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한 조지아 여행기-7

7 -트빌리시 - 카즈베기 (3.22)

by Local Park

숙소에서는 팬케이크와 커피 등의 간단한 조식을 제공했다. 아침을 혼자서 먹고 있는데 친구 사이로 보이는 두 사람이 들어와 내게 말을 붙여왔다. 둘은 벨기에 사람이라고 했다. 내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굉장히 반가워하며, 학술 컨퍼런스로 몇 주 머문 적이 있다고 했다. 기억하고 있는 단어가 딱 두 개가 있는데 '안녕'과 '우유'라고. 한국을 다녀온 벨기에인을 조지아에서 만나다니. 우리는 엄지 척하는 인증샷을 서로 하나씩 찍고 여행을 잘하라고 격려하며 인사했다. 일찍 짐을 정리하고 숙소를 체크아웃했다.



카즈베기(kazbegi), 현재는 스테판스민다(Stepantsminda)라는 명이 정식 명칭인데, 조지아 내에서도 여전히 카즈베기라는 명칭을 주로 사용한다. 조지아 북동쪽에 위치한 산에 둘러 쌓인 작은 시골마을이다. 트빌리시에서 차로 갈 수 있고, 약 3시간 정도 소요된다. 트빌리시에서 가는 방법 중 가장 많이 이용하는 방법은 디두베(Didube)역의 버스 터미널에서 마슈롯카를 이용하는 것이다. 조지아는 시외버스 시스템이 좋지 않다. 시외로 다니는 대형 버스가 없기 때문에, 학원 승합차 같은 차를 개조한 버스를 이용해야 하는데 이걸 '마슈롯카'라고 부른다. 혹은 버스 터미널 인근에서 택시나 벤에 사람을 모아서 태워가는 방법도 있는데 마슈롯카보다는 조금 비싸다.


디두베 역에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타러 갔다. 소비에트 연합이었던 국가들의 전철은 대부분 비슷한 형태로, 전쟁 시 방공호로 사용하기 위해 굉장히 깊게 지었다. 또 지하철 플랫폼이 넓고 천장이 높다. 출근하는 사람들 틈바구니에 몸통만 한 배낭을 지고 있는 나는 굉장히 눈에 띄었다. 조지아를 여행하면서는 친절한 사람도, 무례한 사람도 만나지 않았다. 뚫어져라 쳐다보던가, 중국이나 일본에서 왔냐고 묻는 사람들을 유럽 각지에서 쉽게 만나는데, 조지아에서는 그런 사람이 없었다.



디두베 역에 내려서는 어렵지 않게 버스 터미널을 찾을 수 있다. 출구를 나가면 그 앞쪽 어딘가 사람들이 바글바글 한 곳이 보이는데 그곳이다.(무책임한 설명이지만 그냥 딱 그렇다) 이름은 버스터미널이지만, 표를 끊는 플랫폼이나 시간표 등은 찾을 수 없었다. 여러 곳으로 떠나는 마슈롯카들이 앞 유리창에 행선지를 빨간 글자로 적어놓고 나열해있다. 버스 운전수가 직접 행선지를 목청껏 외치며 그 자리에서 돈을 받고 사람을 태웠다. 출발 시간이 정해져 있다고 해도 사람이 다 차야만 출발한다.


카즈베기에 가는 마슈롯카를 찾던 중, 자가용으로 카즈베기까지 가면서 중간중간 관광 포인트도 들른다는 호객꾼을 만났다. 이렇게 자가용으로 가면 금액은 조금 비싸지만, 편하게 앉아서 갈 수 있는 장단점이 있다고 들었다. 들어보니 가격 차이가 납득할만한 수준이라 타겠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이건 잘못된 선택이었는데, 그 운전수 아저씨가 그 차에 탈 사람을 호객해서 모으는 걸 기다리느라 1시간은 기다렸고, 그 아저씨의 욕심으로 자가용 뒷 자석에 사람을 4명이나 태웠기 때문에 마슈롯카보다도 불편한 좌석을 더 비싸게 타고 간 셈이 됐었기 때문이다. 어렵게 어렵게 차는 출발하고, 나 외에 젊은 학생 4명은 벨라루스에서 함께 놀러 온 친구사이라고 했다.


어색하게 끼여 카즈베기로 열심히 달리는데 트빌리시를 벗어나자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트빌리시는 싸늘하긴 해도 이른 봄 날씨였는데, 이 곳은 눈이 잔뜩 쌓여있었다. 도로는 거의 주차장이 되고, 그 보다도 카즈베기까지 들어갈 수 있는지 여부도 알 수 없었다. 차를 호객할 때 들르겠다던 사진 명소는 눈 때문에 결국 들르지도 못하고 지나쳤다. 그렇게 눈을 뚫고 간신히 카즈베기에 도착했다.




황량한 첫인상의 카즈베기

도로 사정으로 3시간 거리는 5시간은 걸려 겨우 도착했고, 4명이 억지로 끼여 앉아 온 터라 힘든 이동길이었다. 터미널이 위치한 카즈베기 중심가는 이제 막 도착한 여행객들 외에는 사람도 없고, 가게들도 몇 없는 데다 거의 닫혀있었다. 시골 깡촌의 읍내 같았다. 카즈베기엔 눈이 내리고 있진 않았지만 군데군데 눈이 쌓여 있는 데다 겨울 날씨였다. 마을을 둘러싼 눈 덮인 높은 산들은 절경이었지만 내가 인터넷으로 봤던 푸르른 융단 같은 잔디들이 깔린 산들과는 거리가 멀었다. 숙소를 찾아 걷다 보니 같은 차로 동행한 사람들은 다 어딜 갔는지 보이지 않고 아무도 다니지 않는 휑한 길엔 방목된 소들 뿐이었다.


내 숙소는 옹기종기 모여있는 시골집들 중 한 곳에 있었다. 도로도 없는 비포장길인 흙길에 고만고만하게 생긴 집들의 주소를 여기저기 확인하며 돌아다녀야 했다. 깡통 같은 트럭이 가로막고 있던 주황색 대문 집. 철문을 쾅쾅 두드리자 아기를 안고 있는 젊은 여성분이 문을 열어주었다. 회색 시멘트 벽돌로 된 2층 집인데 1층은 주인집 가족들의 생활공간이고 2층은 숙박용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나는 6인실 도미토리를 예약했는데 그날 통틀어 손님은 나 하나뿐이었고 떠날 때까지 독방이었다. 험한 눈보라를 뚫고 여기까지 겨우 왔는데, 하늘은 계절도 시간도 알 수 없는 잿빛이었다. 곧 뭐가 쏟아질 것 같이 우울한 하늘. 빈 6개의 침대 중에 맘에 드는 침대에 짐을 풀었다. 이동의 피로와 우중충한 날씨로 인해 뭔갈 할 의욕이 나질 않았다. 하지만 그리 늦은 시간은 아니었기에, 옷을 덧 입고 길을 나섰다.




리버티 스퀘어 역의 지하철 플랫폼
디두베의 버스 터미널. 어디로 가야 하죠?
카즈베기로 향하는 길. 눈이 내리고 날씨가 좋지 않았다.
깎아지른 산들에 둘러싸인 카즈베기
숙소 찾아가는 길
숙소에 도착해 짐을 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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