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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na Jun 26. 2018

[맛픽] 맛집이 아니라 '맛'이 먼저 아닌가요?

맛픽 ma'at pick을 소개합니다.

맛픽 ma’at pick 이라는 서비스를 만들었습니다.

지금 맛보는 음식을 동영상으로 기록하고 평가하고 공유하는 서비스입니다.

‘맛집’이 아니라 ‘맛’을 기록한다는 것이 색다르지요.

내가 무엇을 몇 번이나 먹었고 맛 보니 어땠는지 기록하고, 기억하고, 다음에 꺼내어보며 써먹고, 다른 사람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생생하고 솔직한 동영상 컨텐츠를 쌓고 싶어서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한 마디로 살아 움직이는 맛의 역사를 만드는 것이지요. 그렇다고 다이어트 식생활 앱을 상상하면 안됩니다. 칼로리 같은 건 다룰 생각도 계획도 없거든요.



맛픽 서비스의 기획/디자인/개발/마케팅 이야기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2. 평가UX 설계하기: 노맛과 존맛 사이 - 맛을 평가하는 데 과연 몇 단계가 최적일까?

3. 음식 163개 모아보고 느낀 썰 - 수집욕구 자극하기

4. 컨텍스트에 맞는 체크인 UX 제공하기 - 음식을 맛 보는 4가지 상황

5. UX로 Tech 싹싹 긁어 맛 보기- 그래서 위치정보로 뭘 할 수 있는데?

6. Types of Content UX - 왜 3초 동영상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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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무슨 생각으로 이 서비스를 만들게 되었나



아픔 1.

필자는 타의로 평냉 성애자가 된 케이스인데, 어느 날 도곡동 평양면옥 냉면을 먹다가 이런 생각을 했다. 내가 이 음식을 몇 번이나 먹었을까? 이 집 냉면을 전에 언제 먹고 또 먹는거지? 저저번이 이집이었나? 저저저번이었나? 장충동엔 언제가고 안갔더라? 능라도가 뭔가 변했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그게 본점이었나 역삼점이었나? 우레옥을 내가 언제 버렸더라? 이 다음엔 어딜 가야하지…  아 힘들어...


아픔 2.

동네에 맛집으로 유명한 닭한마리집이 있는데, 이사 오고 한 번 간 후로 1년 가까이 가지 않았다. 어느 날 운동을 마치고 닭을 먹어야 되겠기에 동네맛집을 검색했더니 1등으로 뜬다. 아! 여길 내가 왜 생각을 못했지? 하고는 즐겁게 가서 먹어보았는데 내가 왜 1년 가까이 안가고 있었는지 첫 술을 뜨고서야 깨달았다. 남들이 무어라 칭찬을 하든 내 입맛엔 그냥 그런 맛인데 그걸 뾰족하게 기억하질 못하고는 “잘 기억은 안나지만 괜찮았겠지 뭐, 맛집이라잖아" 라고 생각했다. 하긴 맛이 있었으면 인스타에라도 올렸을텐데, 먹고나서 별로였다고 메모장에라도 써놓을 것을… 제대로 먹고 살기 힘들다...


아픔 3.

#경리단길맛집 을 검색해서 엄청 멋진 풍경 속에서 먹을 수 있는 햄버거집에 갔다. 햄버거와 파니니와 맥주를 시켜놓고 예쁜 사진을 찍었다. 버거번이 반질반질해서 사진이 엄청 잘나온다. 날씨도 너무 좋고 테라스도 짱 멋지다. 근데 다음에 햄버거랑 파니니 먹으려면 거긴 안갈 거다. 내려오는 길에 문득 눈에 띄는 작고 허름한 집에서 반미를 먹었다. 훨씬 맛있다. 이건 왜 검색이 안됐을까?


아픔 4.

늘 믿고 먹는 동네 밥집이 있는데, 알탕도 맛있고 생선구이도 맛있고 해물부추전도 맛있고 열무국수도 맛있고 배추김치도 맛있고 갓김치도 맛있고 고추 찍어먹는 된장도 맛있는 집이다. 친구들에게도 맛집이라고 많이 추천을 했다. 손맛이 좋은 것 같아서 제육볶음을 시켜봤는데 어라, 이건 좀 아니다. 이런 지뢰는 대체 어떻게 피해나가며 살아갈 수 있는 것일까? 친구들에게 제육볶음만은 먹지 말라고 다시 연락을 돌려야 하는 걸까? 이게 사는 건가...



생각 해보면, 필자와 같은 직장인은 일주일에 15번 내외의 끼니를 섭취하는데, #00동맛집 을 검색해서 사진과 평가를 보고 해당 지역을 방문하여 그 식당에 가서 식사를 한 후 만족스럽게 머리를 끄덕이거나 인스타에 올리는 경우는 일주일에 많아야 세 번이 될까 말까 하다. 점심식사의 경우 보통은 정해진 범위 이내의 위치에서 어떻게든 실패없이 한 끼를 해결해보려 속절 없는 검색을 해보거나, 다 포기하고 누군가를 따라나서게 된다. 저녁식사도 대체로 회사 주변이나 집 주변, 혹은 집에서 해결을 하게 되니까 늘 고민이다.


오늘은 또 뭘 먹지? 실패만 안하면 좋겠구만…


그게 중요하다.

무엇을 먹느냐와 실패하지 않는 것.

어디가지? 가 아니라 뭐 먹지? 인 것이다.


대단한 성공을 늘 바라진 않는다. 성공은 주말에 하면 되고 한  달에 두어 번만 해도 행복하다. 삼시세끼를 인스타에 올릴 필요는 없다. 웬만하면 대체로 썩 괜찮은 음식을 맛보며 연명하고 싶은 것이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맛집'을 찾고 줄을 선다. 그리고는 ‘맛집'에서 먹었기 때문에 실패하지 않았음에 안도한다. ‘맛집’에서 노오력을 해서 먹었기 때문에 내 노력에 대한 보상이 되려면 칭찬을 해야 한다. 맛에 자신이 없으면 그 음식점이 데이트하기 좋은 장소라든지 가족 간의 외식을 하기 좋다든지 그날 날씨가 좋았다든지 하는 것으로 칭찬을 하면 되고 인스타에 #인생맛집달고 올릴만한 비쥬얼이 되면 다행이다.


그런데 과연 내 입과 위는 만족을 했는가?

맛의 실패담은 내 마음속에 있거나, 옆자리 동료에게, 친구에게 전해질 뿐, 온라인에서는 찾기 힘들다. 온라인에 노출된 실패담을 보아도 진짜 맛이 없어서 맛이 없다는 것인지, 뭐가 맛이 없다는 것인지, 그 사람의 입맛이 나와 다른 것인지 잘 알기가 힘들고, 음식이 못생겼거나, 주인장이 마음에 안들었거나, 그냥 그 날 화장이 잘 안 먹었거나, 노오력을 했는데 그 만큼이 보상을 못받아 섭섭하단 것일 경우가 많다. 맛이 별로다 라기 보다는 이집 안되겠어! 난 지금 몹시 화가나! 뭐 이런 느낌이랄까...


그 집이 맛집이고 힙하고 수요미식회에 나왔고 어떻고 다 필요 없고, 어느 동네에 갔는데 짜장면이 떠오를 때 짜장면 먹으러 어디 가면 줄 안서고 실패 안하는지, 그 집 가면 어떤 메뉴가 먹을만 하고 어떤 메뉴는 피하면 된다고만 담백하게 누가 좀 말해줬으면 좋겠는데 그런 건 찾기가 힘들다.


그리고 광고.

맛'집' 위주의 검색결과와 컨텐츠 구성은 너무나 당연히 그 주체의 광고를 유도한다. 광고는 나쁘지 않다. 광고이면서 광고가 아닌척 하는 평가가 나쁘다. 비슷비슷한 형식의 광고 컨텐츠들을 더 이상 마주하기가 지겹다. 광고와 광고가 아닌 컨텐츠를 구분해내는데 쓰이는 내 시간과 에너지가 너무나 아깝다.


맛을 사랑하는 팀원들과 이런 아픔들에 대해 각혈하다가 우리가 쓸 앱을 하나 뚝딱 만들어보자는 결론에 이르렀다(원래 하루만에 만드는 것이 컨셉이었고, 실제로 기획은 하루만에 했다).


맛픽의 패러다임


첫째, 음식의 맛을 중심으로 한다.

‘그 집은 맛집이다’ ‘이 음식점의 별점은 4.5점' 같은 명제는 거의 아무것도 설명해주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망고빙수가 맛있는 집을 찾는 것, 그 집이 아이스라떼가 맛있는 집인지 확인하는 것, 그리고 그 집의 어여쁜 멍게비빔밥이 실은 멍게향 비빔밥이었음을 기억하는 것이다. 어디서 먹었든, 어디서 배달을 시켰든, 어디서 사왔든 ‘맛이 어떠한지’가 핵심이고 그것을 가감 없이 기록해야 나중에 내가 제대로 써먹을 수 있는 데이터가 된다. 그래서 맛픽 안에서의 사고를 근본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인식의 체계, 단위는 맛 ma’at 그 자체이다.


맛 154개, 커피 27번 맛 봄, 사와서 맛 봄… 이런 식이다.


별점이 아닌 ma’at을 평가 단위로 쓴다.

1ma’at - #노맛 #기피대상

2ma’at - #먹을만함 #있으면먹어

3ma’at - #위장호강 #또먹을래

john ma’at - #인생맛 #이분야최고

하/중/상 3단계 맛에 최상의 맛, 존맛을 더했다.

(왜 존맛이 되었는지는 노맛과 존맛 사이 - 맛을 평가하는 데 과연 몇 단계가 최적일까? 에서 소상히 다룸)



둘째, 즉시 동영상으로 기록한다

바로 지금, 이 곳에서 맛픽을 사용해 촬영된 3초짜리 동영상만으로 기록해야 한다. 갤러리에 저장된 옛날에 찍어놓은 사진, 어디서 퍼온 영상 같은 것은 업로드 할 수 없다. 내 입과 위를 위해, 내 기억을 위해 지금부터 실제로 기록한 살아움직이는 맛의 역사를 편찬하는 것이다.


셋째, 맛 별로 묶을 수 있다.

반복해서 맛보는 음식들을 폴더링해서 볼 수 있다. 내가 그 음식을 얼마나 자주 맛보는지, 몇 번이나 맛보았는지, 어떤 음식을 가장 많이 맛보았는지 차곡차곡 주머니별로 넣어놨다가 꺼내어볼 수 있는 것이다. 평양냉면의 영롱한 썸네일로 가득찬 화면, 상상만 해도 아름답지 않은가!

내 맛 뿐 아니라 네 맛도 맛 별로 본다. feed 패널에서는 다른 사용자가 기록하고 평가한 맛 영상을 볼 수 있고, 같은 이름의 맛을 모아서 볼 수 있다.


넷째, 컨텍스트별로 기록할 수 있다.

무언가를 맛보는 행위를 해당 음식의 생성 위치와 주체를 기준으로 나누어보았다. 만들어서 맛 봄, 사와서 맛 봄, 배달시켜서 맛 봄, 음식점에서 맛 봄의 네 가지 경우로 나누어 기록하고 음식점의 위치가 어디인지 표시할 수 있게 했다. 표시된 음식점은 구글맵으로 연결해서 볼 수 있다.

컨텍스트에 맞는 체크인 UX 제공하기 - 음식을 맛 보는 4가지 상황


다섯째, 위치정보와 데이터 분석을 스마트하게 사용한다.

이 시점에서 우리 회사의 총명한 기술을 안 쓸 이유가 없다.

현 버전에서 음식점이나 마트 등을 검색해서 재빨리 지도상의 정확한 위치에 기록할 수 있고, 조만간 지도에 반영되지 않은 상점 위치를 추가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위치정보 관련해서는,


본인이 갔었던 곳에 재방문 했을 때 위치를 인식하여 과거에 그 곳에서 어떤 것을 맛보았는지, 심상이 어떠했는지 더듬어 찾지 않아도 알려줄 수 있는 기능,

내가 그 곳에 몇 번이나 방문했는지, 얼마나 자주 방문하는지, 내 친구가 언제 방문했는지, 지금 누가 그 곳에 있는지 알려주는 기능,

지금 그 곳에 있음이 증명된 누군가에게 지금 거기 몇 자리 남았는지 얼마나 기다려야 되는지 물은 좋은지 등등을 물어볼 수 있는 기능

그 곳의 베스트/워스트 메뉴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기능

등을 기획중이다.


더불어, 기록하고 평가한 데이터를 분석해서 오늘 그 동네에서 무엇을 먹으면 가장 후회가 없을지, 가성비 좋은 2ma’at으로 한 끼 떼우려면 어디에 가야 하는지, 아무 생각 없는 오늘 점심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추천해주는 기능 등등이 구현 가능하다.

UX로 Tech 싹싹 긁어 맛 보기- 그래서 위치정보로 뭘 할 수 있는데?



최대한 효율적으로 만들어 나가야 프로젝트가 살아남을 수 있다. 일단은 MVP상태로 베타오픈을 했고, 사용자의 증감과 사용패턴을 봐가면서 가장 필요한 개념 우선으로 개선을 해 나갈 생각이다.



맛픽 의 identity



음식 따위를 혀에 댈 때에 느끼는 감각.
어떤 사물이나 현상에 대하여 느끼는 기분.
제격으로 느껴지는 만족스러운 기분.



맛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그를 표현할 서비스 이름을 여러 모로 빙빙 돌며 아이데이션 했는데, 종국에는 그 근본인 ‘맛’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맛'은 솔직하고 당당하며 대담하고 간결하게 한 음절로 후려치는 힘이 있는 단어다. 가감 없이 평가하고 섭취의 역사를 기록하는 서비스 컨셉에 부합한다. 베리에이션 욕구도 꽤 불러 일으킨다. 진담 반 농담 반으로 곳, 벗, 멋, 핫, 앗 등으로 복제 서비스를 만들어 볼까도 생각 했다.


이렇게 탄생한 '맛' 이라는 이름으로 베타서비스를 해본 결과, 치명적 결함을 발견했다. 심각히 보통명사적인 이름 덕분에 앱 자체를 포탈에서 검색했을 때 우리 앱이 눈에 띄기가 엄청나게 힘들어진다는 것. 플레이스토어 검색 결과는 어느 정도 해결이 되었으나 상당한 섹슈얼리티를 가진 컨텐츠들과 함께 검색되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으며 네이버 검색에 리스팅 되는 것은 요원한 일이었다.


결함을 발견했다면 재빨리 고쳐야 한다. 서비스 아이덴티티를 최대한 유지하면서 유니크함을 더할 수 있는 이름을 강구한 끝에 서비스 내 주요 기능인 픽 pick 을 결합하기로 했다.


'픽'은 좋아요와는 다른 개념의 피드백 체계다. 컨텐츠 자체에 대한 휘발성 반응이 아니라 컨텐츠가 담고 있는 정보를 나의 것으로 저장하는 개념이다. 누군가의 성공적인 혹은 실패한 맛의 기록을 픽해놓고 나의 미래를 꿈꿀 수 있게 한다.


'맛픽'

내가 맛본 것과 남이 맛본 것을 모으고 픽하는 곳이다.



작은따옴표는 맛의 심볼 요소이다. 작은따옴표는 생각하는 바를 표현하는 데 꼭 쓰이는 요소이기도 하고, 강조하는 바를 표현하는 데 쓰이는 요소이기도 하다. 더불어 알파벳으로 ''이라는 음절이 최대한 유사하게 발음될 수 있도록 표현하다 보니 중간에 어퍼스트로피를 사용했는데(ma'at) 이 또한 작은따옴표와 형태를 같이 한다. 서비스 내의 평점 체계를 별 대신 작은따옴표로 표현하고 있다.


서비스의 사용 플로우와 인터랙션 컨셉 역시 직설, 명확이다. 친절하게 설명하고 어루만져주는 기능이나 과정은 아직 없다. 좋아요, 댓글 등의 너무나 익숙한 인터랙션도 맛픽의 MVP에 포함될 만큼 우선순위는 아니다.


가장 먼저 가장 많이 해야 할 일, 지금 무엇을 먹는지 촬영하는 화면이 맛픽의 기본 화면이다. 왼쪽 패널에는 내맛(my ma’at), 오른쪽 패널에는 네 맛(feed)이 있다. 상황에 따라 맛 본 위치를 기록하고 지금 혹은 나중에 평가한다. 평가를 해야 feed 패널에 노출된다. 평가하지 않은 역사는 나에게도 너에게도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맛을 촬영하고, 평가하고, 공유하고, 모아보는 것이 맛픽의 처음이자 끝이다.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수정도 안되고(이제 됩니다!), 좋아요/댓글도 없고, 해시태그놀이도 못하고, 동영상 필터 하나 없는 맨얼굴의 서비스입니다.

회사가 가지고 있는 엣지있는 기술도 다 적용하지 못했구요.

그래도, 일단 한 번 써보시고 고운 소리 쓴 소리 다 해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서비스가 어떻게 발전해 나아가는지 기대하고 지켜봐주시길 부탁드리구요~

앱다운로드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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