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야구>
난 한때 야구를 좋아하는 수준을 넘어 거의 목을 맸었다.
하루의 기분은 전날 야구의 승패가 좌지우지할 정도였으니.
나는 김시진 선수를 참 좋아했다. 물론 내가 야구를 볼 땐 한참 과거의 선수였고, '현대 유니콘스'의 감독을 역임했었기에 '김시진 감독'이 훨씬 내 입에 잘 붙는 호칭이었다. 내가 야구를 보기 시작할 즘, 창단된 지 얼마 안 된 구단의 감독으로 김시진 감독이 선임이 되며 나는 그를 따라 구단의 초창기 팬이 됐다.
내 연고와도 상관없고, 성적도 바닥인 그 구단을 난 아주 열심히 오랫동안 응원했다. 주변에 이 구단의 팬이 워낙 없었기 때문에 각종 이슈가 있을 때마다 사람들은 자연스레 날 떠올렸고, 내게 물어봐 왔고, 나는 동네의 구단 대변인 정도는 됐다.
난 이제 더이상 야구를 보지 않는다. 잊을만하면 프로야구를 뒤집어 놨던 승부조작 사태는 운동경기 존재의 근간을 뒤흔들었기 때문에 나는 담배를 뚝 끊는 심정으로 야구를 보지 않겠다고 마음먹었고, 실천했다.
시간이 많이 지나며 구단은 감독이 여러 번 바뀌고, 스폰서 이름도 여러 차례 바뀌었으며 홈구장도 바뀌었다. 그러한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던 우리 팀의 첫 한국 시리즈 진출. 참 마음이 울렁거렸다. 이제는 홈 응원석을 꽉 채우는 수많은 팬들도 있다.
지난 사랑을 추억하며 그리운 건 사랑했던 사람이 아니라 '그 시절의 누군가를 열심히 사랑했던 나'라고 하는데 정말 그렇다. 그렇게까지 열심히 나는 야구를 좋아했고, 울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