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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컬키트 localkit Jun 08. 2024

local.kit 3호선 프로젝트 : 녹번

녹번역: 웰빙 생활의 새로운 메카


어느 동네이든, 지하철역 출구를 나오자마자 눈에 들어오는 광경에 의해 정의되기 마련이다. 선선한 초여름 바람이 맞아주는 녹번역 1번 출구에 도착한다. 시야를 가득 메운 정갈한 배열의 아파트 상가 그리고 깔끔한 도로. 역 앞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의 쾌적한 광경이다. 괜히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사방을 둘러보게 된다. “녹번이 이렇게 바뀌었다고?” 아마도 수 년 만에 녹번을 찾았을 사람들의 감탄이 유독 귀에 들어온다. 녹번역을 에워싸고 있는, 마천루를 방불케 하는 아파트 단지의 향연에 새삼 느낀다. 말 그대로 사람 사는 동네이구나.


인근 아파트에서 내려다본 녹번역 일대


서울 어디로든 향한다는 3호선이 지나가는, 은평구의 중심과도 같은 동네이다. 북한산을 마주보는 저층 다가구 주택과 대규모 아파트 마을 그리고 그 사이에 촘촘한 상가까지, 영락없는 주거 지역이다. 처음 와 본 낯선 동네일지라도, 이 곳에 생활하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기는 무척 쉽다. 녹번만이 선사하는 웰빙 라이프스타일을 들여다보자.



은평구청으로 향하며

은평구청으로 가는 길 곳곳에 보이는 각종 생활편의시설

녹번역에서 은평구청역으로 가는 길에는 녹번에서의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이 밀집해 있다. 반찬가게부터 대형마트까지, 그 어느 동네 부럽지 않을 정도의 상가들이 대로변을 넉넉히 장식하고 있다.



뒷골목 곳곳, 녹번만의 특색이 돋보이는 길거리 풍경.



대로변을 점철하고 있는 간판과 소음을 피해 골목길로 들어서면, 바깥과는 단절된 듯한 공간감에서 비롯된 고요함과 고즈넉함이 남게 된다. 포근하게 내리쬐는 햇빛과 무지개색 도로, 그리고 집집마다 보이는 녹색 식물에 문득 녹번의 ‘녹’이 푸를 녹綠이 아님에 아쉬움을 느끼게 된다.



동네 맛집 ‘정선할매’ 에서의 점심 식사.


해가 어느덧 중천에 뜨자 점심 시간이 되었음을 온몸으로 느끼게 된다. 골목길 안쪽에 위치해 있는 동네 맛집 ‘정선할매’로 향한다. 뒤이어 편안한 옷차림의 동네주민들이 끊임없이 들어오는 모습에 동네 맛집을 제대로 찾아왔음을 확신하게 된다. 넉넉한 밑반찬부터 게장과 갈비찜, 거기다 화룡점정으로 곤드레솥밥까지 상을 가득 메운다. 언제나 집밥이 그리운 우리에게는 너무나도 귀한 상차림을 느긋이 즐긴다. 점심을 마친 후 식당 바로 옆에 있는 ‘꽈배기나라’에서 산 꽈배기를 한 손에, 근처 메가커피에서 산 커피를 한 손에 들고 산책을 나서기로 한다.


녹번서근린공원: 시원한 녹색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기 좋은 공간

녹번초등학교 옆에 위치해 있는 녹번서근린공원은, ‘도심 속 작은 정원’이라는 수식어를 지닌 공간이다. 주택과 학교로 둘러싸여 있어 늘 고요한 이 공원은, 그야말로 힐링 장소 그 자체이다. 주말 오후임에도 인적이 적당히 드물어 조용히 산책을 하기에 제격인 장소라는 인상을 준다. 동네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소풍을 즐기는 한편, 아이와 반려동물과 함께 주말 나들이를 나온 가족들도 있다. 녹색 그늘 아래서 오후 두 시의 태양의 따가움을 잠시 잊을 수 있는 이 공간은, 도심 속 여유를 선사하는 매력적인 장소이다. 


햇빛을 넉넉히 가려주는 울창한 숲 속 작은 정원.


녹번로: 북한산과 녹번을 한눈에

공원에서의 산책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채, 다시 햇빛의 품으로 돌아와 녹번로를 걸어본다. 정감 있는 가게들 사이사이에 자리잡은 아기자기한 인테리어의 가게들이 눈에 띈다. 은평구에 주소를 둔 청년들의 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은평구 청년 창업점포’가 녹번로 곳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 베이커리, 소품샵, 공방 등 간혹 보이는 이 젊은 점포들은, 녹번로의 한결 같은 정경에 활기를 불어넣어 준다. 



북한산을 마주보는 녹번로 일대의 평화로운 낮.


몰댄이넢: 감성 넘치는 공간 속 오후의 여유를 만끽하다

한가로운 늦은 오후에는, 동네를 막론하고 카페들이 북적이기 마련이다. 녹번을 대표하는 카페 중 하나인 ‘몰댄이넢’ 역시 예외는 아니다. 주택을 시원스레 카페로 개조한 감각적인 이 공간에는, 특색 있는 음료를 즐기며 대화를 나누는 이들 그리고 작업을 하는 이들이 한데 어우러져 있다. 부드럽고 달콤한 크림과 산미 없는 고소한 커피가 어우러진 크림 커피가 인상적이다. 바깥 테라스가 훤히 보이는 자리에 앉아 녹번에서의 하루를 회고하다 보면, 해가 어느덧 뉘엿뉘엿 지고 있음을 깨닫는다. 


녹번의 감성을 책임지는 카페 몰댄이넢.


녹번만화도서관: 도심 속 작은 아지트

녹번역으로 돌아가는 길, 책으로 가득 채워진 투명한 컨테이너가 유독 눈에 띈다. 은평구립도서관에서 운영하는 녹번만화도서관이다. 아이들과 청년들 너나할 것 없이 한데 어우러져 시원한 에어컨 바람 아래서 만화책을 즐기는 모습이 웃음을 자아낸다. 잠시나마 동심을 되찾으며 녹번의 심장에 위치해 있는 자그마한 아지트에서 녹번에서의 하루를 마무리한다.


아담하지만 각종 서적으로 빽빽하게 채워진 녹번만의 아지트


녹번역을 떠나며

서울에는 제각각의 매력을 지닌 동네들이 흩뿌려져 있다. 녹번역을 서울 전역에 연결하는 3호선에만 해도, 충무로, 안국, 압구정 등 색채 뚜렷한 동네들의 향연이 돋보인다. 한눈에 띄는 짙은 색이 있다면, 자세히 보아야 눈에 들어오는 은은한 색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색채의 우열을 가리는 것이 어불성설인 것은 물론이거니와, 명도만으로는 색채를 정의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놀기 좋은 동네, 먹기 좋은 동네, 이동하기 좋은 동네 등 ‘좋은 동네’를 정의하는 기준은 끝도 없다. 따뜻한 오월의 햇빛 속 녹번의 구석구석을 거닐며, 마치 우리가 동네 주민이 된 듯한 착각에 빠진 채 하루를 보냈다. “처음 왔는데도, 전혀 이질적이지 않네. 왠지 익숙해.” 로컬키트는 녹번에서 ‘살기 좋은 동네’로서의 매력을 온몸으로 체감했다.


마천루가 하늘을 가리고, 교통수단이 땅을 뒤덮고 있는 서울의 중심이 있다. 하지만 서울을 이토록 매력적이게 만드는 이유는 여기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시선을 조금만 돌리면 이내 시야에 들어오는, 도심에서의 시간 속 먹먹해진 귀와 침침해진 눈에 휴식을 선사하는 ‘웰빙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동네 역시 서울에 병존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로컬키트 x 웰컴홈즈] 이 콘텐츠는 웰컴홈즈와 함께 제작했습니다.


글·사진: <local.kit> 박수민 에디터, 정회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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