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에서의 취재를 마치고 공주로 가는 버스를 탔다. 세종을 벗어나고 얼마 있지 않아 정겨운 시골 풍경을 볼 수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달리다 공주 버스 터미널 근처 버스 정류장에 내렸다. 처음 터미널 근처의 풍경을 보았을 때, 필자는 당혹스러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터미널 근처라 유동인구가 많을 것이라 생각했고, 가게들이 즐비한 풍경을 기대하였지만, 공주 터미널 근처의 풍경은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풍경이었기 때문이다.
인적이 끊긴 지 오랜 시간이 흐른 것 같은 건물과 그 주변의 황량함은 말하지 않아도 ‘아, 이곳이 공주의 구도심이었구나’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자연스럽게 제민천의 모습도 더욱 궁금해졌다. 제민천은 과연 어떤 곳일까. 최근 공주에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곳이긴 하지만, 그곳에서의 발전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을까. 많은 의문과 기대를 안고 제민천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강을 건너 제민천 마을에 가까워질수록 강변을 따라 옹기종기 모여있는 낮은 주택들과 따뜻한 마을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작은 강 하나를 건넜을 뿐인데 공간의 공기가 이렇게나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체감했다. 그리고 제민천 마을에서도 꽤나 안쪽에 있는 블루프린트북에 도착했다.
블루프린트북이란 책방의 이름의 뜻은 무엇인가요?
보시다시피 이제 책방뿐만 아니라 카페랑 같이 여러 가지 행사를 기획하는 업무를 하고 있거든요. 저희는 원래 건축 전공자들이 모여서 이 공간을 가지고 이런저런 문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거기에 맞는 공간을 이제 기획하는 취지로 공주에 내려왔는데요. 그 첫 번째 공간이 블루 프린트 북입니다. 마을 호텔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저희는 처음에 숙박할 공간을 생각하고 왔는데, 생각보다 숙박을 할 수 있는 공간은 굉장히 많더라고요. 대신에 공주에 왔을 때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정주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고 생각을 해서 ‘뭘 할까’ 생각을 하다가 책방이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을 했고요. 저희가 책에도 관심이 많이 있어서 블루프린트북을 먼저 시작을 했고요. 서론이 길어졌는데 ‘블루프린트북’은 원래 건축 용어예요. 청사진이라고, 건축 도면을 일컫는 용어인데요, 저희의 건축적인 아이덴티티에도 반영을 하고 싶었어요. 청사진이라는 말이 우리나라에서는 ‘밝은 미래’라는 표현으로도 흔히 의역되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이름을 지었습니다.
다양한 프로그램 진행하시는데 그중에 제가 좀 관심이 갔던 프로그램이 몇 가지 있었는데 그중에 하나가 심야 책방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더라고요. 그거에 대해서 혹시 좀 자세하게 설명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저희가 올해 스테이 공간도 꾸리게 됐거든요. 그냥 와서 잠만 자는 공간보다 저희가 가지고 있는 공간을 연계해서 하는 프로그램이 어떤 게 있을까 하다 보니까 책방을 생각하게 됐던 것 같아요. (중략) 책방에도 보면 다락같은 공간이 있어서 거기서 밤에 혼자 책 보면은 되게 좋은데, 많이 주무세요 거기서(웃음). 그리고 생각보다 밤에 공주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없어요. 원도심이다 보니까 8시면 거의 불이 다 꺼지고 그렇거든요. 그래서 우리 마을 호텔에 우리 공간만으로도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생각하다 보니까 (심야책방을) 기획하게 됐습니다.
프로그램을 진행하시면서 혹시 특별히 생각나는 그런 이벤트나 아니면 손님 같은 게 있으셨나요?
그냥 책방도 그렇고 카페도 그렇고 알게 모르게 단골이 생기는 편이죠. 그래서 저희한테 선물도 많이 주시고요. 여기 밤이 굉장히 많거든요. 가을이 되면 거의 화폐처럼 쓰이는 게 밤인데, 밤도 엄청 많이 갖다 주시고 여름에 옥수수도 많이 갖다 주시고… 주민분들은 먹을거리를 나눠주시는 경우가 많아요. 그리고 생각보다 책이나 그런 문화적인 것에 관심이 있는 주민분들이 많이 계세요. 특히 좀 젊은 분들은 더욱 그러셔서 저희랑 계속 유대감을 쌓고 있고, (중략) 예를 들어 여기 생활하시는 작가님들이랑 협업을 하기도 해요. 이 주변에 책방에 꽤 많아요. 저희를 중심으로 반경 1-2km 안에 한 6군데가 있거든요. 그 책방들이랑 연계해서 북토크 프로그램을 같이 기획한다든지 그런 식으로 일들을 하고 있어요.
그럼 원래 공주에 사시던 건가요?
아니요. 저는 원래 서울에 있었고요. 아까 말씀드렸듯이 저희는 각기 다른 건축 분야에 종사했거든요. 건축이라 함은 보통 클라이언트에 의뢰를 받아서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공간을 설계를 하고 디자인을 해드리는 건데 이렇게 그런 클라이언트의 요구를 저희는 따를 수밖에 없는 거잖아요. 근데 그것보다 ‘우리가 직접 기획해서 우리가 직접 운영까지 할 수 있으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라는 정말 용감한 생각을 했어요. 서울에서는 그런 것들이 훨씬 힘들잖아요. 임대료도 그렇고 생존에 있어서도 여건이 힘들죠.
이 지역에, 여기 공주에 이 건물의 건물주분이 사실 지인이세요. 그래서 이 건물에서 원래 이런 것들을 하고 싶으셨지만 운영을 할 수 있는 플레이어를 찾지를 못하셨는데, 우연한 계기로 저희한테 제안을 주셨어요. ‘여기(공주에) 이런 건물이 있는데 뭔가 해보지 않겠느냐’라고 제안을 주셔서 한번 내려와 봤는데 지역도 굉장히 분위기 좋았고 이 건물과 공간이 가지고 있는 힘도 굉장히 파워풀하다고 생각을 해서 시작하게 됐어요.
블루프린트북만이 가지고 있는, 차별화된 점을 한 가지 꼽으라고 하신다면 어떤 점이 이 공간의 아이덴티티를 강화시켜 준다고 생각하시나요?
일단 첫 번째로 공간 자체로서의 아이덴티티가 좀 크다고 생각을 하고요. 그리고 블루프린트북은 사실 콘셉트가 없는 책방이에요. 저는 책을 되게 좋아하는데 (원도심에는) 제가 생각하는 출판 트렌드를 쫓을 만한 그런 책방은 없다고 생각해요. 웬만한 지역 소도시들이 다 그렇죠. 독자들이 많이 읽을 법한 소재들을 다룬 책들은 소개를 받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서 제가 생각하는 출판의 트렌드를 소개하는 그런 책방으로 큐레이션을 하고 있습니다.
제민천 일대가 원도심 재생 사업을 하면서 한층 살아난 것 같은데 혹시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당연히 좋고요. 같이 뭔가 도모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분위기도 확실히 달라져요. 지역이 가시적으로 ‘어떤 가게가 생긴다’ 그런 걸 떠나서 알게 모르게 활력이 많이 느껴지긴 해요. 그게 한 2020년부터 공주 원도심에서 시작됐던 것 같은데 다만 좀 걱정되는 부분은 다들 지치지 않고 잘 버텨야 하는데, 지금 정도 되니까 다른 로컬 크리에이터분들도 사실 어느 정도의 어려움을 겪고 있지 않을까. 저희도 그렇게 풍족한 편은 아니기도 하고, 저희도 힘들다 보니까 남들도 힘들 텐데, 같이 잘 살아야 될 텐데, 그런 걱정은 있습니다.
원도심 재생 사업으로 여기가 활발해지면서 부정적인 측면도 있으셨나요? 문제점이라든가, 이런 어려움이 있으셨다든가…
그냥 글쎄요. 근데 공주 원도심이 워낙 백지 같은 공간이라고 저희는 생각을 했어요. 원래의 색깔이 크게 두드러진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대신에 기존에 로컬 콘텐츠라고 할 수 있는 자원들이 굉장히 많아서 그런 것들을 오히려 잘 활용하는 로컬 크레이터들이 많아져서 좋은 느낌이긴 해요. 그리고 로컬이나 어느 지역이 활성화될 때 생길 수 있는 문제점들, 예를 들어 젠트리피케이션 같은 문제는 저희가 공주를 선택하게 된 계기가 계기와도 연결이 되는데요. 일단은 공주는 원도심이 사이즈가 그렇게 크지는 않아요. 왜냐하면 산으로 다 둘러져 있어서 수평적으로 팽창이 될 수가 없고요. 그러니까 어떤 건물이 들어설 수도 없고 그리고 기본적으로 고도 제한이 있어가지고 3층 이상도 힘들어요. 그래서 3층 이상의 건물이 들어서는 거는 불가능한 상황에서 도시가 성장할 수 있는 조건 자체가 생각보다 척박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뭔가 ‘이 이상으로 도시의 하드웨어가 더 커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젠트리피케이션이 그렇게 저희 생각보다 빠르게 오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생각을 해서 공주를 선택하게 된 것도 있고요.
그리고 공주는 사실 워낙 관광으로 많이 어필이 되는 도시고 실제로도 그래요. 여기에 저희도 사실은 주된 타깃을 공주 시민으로 두고 있지는 않아요. 여기서 세종이 차로 20분밖에 안 걸리고 대전에 좀 가까운 데는 30분~45분 정도면 오는 곳이니까 오히려 근교 여행지로서 공주가 더 많이 어필되고 있기 때문에 외지인이 많이 오시면 저희는 좋습니다. (웃음)
마지막 질문인데요, 블루프린트북이 사람들에게 혹시 어떤 공간으로 기억되시길 바라시나요?
공주를 보통 여행을 많이 오시니까, 여행 오시면서 많이들 뭔가 환기가 되고 어떤 영감을 받기도 하고 휴식을 취하기도 하고... 그렇게 오는 공간이잖아요. 그런 방문의 목적에 맞게 그냥 일상의 어떤 환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험블(humble)한 큐레이션이지만 그로 인해서 일상으로 복귀를 했을 때 어떤 작은 영감이라도 줄 수 있는 그런 책방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제민천은 외지인이 느끼기에도, 살고 있는 현지인이 느끼기에도 참 따뜻한 장소였다. 화려한 불빛의 빌딩들과 잘 닦인 도로가 있는 곳은 아닐지라도, 사람들로 하여금 ‘정겹다’는 인상을 풍기기에는 충분했다. 각각의 장소들이, 그리고 그곳에 모여 삶의 터전을 꾸리고 있는 이들이 만들어내는 분위기가 그러하였다. 그리고 블루 프린트북은 그런 장소들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작지만 잘 정돈된 공간이 주는 아늑함과 따스함이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일상의 환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대표님의 바람이 잘 나타난 것 같았다. 또한, 블루 프린트북이 있는 이곳 제민천도 사람들의 삶을 따스하게 어루만져주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제민천에 있는 블루프린트북 또한 차가운 현실에서 벗어나 잠깐은 따뜻한 공간에서의 영감을 얻고 싶은 사람들에게 방문해 볼 것을 추천한다.
글·사진: <local.kit in 충청> 문화팀 박시현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