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한 조지아 여행기-5

5 -트빌리시(3.21)

by Local Park

21일 오전, 오후


온전한 트빌리시에서의 첫날. 조지아에서 유일하게 햇빛을 본 날로 기억하는 날. 자는 도중에 너무 추워서 옷을 더 껴입고 자야 했지만, 너무 피로에 절어있던 터라 크게 뒤척이지 않고 잘 잤다. 씻고 실컷 미적거리다 나갈 채비를 마치고 나서니 리셉션에 어제 인사 나눴던 호스트가 인사해준다. 호스트에게 인사하며 숙소를 하루 더 연장할 수 있는지 물어봤는데, 어제와 달리 오늘은 숙소 예약이 다 차서 연장할 수 없다고 했다. 나는 숙소를 예약할 때 최초 하루를 예약하고 실제로 묵은 뒤 숙소가 괜찮으면 연장해서 며칠이고 지내는 편이다. 아무리 숙소 예약 사이트의 구매 후기를 꼼꼼히 확인한다고 해도, 사람마다 기호도 다르고 예상 밖일 때가 늘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예약이 꽉 차서 괜찮은 숙소에 오래 머물지 못하는 단점도 있다. 오전 동안 관광하고 숙소로 돌아와 바로 떠날 수 있도록 짐을 싸놓고 핸드폰 어플로 옮길 숙소를 바로 찾아 예약했다. 호스트에게 체크아웃 시간에 맞춰 돌아오겠노라 인사하고 트빌리시 첫 관광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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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관광하기에 앞서 아침을 먹을 만한 곳을 물색했는데, 이른 시간인 데다 썩 가고 싶은 곳이 없었다. 이곳은 조지아 수도의 최고 번화한 곳으로, 주변 식당은 마치 명동의 한식당 같은 느낌이었는데 썩 끌리지 않았다. 맛없는 현지 음식을 바가지까지 써서 먹을 것 같았다. 그러다 반가운 프랜차이즈 간판이 보였다 '던킨 도너츠' 후에 하루에 두 번씩 뻔질나게 드나들며 내 아지트가 돼 준 곳인데, 첫 끼니도 이곳에서였다. 던킨의 시그니처 메뉴나 이상한 모양의 시즌 도넛들도 있었지만, 조지아 전통 빵과 터키식 커피도 팔고 있었다. 빵을 주문하는 방식은 유럽과 비슷했는데, 내 차례가 됐을 때 유리 진열장에 보이는 빵 중에서 골라 점원에게 말하면 그걸 내어주는 방식이었다. 커피와 함께 주문하자 빵을 데워서 커피와 함께 내줬다. 지금도 이름은 알 수 없는 조지아식 빵인데, 일단 겉은 기름이 자글자글하고, 안에는 엄청 짠 으깬 감자가 들어있었다. 아메리카노로 입의 소금을 헹궈가며 먹었다. 듣도 보도 못한 맛이 재밌었다. 커피를 마시며 오늘 뭐할지 계획을 짜고 핸드폰 충전을 했다. 후에 던킨을 집처럼 드나든 건 여러 이유가 있지만 충전할 수 있는 콘센트를 제공하는 것이 큰 이유였다. 미국 프랜차이즈 만세!



교통 카드를 만들러 'Liberty Square(자유광장)'역에 갔다. 카드는 모든 지하철 역 창구에서 2 GEL(라리)를 주고 만들 수 있고, 충전해서 쓰는 선불제 형식이다. 버스와 지하철 요금은 동일하게 0.5 GEL다. 나는 우선 5 GEL을 충전했다. 오전 임무를 끝내고 숙소로 돌아가 체크아웃을 한 뒤 짐을 챙겨 멀지 않은 새 숙소로 이동했다. 숙소 예약 어플에서 한국인 방문객 후기가 좀 많았던 곳이고, Liberty Square 지하철 역과는 더 가까운 위치였다. 4인실 여성 도미토리로 예약했는데, 후기대로 호스트는 친절하고 숙소도 참 깔끔했다. 배낭만 두고 오후 일정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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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빌리시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띄는 트빌리시의 랜드마크 Narikala Fotress(나리칼라 요새)와 Mother of Georgia(마더 오브 조지아)를 보러 갔다. 여느 나라의 수도처럼 트빌리시도 '쿠라(Kura)'라는 강이 도시를 가로지르고 있다. 이 강을 두고 자유광장이 있는 왼쪽은 구도심이 오른쪽은 현대 건축물인 대통령궁이 위치해있는데, 신 구를 연결하는 상징적인 의미로 2010년에 '평화의 다리'를 놓았다. 구도심에서 다리를 건너면 굉장히 큰 공원이 있는데 거기에서 나리칼라 요새로 올라가는 케이블카를 탑승할 수 있다. 현금으로 표를 사도 되지만 트빌리시 교통카드로도 탈 수 있다.



나리칼라 요새는 4 세기에 지어진 후 여러 침략과 전쟁, 지진 같은 자연재해를 견디며 부서지고 재건되고를 반복했다고 한다. 트빌리시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전망 포인트다. 밤에 오면 야경도 좋다고 하는데, 재방문하지 않은 것이 지금은 못내 아쉽다. 요새 위를 좀 걸으면 마더 오브 조지아상이 나타난다. 20미터 정도의 알루미늄 동상으로 1958년 트빌리시 1500주년 기념으로 세워졌다고 한다. 한 손엔 이웃을 반기는 와인잔을, 한 손엔 적에 맞서는 칼을 들고 있다. 강인하고 고고한 자태가 참 여자다운 동상이다.



마더 오브 조지아 반대쪽으로 요새를 따라 걸으면 13세기에 지어진 '성 니콜라스 성당'이 있다. 화재로 소실 뒤 1996년에 재건했다고 한다. 성당 주변 요새는 깨끗하게 정돈된 모습이 아니라 무너지고 부서진 세월의 흐름이 느껴지는 채로 있어서 더 좋았다. 이날 맑고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이었다. 이맘때 한국은 미세먼지로 마스크를 안 쓰고는 나갈 수 없는 날들이 많았는데, 이날 맨살로 느껴지는 깨끗한 바람이 오래간만이라 참 좋았다. 요새는 도보로도 오르내릴 수 있어서 내려갈 땐 걸어서 이동했다. 요새를 내려오면 바로 구시가지 번화가가 나오는데 따뜻한 색감의 오래된 건물들과 예쁜 카페가 많아서 먹고 쉬기 좋다. 오후의 햇살을 느끼기 위해 예쁜 카페에서 그날의 두 번째 커피를 마셨다.


IMG_20180321_113526.jpg 조지아 첫 끼니. 반가운 아메리카노와 기름 좔좔 빵
IMG_20180321_103529.jpg 트빌리시 교통카드 발급!
DSC05146.JPG 트빌리시 구도심 뒤로 보이는 나리칼라 요새
DSC05175.JPG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 보자!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메테히 성당과 쿠라강
DSC05183.JPG 나리칼라 요새에서 내려다보이는 트빌리시 전경. 우측에 보이는 평화의 다리.
DSC05188.JPG 나리칼라 요새에 올라서 보는 '마더 오브 조지아'상의 뒷모습
DSC05194.JPG 마더 오브 조지아 아래 평화로운 댕댕이 낮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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