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이 다시 살아 숨 쉴 수 있도록

순천의 도시재생 사업과 공간

by 로컬키트 localkit

사람이 많이 모이는 인기 있는 장소를 소위 ‘핫 플레이스’라고 한다. 각종 SNS에는 이러한 핫 플레이스, 예를 들면 요즘 뜨는 동네, 분위기 좋은 카페, 대기 시간이 아깝지 않은 맛집 등을 아카이빙한 계정이 수두룩하다. 핫 플레이스로 불리기 시작한 곳은 단 일주일 후면 발 디딜 틈도 없이 많은 인파로 붐빈다.


반면 한 번도 핫 플레이스로 주목받지 못했거나 과거의 화력을 잃은 장소는 사람의 발걸음을 좀처럼 부르기 어렵다. 사람들이 자주 걸어 다니고 왔다 갔다 해야 ‘거리’라고 부르는 의미가 있는데, 무슨 이유 때문인지 사람들의 관심과 흥미를 끌지 못하는 곳들은 거리의 역할을 하지 못한 채 도태된다.


위와 같은 현상은 특히 ‘서울공화국’이라는 별명을 가진 우리나라에서 지방 격차 및 소멸 문제로 이어지기도 한다. 사람이 모이는 지역에 인프라가 조성되기 마련이고, 결국 그 지역이 다른 곳에 비해 더 좋은 환경을 갖춘 곳이 되므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그 지역을 찾게 된다. 이것이 바로 서울 대부분의 공간은 사람으로 꽉 차고 지방 도시 곳곳은 휑한 거리 속 공허함을 피하지 못하는 이유다.


전라남도 내 인구수 1위를 기록하던 순천 역시 인구난을 겪고 있다. 이는 주민들의 삶의 질은 물론 도시 경쟁력을 떨어뜨린다. 인구난 극복을 위해 순천은 2014년부터 다양한 방면으로 도시재생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바람직한 도시재생 사업은 오래된 흑백사진처럼 어느 시점에 멈춰버린 도시가 예전의 활기를 되찾을 수 있도록 도울 뿐만 아니라, 기대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신도시의 등장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로컬키트는 도시재생 모범사례로 꼽히는 순천 문화의거리에 방문해보기로 했다. 해당 공간이 진정 순천의 도시재생 공간으로 활약하고 있는지, 전반적인 상권은 어떠한지, 시민들은 이곳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등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다. 문화의거리 중심에 자리잡아 순천에 다시금 숨을 불어넣고 있는 ‘순천시 영상미디어센터 두드림’에 방문하여 순천의 도시재생을 위해 누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알아보았다.



그냥 ‘영상미디어센터’가 아니다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순천시 영상미디어센터 두드림에서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는 문연옥입니다.

사업팀장을 맡고 있는 임성민입니다.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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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시 영상미디어센터 두드림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현재 진행하고 있는 사업은 크게 3가지인데요. 모두가 자유롭고 평등하게 영상미디어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사업, 영상미디어를 제작하고 싶은 분에게 무료로, 혹은 매우 저렴하게 시설 및 장비를 빌려주는 대여 사업, 그리고 두드림 이용자가 완성도 높은 창작물을 제작할 수 있게 창작 활동을 폭넓게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또한 해마다 지역 특화 사업이나 도시정책 맞춤 사업을 발굴하여 시민들과 함께 로컬 콘텐츠를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작년에 진행한 순천 도보 여행지 워크 사업과 옥상 텃밭 정원 TV가 그 예인데요. 워크 사업은 시민들이 직접 순천 곳곳을 돌아다니며 경관의 변화를 영상으로 담아 유튜브 콘텐츠로 제작해보는 활동입니다. 지금까지 약 170개의 콘텐츠가 만들어졌고, 누구나 부담 없이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순천 워크 유튜버 교육도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옥상 텃밭 정원 TV는 저희 센터 옥상에 있는 텃밭과 정원을 가꾸는 이웃들의 일상을 미디어로 내보내는 사업입니다. 순천엔 정원 문화에 관심 있는 사람이 많다 보니 궂은 여름 날씨에도 약 70명의 자원자가 모여 옥상 공간을 꾸며 주셨답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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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적으로 상영 사업이 있는데요. 센터 내에 100명 정도 수용이 가능한 영화관이 있습니다. 이곳에서 정기 및 특별 상영, 상영 영화의 관계자 초청 행사나 토크쇼 등의 행사를 진행하고 있어요. 서울에는 영화관을 비롯한 미디어 기반시설이 굉장히 많지만, 순천만 해도 미디어 관련 기관이 많지 않아요. 이 지역에 멀티플렉스가 3개 있는데 애니메이션 상영은 거의 하지 않거든요. 그러다 보니 아이들이 문화 향유를 할 수 있는 공간 자체가 많이 부족해요. 이러한 환경에서 저희 센터가 문화 교육과 향유의 공간이 되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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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량이 굉장히 많죠? (웃음) 요즘은 미디어와 연관 없는 것을 찾기가 더 힘드니, 과거보다 더욱 다양하고 폭넓은 분야로 사업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문화의거리에서 두드림은 어떤 역할을 하며, 구체적으로 어떤 존재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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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주변을 둘러보고 오셔서 아시겠지만, 저희 센터가 위치해 있는 이곳이 사실 메인 거리에요. 중심에 딱 위치해 있는 거죠. 영상미디어센터가 문화의거리 중심에 세워진 이유는 젊은층을 대상으로 이 거리를 더욱 활성화하기 위함이었어요. 미디어에 관심 있는 젊은이들이 두드림을 자주 이용하게 된다면 자연스레 이곳 상권 전체가 살아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곳은 구도심이에요. 젊은층에게 접근성이 다소 아쉬운 곳이죠. 오직 영상미디어센터 하나만을 방문하고자 문화의거리를 찾아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때문에 문화의거리가 진정한 도시재생 공간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이곳에 있는 음식점과 상점, 공방, 갤러리 등이 합심하여 오직 문화의거리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콘텐츠를 기획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쉽게도 아직까지는 이러한 연계사업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지지는 않는 것 같아요.

물론 지속적으로 시도는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 거리에서 매달 둘째, 넷째 주마다 금꽃마켓이라는 플리마켓이 열려요. 문화의거리에 있는 여러 상점과 카페, 공방 등이 함께 참여하는 행사인데요. 이때 저희 두드림은 상영 사업을 연계하여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이처럼 두드림은 이 공간 전체를 아우르는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문화의거리를 찾은 이들이 이곳만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문화의거리는 크게 두 종류의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는 듯했다. 첫 번째는 카페를 비롯한 ‘음식점’이다. 인스타그램 맛집이 꽤 많았다. 로컬키트가 점심식사를 한 식당 ‘주복’의 경우, 오픈 10분 전부터 대기팀이 무려 7개였다. 네이버를 통해 남길 수 있는 방문자 리뷰수도 500개에 육박했다. 정갈한 음식 차림과 한옥 특유의 포근함이 주복만의 감성을 완성시킨 느낌이었다. 골목 군데군데 위치한 카페들도 센스 있는 네이밍과 간판으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문화의거리 상권을 책임지는 음식점류 공간들은 요즘 사람들이 매력을 느끼는 다양한 요소를 각자만의 스타일로 해석, 적용하여 거리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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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공간은 공방과 갤러리 등의 ‘문화공간’이었다. 문화의거리라는 이름에 걸맞게 예술가들이 개인작업을 하거나 본인의 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나 공방이 많이 보였다. 하지만 대부분이 아예 닫혀 있거나, 문은 열려 있더라도 그 공간을 관리하는 사람이 없었다. 막상 공간을 구경하고 싶어 찾아왔지만 정작 무엇을 어떻게 구경해야 할지 모르겠는, 혼란스러우면서도 허무한 느낌이 들었다. 거리에 공방, 글방, 서점, 갤러리 등 온갖 문화공간이 펼쳐져 있었으나 이 모든 곳이 촘촘하게 엮여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 같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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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 공간으로서 가능성을 묻다


순천 문화의거리가 도시재생사업 모범사례로 적합하다고 생각하시나요? 그렇게 생각하시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음… 조금 복합적인 평가를 내리고 싶어요. 무슨 말이냐면, 경관 측면에서는 도시재생 공간의 역할을 충분히 했다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이 거리가 일방통행이 아닌 양방향 통행이었어요. 그래서 오가는 차량이 꽤 많았죠. 거리에 ‘사람’이 걸어 다니기보다는 어디론가 향하는 ‘차’가 잠깐 들르거나 지나치는 공간에 불과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달라요. 거리가 일방통행으로 바뀌면서 사람들이 걸어 다니기 시작했고, 자연스레 주택단지형 공간에서 상권형 공간으로 변화했어요. 과거에 비해 더 많은 사람이 자주 걸어 다닌다는 사실은 문화의거리 조성 사업이 도시재생 효과를 가진다는 의견을 충분히 뒷받침한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가을이 되면 이 거리 전체가 아주 예쁜 은행나무 산책길이 되는데요. 벚꽃시즌에 석촌호수가 인사인해를 이루는 것처럼, 가을에 이 산책길 하나를 보기 위해 사람들이 막 찾아오기도 합니다.

아쉬움도 분명 존재해요. 그래서 조금 전에 복합적인 의견이라고 말씀드린 건데요. 문화의거리를 채우고 있는 여러 장소 간 괴리감 때문이에요. 제3자의 입장에서 문화의거리를 관찰하면 음식점과 카페는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공간을 계속해서 발전시키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문화공간의 경우 늘 비슷한 컨셉을 유지하는 것 같습니다. ‘문화’라는 영역은 특히 더 트렌드에 민감해야 사람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데, 조금은 아쉬운 부분이죠.

물론 예산 때문에라도 개인이 공간에 대한 변화와 발전을 실현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지역자치단체에서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할 때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바로 이런 지점인 것 같아요. 도시재생의 모범공간이라고 하면 어딘가에 멈춰 있는 이미지보다는 소통을 통해 꾸준히 어딘가로 나아가는 역동적인 모습이 떠올라서요.



문화의거리도, 두드림도 한 단계 성장


문화의거리가 더욱 매력적인 공간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어떤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두드림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문화의거리를 진정한 도시재생의 공간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체류시간을 늘리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과연 돈을 지불하지 않고도 오랜 시간 머물 수 있는 공간이 도시에 얼마나 있을까요. 친구와 한두 시간 잠깐 수다를 떠는 데도 카페에 최소 사천원 정도의 음료값을 지불해야 하는 세상입니다. 저희 두드림은 이러한 부분과 관련하여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기관이에요. 사람들이 비용 부담 없이 마음껏 저희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들어오시면서 살짝 보셨겠지만, 1층이 지금은 사무 공간이에요. 그래서 사방을 둘러싸고 있는 유리에 시트지를 붙여서 외부인이 내부를 볼 수 없도록 해놓았죠. 하지만 가만 생각하니 이 공간이 아깝게 느껴지더라고요. 차라리 사무 공간을 2층으로 옮기고 시트지를 뜯어서 지나가는 사람 누구나 편하게 들어와 자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개방 공간을 마련해야겠다 싶었어요. 이런 오픈형 공간이 많아져야만 문화의거리를 방문하는 사람들의 체류시간이 늘어날 거라고 생각해요.


문화의거리에 위치한 기관으로서 두드림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요? 사람들에게 두드림이 어떤 존재로 각인되길 바라시나요?

좋은 질문이네요. (웃음) 저희의 가장 큰 목표는 순천의 ‘힙한 공간’으로 거듭나는 거예요. 그러기 위한 1차적 목표는 주민들에게 이웃 같은 존재가 되는 거고요. 주민들이 두드림을 개방적이고 창의적인 놀이공간으로 인식하고, 그렇게 이용했으면 좋겠어요. 문득 영화가 보고 싶어지면 보러 오고, 미디어 교육을 듣고 싶으면 들으러 오는 그런 곳이요. 1차적 목표가 이루어지면 저희 두드림뿐 아니라 순천 문화의거리 역시 지금보다 훨씬 성장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해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곳은 구도심이에요. 주요 연령층이 70대 이상이죠. 그래서 보통 “그러면 힙한 공간을 조성하기 힘들지 않나요?”라는 얘기를 많이 들어요. 하지만 트렌드라는 게 젊은 사람들의 전유물은 아니거든요. 어르신들이 향유하는 무언가도 충분히 힙한 문화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따라서 저희 두드림은 남녀노소가 즐길 수 있는 영상미디어 활동과 순천을 살리는 지역 사업을 기획 및 추진하여 모든 주민의 취향과 성향, 더 나아가 트렌드를 반영한 순천의 독자적인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요. 이곳 문화의거리에서 주변 공간과 조화롭게 어우러져 모든 이에게 열린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나는 그날까지, 두드림은 열심히 달리고 또 달리겠습니다. 로컬키트가 저희의 성장을 지켜봐주세요!



순천 문화의거리가 도시재생 공간으로서 더 큰 영향력을 갖기 위해서는 문화의거리를 구성하는 각종 공간이 자체적인 트렌드 분석을 토대로 기반을 다져나감과 동시에, 공간들이 아름답게 피워내는 매력적인 콘텐츠를 모두가 쉽고 간편하게 모아볼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이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아도 이 지역만의 볼거리, 즐길거리가 많다는 점을 피부로 직접 느끼게 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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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드림이 언급한 것처럼 문화의거리 내 장소 간의 연계에도 신경 써야 한다. 단순히 한 매장만 잘 된다고 해서 그 지역 전체가 살아남진 않는다. 지역의 여러 공간이 저마다의 색깔을 보여주고, 또 하나로 모여 그 지역만의 컨셉을 확립하게 되는 순간, 지역 전체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시작한다. 문화의거리가 방문하고 싶은 곳이 될 수 있도록, 그래서 순천만의 스토리와 라이프스타일이 더 많은 사람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지역과 주민이 한마음이 되어 다채롭게 빛나는 거리를 조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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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local.kit in 전남> 사회팀 유혜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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