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태어나서 자라며 성숙해지다 결국 노화의 길로 접어든다. 도시 역시 마찬가지다. 사람들이 모여 도시가 탄생하고 발전하다 각 기능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못하게 되면 그 도시는 결국 기능을 멈추고 소멸한다. 도시는 끊임없이 변화한다. 주변 환경도 끊임없이 변화한다. 우리가 병원에서 치료를 받듯, 도시도 이러한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 그것이 도시재생이다.
이곳 광양읍 구도심도 인간으로 보면 노화의 단계에 있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지역이었다. 광양의 산업화가 진행되며 지역의 중심지가 중마동 등으로 옮겨갔다. 광양읍 구도심은 요즘의 도시에 비해 불편하고 좁은 골목길이 많고 지은지 수 십 년이 넘은 오래된 구옥들이 가득한 지역이다.
그러다 쇠퇴해가던 이 구도심을 다시 살려보자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광양읍 도시재생 사업이 시작되었고 2022년 12월부터 ㈜아트앤라이프에서 위탁운영 방식으로 카페, 전시 공간 그리고 한옥 스테이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인서리 공원에 방문하여 매니저님을 만나 이곳저곳을 다니며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흔하지 않은 것들’의 매력
인서리 공원에 방문하자마자 주변의 거주지와 크게 다름을 느끼지 못했다. 어쩌면 그냥 지나칠 수도 있겠다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부분은 충분히 장점으로 느낄 수 있었다. 흔히 도시재생하면 떠오르는 벽화와 같은 화려함은 없었다. 하지만 활기는 있었다.
“원도심 느낌이 나는 것 때문에 서울 등 다른 지역에서 오시는 분들이 너무 좋아하세요. 사람들이 오시면 벽화 같은 흔히 하는 것들을 안 해서 너무 좋다 이런 얘기를 많이 하시고 그래서 최대한 기존의 경관을 안 해치면서 운영을 하고 싶어요.”
인서리 공원엔 표지판이 없었다.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이 공간은 어떤 공간인지 하나하나 찾아가는 그 과정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거주 공간이자 관광지
“집중하고 있는 것은 특화 분야예요. 그러니까 여기가 기업에서 운영을 하고 있는데 동시에 시에서도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고, 사람들은 관광지로 인식을 하잖아요. 그래서 이 세 가지를 묶어 나가야 하는 게 가장 큰일이긴 해요. 요구하는 바들이 서로 너무 다르기 때문에 최대한 밸런스를 맞추면서 모두의 기대에 부응하려고 신경 쓰고 있어요.”
사기업에 위탁해서 운영하는 많은 도시재생 사업이 고민하고 있는 대표적인 문제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도시 재생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는 기존 거주민 삶의 질 향상이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면서 동시에 기업은 이윤을 창출해야 하고 관광지로 인식하는 사람들과 원 거주민 사이에서 중재 역할도 해야 한다.
과거와 이어지는 편안한 공간
“그냥 와서 제일 편한 거 있잖아요. 와서 마음 편하게 책 보고, 음악 듣고. 사람들이 할 거 하다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서 음악도 크게 안 해놓고, 편하게 자리 배치를 해놓고 했어요. 기존의 예쁜 한옥을 많이 살린 만큼 고즈넉함도 있었으면 좋겠더라고요.”
실제 인서리 공원의 많은 공간들이 기존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아주 오래전에 지은 집에서나 볼 법한 타일, 과거에 사용하던 우물 등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 이러한 요소들 덕분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있음에도 편안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주민들과 함께하는 도시재생
도시 재생은 주민들을 위한 일이다. 그래서 인서리 공원은 주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서도 고민한다. 실제로 인서리 공원은 지역 주민분들에게 커피를 대접하는 행사를 진행하거나, 평상시에도 할인을 해주어 주민 가족분들이 오셨을 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행사를 할 때 플리마켓에서 물건을 판매하며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도 제공한다.
“수익이 나는 것은 스테이랑 카페밖에 없지만, 갤러리 같은 경우에도 무료로 개방해요. 비용이 들어간다고 해서 관리를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분기별로 또 계속 바꿔요. 근데 이게 그 자체만으로도 동네 분들이 와서 보고 갈 수 있게 문화 예술의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공연할 때도 그냥 와서 보실 수 있게 하는 그런 것들이 조금은 주민들과 함께할 수 있는 방향에 도움이 되지 않나 싶어요. 앞으로도 계속할 거고요.”
지속 가능한 도시재생
“요즘 도시재생 사업을 진행은 했는데 제대로 운영을 하고 있는 곳이 별로 없다는 거예요. 잘 운영을 하고 있는 곳이 진짜 없는데 그 이유가 뭘까 생각을 해보니 이게 너무 어려운 거죠. 사실 회사나 개인이 수익을 내는 것이 너무 어렵고 그럼 결국 국비를 받아서 해야 하는데 책임감 있게 운영이 안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래서 시스템이 갖춰져야만 도시재생이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결국 운영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어쨌든 계속 인구는 줄어들고 도시재생이 필요한 곳들은 늘어날 거잖아요. 근데 만약 만들어 놓기만 하고 운영이 안된다면 도시재생 사업 자체가 없어지지 않을까요?”
기존에 어느 지역에 어떤 공사를 해서 어떻게 도시재생을 할지를 고민했다면, 이제는 재생한 지역을 어떻게 유지할지도 같이 고민해야 할 때가 왔다. 안정적으로 잘 운영되는 재생 사업이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사업도 많다. 이는 결국 도시재생 사업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도시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욱 인간과 닮아 있다. 삶의 과정부터 이를 관리하고 치료하는 것까지. 단순히 길을 고치고 건물을 수리하는 것만으로는 도시를 살릴 수 없다. 재생 사업을 진행했다면 그 사업이 끝까지 지속 가능하도록 더욱 큰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마치 치료를 받고 지속적으로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인간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