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걸어볼래요?
순수히 걷는 게 좋아서 모인 청년들이 만든 마을이 있다. 경상북도 영덕의 '뚜벅이마을'이다.
다양한 액티비티 중 '왜 트레킹, 걷기'냐는 질문에 '메이드인피플'의 설동원 대표와 장명석 대표는 '걷는 속도가 가장 잘 맞아서'라는 흥미로운 대답을 했다.
어찌보면 뚜벅이마을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담긴 말인 듯하다.
두 대표는 2017년 '메이드인피플'이란 로컬 콘텐츠를 개발하는 청년 벤처를 시작하여 홍보, 마케팅과 행사 위주의 일을 해왔다. 일을 하면서 직원들이 공통적으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하게 되었고, 어렵지 않게 찾아낸 것이 바로 '걷는 것'이라고 한다. 그렇게 시작된 '트레킹' 활동으로 2021년 청년마을 사업을 통해 뚜벅이마을 구성원들은 영덕이란 지역에 매력을 더할 뿐 아니라, 대한민국 트레킹의 성지로 만들고자 하는 꿈을 꾸게 되었다.
트레킹으로 지역을 브랜딩하는 데 집중하고 도전하며 나아가는 과정이 당연히 쉽지만은 않다. 현재 '덕스'라는 트레커들을 위한 게살김밥집을 운영하지만 실제 대게집을 주로 운영하는 지역주민들이 원하는 컨셉이 아니며, 공간과 관련해서도 지역주민과 소통이 어려워 고민이 많다고 한다. 이러한 지역에서의 새로운 도전들은 마치 걷는 것과 같다고 한다. 어려움이 있지만 멈추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나아가는 것.
영덕에 대한 꿈
영덕을 대한민국 트레킹의 성지, 국내에서 가장 걷기 좋은 지역으로 만들고자 하는 '걷기'에 진심인 뚜벅이마을 청년들. 이를 이루기 위한 계획들을 현재 하나하나, 뚜벅뚜벅 세워가고 있다.
미국의 3대 장거리 트레일 중 PCT Pacific Crest Trail, 약 4,300km 되는 트레일 3분의 2 지점에 트레커들이 모이는 '천국'이라는 곳이 있다. 그곳에선 트레커들이 오랫동안 모여 파티하는 곳이라고 한다. 이처럼, 뚜벅이마을 청년들은 작년 청년마을 사업을 통해 진행했던 '뚜벅위크'를 시도하게 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로컬, 그리고 걷는 것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트레킹'에 더 확신을 얻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트레킹 관련 프로그램들을 구상 중에 있다. 현재는 트레킹 관광을 당일 치기, 단기 트레킹 관광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앞으로는 6박 7일 정도까지 생각을 하고 있으며 전국에 펼쳐진 트레커들과 다른 지역에 있는 청년마을들과 협업하여 지역마다 길을 연결해 같이 지역을 걸으며 관광하는 대장정의 프로그램을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그 가운데 영덕의 역할은 국내 최대 규모의 걷기 축제를 여는 장소로 만드는 것을 꿈꾸고 있다.
또한 현재는 '덕스' 게살김밥집을 운영하지만, 김밥집에 국한된 것이 아닌, 앞으로는 PCT 3분의 2 지점의 트레커들의 천국처럼, 트레커들의 거점 공간으로 숙식이 해결되고, 긴 트레킹의 하루 끝에 시원한 맥주 한잔을 할 수 있는 펍의 역할과 트레킹의 모든 것이 갖춰져 있는 공간을 여러 개 만들어 뚜벅이 청년마을만의 공간을 꿈꾸고 있다.
이 뿐 아니라, 나이키 런 Nike Run과 스트라바 Strava와 같은 GPS 기록을 공유하는 어플을 현재 준비 중에 있다고 한다. 어플의 첫 대상은 뚜벅이마을을 기존에 이미 경험한 약 천명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어플을 소개해 어플을 통해 프로그램 신청 및 기타 인증 프로세스를 설정해 사람들을 유입시킬 예정이라고 한다. 이처럼 실질적으로 트레킹에 관심을 가지는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가며, 뚜벅이마을, 즉 트레킹을 통해 재정적으로 유지가 되어 트레킹에만 집중할 수 있는 단계까지 가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트레킹을 기점으로 사업을 확장시켜, '트레킹'이란 요소로 로컬을 브랜딩하는 것이 이들의 목적이며 현재 풀어나갈 가장 중요한 과제이다.
더불어 청년들 외에 초중고 학교와 연계해 학생들을 대상으로 대장정을 시도하고, 더 나아가 해외 커뮤니티로 진출해 외국인들이 한국에 들어와 트레킹 관광을 즐기는 콘텐츠도 기획하고자 한다. 현재는 국내에 들어와 있는 교환 학생들을 우선 타깃으로 하고 있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청년마을을 글로벌화시키는 데 있어 뚜벅이마을이 그 역할을 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걷는 것에 진심인 청년들, 기승전 걷기인 청년들이 뚜벅이마을에 대한 큰 꿈과 계획들을 세우며, 어려움을 맞닥뜨리고 걷는 속도로 나아가더라도 이들의 가슴을 뛰게 한다. 무엇보다 이들이 트레킹 외에 하는 일들 또한 트레킹을 지속적으로 하기 위한 것이며, 그 일에서 조차 트레킹과 연결점을 찾으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역 변화에 동참
청년마을은 이러하다.
지역을 살리는 일인 동시에, 결국 참여하는 청년들의 삶이 변화되고, 그들의 삶에 활기와 의미를 가져다준다. 그리고 뚜벅이마을 청년들처럼, 청년들이 꿈꾸고 원하던 것에 도전하고 실현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청년마을 사업을 통해 자신들이 처음으로 원하는 일을 하게 된 뚜벅이마을 청년들, 도시에서 바쁘게 홀로 달리는 청년들에게 천천히 걷는 속도로 살아가는 또 다른 삶의 방식을 제시하며, '걷는 것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하게 한다. 즉 함께 걷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며, 또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동시에, 걷는 행위 자체에서 경험할 수 있는 삶에 대한 영감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것에 진심인 사람들이, 그것을 통해 지역에 대한 꿈, 그리고 성장하고 변화될 지역의 모습을 목격하고 함께 동참할 수 있는 경험이 될 수 있다.
그럼, 같이 걸어볼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