 시작된다.


0m 세종보 인증센터

‘세종보 인증센터’는 세종시에 위치하여 금강자전거길의 쉼터 역할을 하는 세종보 사업소이다.

세종보인증센터 외부

세종보 인증센터 문화해설사 송규매님의 인터뷰 中


세종보 인증센터는 어떤 곳인가요?

인증 센터에서는 금강의 아름다운 사진들이 담겨있는 전시관도 있고, 세종보와 세종공원, 금강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전망대도 있어요. 이 외에도 카페와 갤러리 등 다양하게 향유할 수 있는 문화 예술 공간으로 가득한 이곳은 자전거를 타다가 지치고, 무거워진 몸이 편히 쉬다 갈 수 있는 곳입니다.


세종시는 자전거 타기 좋은 도시인가요?

차는 없어도 되지만 자전거는 꼭 있어야 되는 도시라고 할까, 저도 아침저녁 출퇴근길 모두 자전거로 하거든요.

세종보 인증센터 내부

세종보 인증센터를 이용 중인 시민 인터뷰 中

어떤 점 때문에 이곳 금강 자전거길을 찾으셨나요?

강을 끼고서 자전거길이 쭉 연결되어 있다 보니 볼거리들이 참 많아요. 곡식들이 익어가는 황금빛의 논밭도 특히 아름답죠, 어린 시절의 추억이 떠오르기도 하고(웃음). 그냥 뭐 사실 금강은 보고만 있어도 좋으니까. 그 물길을 따라 자전거를 탄다는 게 좋은 거죠.


다른 지역의 자전거 도로와 차별화되는 점이 있나요?

다른 도시들에 비해 녹지공간들이 정비가 되게 잘 되어있어요. 자전거길을 따라 가로수들도 많이 있는 편이고. 특히 다른 곳에 비해 한적하죠. 자전거 타는 사람 입장에서는 북적거리고, 정신없는 것보다 아무래도 한적한 혼자만의 시간이 중요하니까.


오늘 어디까지 가시나요?

최종목적지는 군산이에요, 금강을 따라서 쭉 내려가서 군산 앞바다로 나가는 거예요. 도착할 즈음이면 7시가 넘으니까 서해바다에서 넘어가는 석양 보러 가는 거죠.


154m 여울목수변공원, 2.3km 세종공원, 2.8km 숲뜰근린공원

금강 줄기를 따라가다 보면 다양한 용도를 위해 마련된 녹지 공간을 수시로 발견할 수 있다. 이렇게 구간별로 자리 잡고 있는 도심 속의 녹지공간은 충청도민들로 하여금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을 가능케 한다. 캠핑과 스포츠, 조깅과 라이딩 등 각자만의 방식으로 녹지와 한 데 어우러져 저마다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가 있다.

7.7km 불티교

과거 서해안에서 들어오는 나룻배들이 싣고 온 물건과 소금을 사기 위해 모인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뤄 각종 물건들이 불티나게 팔렸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불티나루.

지금은 자동차만 지나다니는 아치형 교량이 강을 가로질러 들어섰지만, 다리에 놓여진 자전거 도로 위에서 비단결 같이 고운 금강이 에워싼 천혜의 자연환경을 보고 있으면 문득 과거 이곳을 가득 채웠을 사람들의 모습을 떠올려보게 된다.


8.4km 장군면금암2리

공주와 세종의 중간 지점, 금강이 에워싼 이곳에 터전을 이루고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도시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자연 속에 존재하는 마을, 금암리에는 최근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바로 세종 국가산업단지의 개발과 대전광역시까지의 편리한 접근성을 바탕으로 금암리가 전원생활을 꿈꿔오던 이들의 새로운 정착지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금암2리의 초대이장님 임헌만 님은 마을 내 다양한 커뮤니티를 소개하시며, 전원생활에 대한 편견을 깨 부수는 재미난 말씀들을 해 주셨다. 푸른 자연과 맑은 공기를 좇아 온 이들에게 전원생활의 재미를 더해주는 요소는 바로 이 ‘공동체 생활’에 있다고 한다. 자전거, 도자기, 색소폰 등 다양한 취미생활들을 공유하는 마을 동호회는 금암2리의 최대 자랑거리라고 하셨다.

<고뇌하라 그리고 헌신하라, 귀촌 전원생활 10년의 기록> p.133

금강 자연휴양림과 청벽산을 산책길로 누리는 이 마을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은 그 어떤 도심 속 현대인들의 라이프스타일보다도 훨씬 다채롭고, 또 건강했다.


8.9km 카페 ‘디그린’

구간의 절반 가량을 향해 가다 보면 세종과 공주 사이 어디쯤인가 숨 막히는 청벽산의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는 곳에 바로 카페 ‘디그린’이 있다.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푸르른 금강과 청벽산의 경치를 눈앞에 두고 쉬어 가지 않을 수가 없는 이곳, ‘디그린’에는 자전거 탑승객을 위한 특별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바로 카페 내 족욕 공간인데, 금강 자전거도로 바로 앞에 위치해 있는 만큼 이곳을 지나치는 자전거 이용객들이 편안히 쉬었다 가기를 바라는 카페 사장님의 따뜻한 마음이 엿보인다.

카페의 2층에 올라가서 통 창 너머로 푸르른 금강에 둘러싸인 웅장한 청벽산의 절경을 보고 있으면 한 폭의 산수화를 보고 있는 것 같다는 착각에 빠진다.

전라남도 순천에서 올라와 이곳 장군면에 자리 잡고, 공간을 운영 중이신 김송훈 사장님은 고향의 맛을 전한다는 취지로 '우렁강된장쌈밥'이라는 브런치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충청도의 한가운데서 금강과 청벽산의 조화로운 풍경을 감상하며 곁들이는 남도의 맛은 직접 경험해보지 않고서는 결코 알 수 없을 것이다.


17km 미르섬

장군면을 지나서 금강을 따라 또 한참을 달리다 보면 마침내 공주시에 진입하게 되는데,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곳이 바로 여기 ‘미르섬’이다. 코스모스부터 시작해 핑크뮬리, 댑싸리, 수크렁 등 다양하고 아름다운 꽃들이 펼쳐져 있는 아름다운 섬으로, 계절마다 다른 꽃들이 피어나 사시사철 다채로운 매력을 지니고 있다. 또한, 유유히 흐르는 금강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고, 느낄 수 있는 장소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19km 공산성

미르섬의 바로 뒤편에는 ‘공산성’이 웅장한 자태를 드러내고 있다. 백제 시대 도읍지인 공주를 방어하기 위해 지어진 산성으로, 백제가 부여로 천도하기 전까지 64년간 백제를 수호하는 요충지로서 역할을 했던 곳이다.


낮에 공산성 위에 올라가면 공주 시내부터 미르섬, 금강신관공원, 금강의 물줄기까지도 한눈에 내려다볼 수가 있다. 하지만, 밤에 주황빛의 조명이 켜진 공산성의 모습도 매우 근사하기 때문에 두 광경을 모두 보기 위해서는 해가 지기 30분 전에 가보는 것을 추천한다.


20km 무령왕릉, 20km 송산리고분군

63년간 찬란한 백제 문화를 꽃피운 도읍지인 만큼 공주에는 많은 역사적 유적지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 송산리 고분군에 자리한 무령왕릉이 있다.


무령왕릉은 벽돌무덤으로 아치형의 천장을 한 무덤방이 있어서 무려 4,600개에 이르는 많은 유물들이 출토될 수 있었다. 덕분에 백제의 수준 높은 과학과 건축 수준, 그리고 예술 감각 이해하는데 중요한 사료가 되었다. 바로 이 무령왕릉이 자리해 있는 송산리 고분군에는 무령왕릉과 더불어 왕족의 무덤 7개가 자리해 있다.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는 백제의 흔적들을 둘러보다 보면 공주가 간직한 수백 년의 역사가 품 안에 살며시 파고드는 듯하다.


금강 줄기가 품은 충청도의 이야기를 마치며

자전거로 떠난 21km라는 짧은 여정 속에서 강 줄기가 품고 있는 충청도 지역의 자연과 역사, 사람들의 이야기를 스쳐갈 수 있었다. 푸르른 자연과 살아 움직이는 역사, 생동감 넘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득했던 충청도의 취향은 ‘여유로움’이었다. 반나절동안 자전거가 가진 속도로 천천히 금강을 따라가보니 충청도 지역의 문화와 생활 방식에 내재되어 있는 여유로움의 태도를 몸소 경험해 볼 수 있었다.


바삐 움직이는 도시의 발걸음이 버겁거나, 잠깐의 쉼표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충청도를 권한다.

어쩌면 당신의 취향도 ‘충청’ 일지 모르기에.


글·사진: <local.kit in 충청> 문화팀 김상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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