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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na Jun 26. 2018

[맛픽] 음식 163개 직접 모아보고 느낀 썰

수집욕구 자극하기

필자는 맛픽이 탄생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총 163개 종류의 음식을 맛보았습니다. 이렇게 많은 종류의 음식을 먹고 살고 있었나 싶구요, 안 찍은 것 까지 생각하면 정말 먹느라 세월을 다 보내고 있으니 ‘먹고 살려면…’이라는 관용구의 power를 인정합니다.
본 포스팅은 맛픽은 왜 음식을 이름별로 모아서 보여주고자 하는지, 그 효능은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맛픽 서비스의 기획/디자인/개발/마케팅 이야기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1. 맛집이 아니라 맛이 먼저 아닌가요? - 맛 ma'at 을 소개합니다.

2. 평가UX 설계하기: 노맛과 존맛 사이 - 맛을 평가하는 데 과연 몇 단계가 최적일까?

4. 컨텍스트에 맞는 체크인 UX 제공하기 - 음식을 맛 보는 4가지 상황

5. UX로 Tech 싹싹 긁어 맛 보기- 그래서 위치정보로 뭘 할 수 있는데?

6. Types of Content UX - 왜 3초 동영상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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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있는 것들... 정리 좀 할 수 없을까?



필자는 풍요로웠던 80년대 소아비만과 밀레니엄을 맞이하며 탄생한 다이어터의 대표 주자로, 이미 그 개수가 늘어나 삭제 할 수 없고(물론 외과적 처방이 가능하지만 무섭다) 다른 이름으로 저장하기만 좋아하는 지방세포를 인스톨한 채로 어떻게든 사이즈를 줄여보려 과거 십여년을 고군분투했고 향후 죽을 때까지 ‘생각하는 뇌’와 ‘생명을 유지하는 뇌’의 악랄한 호르몬 전쟁 사이에서 난민처럼 살아나가야하는 이 구역의 면lover 돼지tarian이다.


언제나 가장 중요한 고민은 ‘저녁에 뭐 먹지?’ 이고, 잘못 골라서 맛 없는 걸 먹게 되었을 때 너무 시무룩해져서 옆사람을 힘들게 하며, 맛있는 것을 발견하면 지겨울 때까지 자꾸 그걸 먹으려고 해서 주변의 빈축을 사고, 실패를 방지하기 위해 전에 먹은 그게 어땠는지 잘 기억하려 노력하는 편이다.


좋게든 싫게든 인상적인 음식이 있으면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촬영을 해 놓고,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했는데, 언젠가부터 페이스북에 음식 사진 올리는 건 남사스럽고, 철판 깔고 먹스타그램을 할 재량은 안 되어서 스마트폰 갤러리에만 먹은 것들이 너저분하게 쌓여있다. 지도 앱에는 가고 싶은 식당이나 먹어봤던 곳 중 또 갈만한 곳을 표시해 놓는데, 당연히 먹는 것과 관계 없는 곳도 표시 할 일이 있다보니 지도가 아수라장이 되어 기능이 무색하게 ‘즐겨' 찾을 수가 없다.



어디에다 이것들을 좀 정리해놓을 수 없을까?

하는 고민을 퍽 오랫동안 했던 것 같다.


다이어터들을 위한 칼로리 계산 식생활 기록 어플도 써보긴 했는데, 그것은 필자를 꽤나 슬프게 한다. 다이어트 어플은 섭취에 대한 기록을 너무나 엄격하게 만들고 죄책감의 바다에 빠져 심연에 이르게 한단 말이다. 그래서 결국은 다시 인스타로 돌아와 뭔가를 띄엄 띄엄 올리게는 되는데, 그 행위로 ‘먹고 사는'사람이 아닌지라 늘 다른 음식을 올릴 수는 없고, 그렇다고 반복되는 음식들을 막 올리자니 팔로워들에게나 나에게나 죄송한 일이다.


사실 보통의 회사원은
저번 주에 먹은 순대국을 이번주에 또 먹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이고,
동네 밥집은 한 달에 두어 번은 가게 되며,
제육볶음이나 미역국, 샌드위치 같은 건 집에서 자주 만들어 먹는데,
같은 음식이라도 식당에 따라 맛이 다르고,
같은 식당이라도 음식에 따라 맛의 퀄리티가 다르며,
같은 음식을 만들 때에도 재료의 상태나 레시피, 그 날의 컨디션에 따라 맛의 성패가 달라져서
기억을 해놓고 싶어진다.


더불어 약간의 변태적 성향으로 말미암아, 무언가가 모여서 좌르르 정리되어 있는 것을 보면 이너피스를 얻게 되는데, 비록 그것이 계란후라이라 하더라도 썸네일로 막 모여있거나 하면 아름다워보이는 것이다. 아이쉐도우나 마카롱이나 메니큐어나 팬톤컬러칩 같은 것은 실은 모여있어서그렇게 아름다운 것이 아니던가! (그렇지 않나요? 저만 그런 건가요…)



같은 맛을 모아보자!



이런 욕구들을 해소하기 위해 맛픽은 음식 이름별로 컨텐츠를 모아보기로 했다. ‘아이스아메리카노’라고 정의된 음식 컨텐츠는 하나의 폴더 안에 모이게 되고, 몇 번이나 맛보았는지 카운트된다. 아침마다 별 생각 없이 맛보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모으면 이렇게 아름다운 정보가 되며 과연 이렇게 많이 먹어도 될 것인지에 대해 각성을 하게 될 수도 있다.


위 이미지는 맛픽의 첫 화면이다.
눈 앞에 있는 것을 동영상으로 촬영할 수 있는 카메라 화면이다.
화면 상단을 보면 맛픽이 당신에게 말을 걸고 있다. ‘지금 뭐 먹니?’ 하고.
무얼 먹는지 물어보니, 답을 해 보자. 텍스트를 터치하면 지금 ma’at보는 음식 이름이 무엇인지 쓸 수 있는 텍스트필드가 나오고, 그 아래로 사용자들이 맛픽안에서 입력했던 음식 이름들과 그 회수가 표현되어 작명에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이 때, 냉면을 먹고 있다면 머리를 좀 굴려보는 것이 좋다. 우리가 숨쉬듯 하고 있는 폴더명 짓기, 파일명 짓기 내공이 여기서 발현되는 것이다. 냉면이라고 표기할지 평양냉면이라고 표기할지에 따라 내 아름다운 냉면 역사책의 미래가 달라지는 것이다.


오늘 냉면이라고 표기하고 내일 평양냉면이라고 표기하고 모레 물냉면이라고 표기하면 같은 음식이 각기 다른 폴더에 저장되는 참사를 면할 수 없다.

feed에 노출되었을 때에도 이름을 잘못 지어 놓으면 다른 사용자들의 평양냉면과 함께 모여 장관을 이룰 수 없게 된다. 이는 인스타그램 해시태그를 지어본 노하우로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하나의 맛에 하나의 이름만 부여할 수 있게 되어있지만, 향후 몇 개의 태그를 함께 달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종속과목강문계처럼 계층구조를 확실히 하기는 힘들겠지만, 알리오 올리오면, 이탈리아요리, 파스타 등과 함께 표기될 수 있을 것이고 이렇게 잘 태깅이 되어 있으면 여러모로 묶어보고 솎아볼 수 있게 된다.


원대한 수집욕을 해소하기 위해 너무 넓은 범위의 이름, 예컨데 ‘면' 이나 ‘태국음식' 같은 이름을 지어놓고 팟타이를 어디다 넣었는지 찾아 헤매는 것은 재미도 의미도 없으니(해보니 정말 재미가 없다 ㅜㅜ) 하지 마시고, 태깅 시스템이 하루빨리 생기기를 기대하며 그냥 팟타이라고 명명하시기를 권한다.


맛을 수집해보니...



이렇게 모으다 보니 어느새 163개나 되는 음식을 맛 보았는데, 그 중 가장 많이 맛 본 것은 9번 맛 본 김치였고 그 다음이 8번 맛 본 파스타였다. 에이 그런 게 어디있냐 밥 아니냐 라고 말한다면 또 할 말이 없기는 한데, 밥은 너무 밥이라서 기록까지 하게 되지는 않았다. 밥도 모아보면 재미있으려나…


그리고, 놀랍게도 탕수육과 모스카토다스티를 6번이나 맛 보았고 햄버거와 제육볶음과 평양냉면을 5번씩 맛 보았고 떡볶이와 타코를 4번씩 맛보았다. 이 중 내가 실제로 자주 먹고 있다고 인정할만한 것은 제육볶음과 평양냉면이었는데, 햄버거와 떡볶이가 튀어나올 줄은 몰랐다.



무언가 모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그 행위에 특화되어 어울리는 맛들이 존재했는데, 커피, 맥주, 와인 등의 베리에이션이 다양한 기호식품이나 케이크, 마카롱 등의 디저트류, 과자나 라면 등의 공산품들이다. 그래서 feed를 보다 보면 위의 음식들이 자주 올라온다(물론 필자처럼 김치나 짜사이, 밑반찬을 모으는 변태도 있다). 내가 모은 맛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내 맛에 더해 남들이 모은 맛까지 함께 보면 정말이지 뿌듯하다.


설명을 하다 보니 이러 저러하게 사용해야 된다고 푸시를 하는 느낌이 살짝 들려고 하는데, 실은 그냥 재미있는 방식대로 써보시면 좋겠다.


본디 음식은 즐겁고 유쾌한 것이며 진지하고 고귀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사랑하는 맛에 관한 서비스를 만들며 필자가 즐거웠던 것처럼, 사용자 여러분도 서비스를 사용하며 행복하길 바란다.


잘 먹겠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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