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슈’가 지켜낸 사투리, 우리가 지켜낼 지역다움

by 로컬키트 localkit

“지방 도시의 언어가 사라진다.” 표준어의 영향력이 커짐에 따라 방언의 색이 점차 희미해지고 있는 현 상황에 비추어 보면, 결코 얼토당토않은 이야기가 아니다. 위기에 처한 방언의 소멸을 막기 위해서는 지역 차원의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노력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지역어를 반영한 지역 교통수단을 들 수 있다. 광주에는 공영자전거 ‘타랑께’, 부산 기장군에는 공영자전거 ‘타반나’와 수요응답형 교통체계 버스 ‘타바라’가 있다. 지역 교통수단 네이밍에 지역의 언어를 활용하게 된 큰 물결의 시작점에는 대전의 공영자전거 ‘타슈’가 있었다. ‘타슈’라는 이름은 2009년 시민을 대상으로 공모해 나온 250여 개 출품작 중 최종으로 선정된 명칭이다. 로컬키트는 ‘타슈’를 작명하신 윤희일 기자님을 만나 사투리와 지역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1. 타슈가 지켜낸 사투리

안녕하세요, 기자님. 간단하게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경향신문에 선임 기자로 있는 윤희일이라고 합니다. 1990년 말에 입사해서 33년째 기자 생활을 하고 있어요. 주로 사회부 기자로 활동했고, 국제부 기자로 일본 특파원도 두 번 다녀왔어요. 우리 지역 담당도 많이 했고요. 그때마다 지방의 가치를 지키는데 기여하고 싶은 마음으로 기사를 쓰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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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광역시 공영자전거 명칭인 '타슈'의 작명가이기도 하시죠. 명칭 공모 당시 어떻게 '타슈'라는 네이밍을 떠올리신 것인지 궁금해요.

이전부터 지방 공공 브랜드에 우리 지역어가 포함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충청도 고유의 지역성을 드러내면서도 세련되어야 하고, 그 브랜드가 담아야 하는 메시지인 자전거를 타도록 하는 의미를 강조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고민하다가 처음에는 ‘타유’라고 지었어요. 여기서 조금 더 강한 인상을 주기 위해 결국 ‘타슈’라는 이름이 탄생하게 되었죠.


타슈가 공영자전거 명칭으로 선정되었을 때의 기분은 어떠셨나요?

대전에서 근무하던 시기였는데, 자전거를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강한 신념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래서 당시 시장님께도 많은 조언을 드렸었고, 이를 토대로 자전거 도로도 만들게 됐었거든요. 그런데 공영자전거가 창원에 이어서 대전에 두 번째로 생겼고, 제 아이디어로 자전거의 이름이 지어졌기 때문에 엄청난 보람을 느꼈었죠. 대전시에 자전거 교통망을 만드는 데 일종의 기여를 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러면 기자님께서도 타슈를 자주 이용하시나요?

우리 기자들 중에서는 당연하고, 대전 시민들 중에서도 아마 가장 열렬하게 이용할 정도지요. 저는 출퇴근이나 개인 이동을 할 때 자동차는 거의 안 타거든요.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가 제 구호예요. 단거리 이동에는 자전거, 장거리 이동에는 기차를 이용하는 자전거 마니아라고 할 수 있어요. (웃음) 오늘도 저녁에 약속이 있는데, 타슈를 타고 가기로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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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이나 인터넷 등과 같은 매체로 인해 표준어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세대에 따라 방언의 모습에 차이가 나타나고 그 변화는 방언이 점차 소멸되고 있는 양상으로 나타난다고 생각합니다. 기자님도 요즘 충청도 방언이 변화하거나 소멸하고 있다는 것을 체감하고 계신지 궁금해요.

완전히 체감하고 있어요. 대전이라는 대도시에는 전국 각지 사람들이 섞여 살고 있기 때문에 여기에서 충청도 사투리가 살아남기는 어려워요. 그런데 제 고향인 충청남도 서산이나 태안 쪽을 가보면 50대 이상은 아직도 정말 완벽하게 사투리를 쓰는 분들이 계세요. 반대로 아이들은 외지 교육을 받고 온 선생님이나 인터넷과 방송의 영향으로 거의 표준어를 사용하죠. 개인적으로 아이들은 표준어를 써야만 더 세련된 것이라는 무언의 사회적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고 생각해요. 서울 가서는 사투리 좀 쓰지 말라고 딸이 압박을 하더라는 얘기도 친구한테 들은 적이 있지요.


2. 우리가 지켜낼 지역다움

방언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아무래도 제가 시골 출신이기도 하니까 사투리가 사라져 가는 것이 너무 안타까웠어요. 언어에서의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지역의 언어만큼 중요한 게 없다고 보거든요. 학계에서는 그래도 방언에 대해서 관심을 가진 분들이 꽤 있는데 언론계에는 거의 없더라고요. 그래서 실제로 대전 지역 방송국에 사투리 방송을 제안한 적도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작명에 사투리를 적용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신선했고, 지역어를 지키기 위한 좋은 시도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러한 네이밍이 ‘지역다움’을 형성하는 데 어떤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세요?

사투리에는 표준어와 대체가 불가능한 표현들이 많아요. 사투리로 말해야만 그 느낌이 정확하게 사는 경우도 많고요. 이런 표현들을 네이밍에 적용하면 지역다움을 지키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죠. 이렇게 노력하지 않으면 특정 지역에만 있는 고유의 표현들이, 그러한 표현들이 담고 있는 지역의 정체성이 모두 사라질 테니까요.


지역다움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실행될 수 있는 다른 분야가 있을까요?
(1) 지역 언론이 힘써주어야죠. 방송에서 표준어 사용이 강조되면서 사투리가 급격하게 위축되었거든요. 그래서 저는 지역 방송국이 그 지역 사투리를 사용하는 자체 편성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또, 지역신문에 사투리로 기사를 쓰는 코너를 만들어서 사람들이 사투리를 쉽게 접하도록 했으면 좋겠어요. (2) 학교에서도 지역 언어에 대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특히 제주도 사투리 같은 경우, 우리가 전혀 모르는 단어들이 많잖아요. 그 단어들이 다 살아있을 때 풍성한 한국어가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3) 지방의원들이 사투리 진흥 조례를 만들어서, 사투리를 적극적으로 쓰도록 유도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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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외로, 기자님이 생각하시는 ‘대전다움’은 무엇인가요?

요즘 슬로시티가 세계적으로 인정받잖아요. 그런데 사실 대도시인 대전이 슬로시티가 되기는 쉽지 않아요. 하지만, 대전은 너무 크지도, 너무 넓지도 않기 때문에 여유를 가지고서 슬로우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지역이지요. 이게 ‘대전다움’인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독자분들께 대전의 매력을 자랑해 주세요!

대전은 자전거를 타고 다닐 수 있는 아주 매력 있는 도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평평한 도시 대전에서 타슈를 타고 대전의 명소인 성심당, 소제동, 유성온천, 엑스포과학공원 일대를 둘러보시면 전국의 그 어떤 도시에서도 체험할 수 없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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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일 기자님과의 만남을 통해, 지역의 언어를 적극적으로 드러냄으로써 끝까지 지역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자 하는 열정을 체감했다. ‘지역다움’은 주로 지역 사람들에 의해 형성되고 유지된다. 지역의 언어는 곧 그 지역 사람들의 삶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중요한 문화자산이기에 지역다움과 직결된다. 지역다움을 지켜내기 위해서 지역의 새로운 매력을 개발하려는 시도가 중요한 만큼, 사라져 가고 있는 지역어를 잊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사진: <local.kit in 충청> 문화팀 김현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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