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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cal Park May 13. 2021

고향집에 다녀오고 나면


오랜만에 고향 부모님 댁에 오래 머물다 왔다.

4시간 가까이 되는 이 거리를 늘 부담스럽게 생각해서 미루고 미루다 일 년에 몇 번을 가지 못한다. 막상 출발하면 그저 좀이 쑤시는 몇 시간을 견디기만 하면 될 일인데. 그렇게 오랜만에 큰 결심으로 기차에 올랐다.


부모님을 많이 사랑하지만, 서로의 생활 방식 속에 녹아드는 건 여전히 어렵다. 

부모님과 함께 산 시간이 20년을 훌쩍 넘겨도 말이다.

어릴 적부터 '일찍 좀 자라'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지만, 나는 그 시절보다 더욱 늦게 자는 사람이 됐고,

부모님은 부모님대로의 일정 때문에 누구보다도 이른 새벽에 (새벽 3시 반)에 하루를 시작하는 일상을 살고 있다. 잠깐 머물다 가는 거지만 일상을 바꾸기가 참 힘들다. 내 멋대로 살 수 있는 내 집이 그리워진다.



그래도.. 그래도 참 좋다. 그냥 나물만 가득하더라도 심심한 엄마 밥상이 너무 좋고, 이른 귀가에 내가 좋아하는 참외를 까만 봉지 가득 담아 들어오시는 아버지의 발걸음이 좋다.

아직은 어려서 그림 잘 그리는 고모가 세상 위대해 보여 진이 빠지게 매달리는 두 조카들의 보챔도 너무 좋다. 오랜만에 만나 고충을 쏟아내는 오빠의 짜증도 괜찮다. 날 너무 불편해하지 않고 웃으며 반겨주는 새언니에게 미안하고 또 고맙다. 그냥 이런 소박한 하루하루가 삶일까? 행복일까? 생각하게 되는 시간들이다.


오랜만에 돌아온 내 집에서의 고요가 반가우면서도 어색하다.

이상하게 이렇게 오랜만에 돌아오는 날이면 그저 불현듯 울컥울컥 한다.

딸이 오래 있다가 돌아가니 집이 너무 쓸쓸하다는 엄마의 말에 눈물이 살짝 고인다.

하지만 또 이렇게 적막을 견디며 하루하루 보내는 것도 나의 삶인 것을. 

어디서든 일상에서의 행복을 찾기 위해 나는 매일매일 열심히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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