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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na Jun 29. 2018

[맛픽] '맛' 기록에 맞는 컨텐츠 타입 UX는?

왜 3초 동영상인데?

맛픽은 3초 동영상 컨텐츠를
촬영하게 되어 있는데요,

맛, 맛집을 기록하는 데에
어떤 컨텐츠 타입이 최적일까요?

그 고민의 이야기입니다.




맛픽 서비스의 기획/디자인/개발/마케팅 이야기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1. 맛집이 아니라 맛이 먼저 아닌가요? - 맛픽 ma'at pick을 소개합니다.

2. 평가UX 설계하기: 노맛과 존맛 사이 - 맛을 평가하는 데 과연 몇 단계가 최적일까?

3. 음식 163개 모아보고 느낀 썰 - 수집욕구 자극하기

4. 컨텍스트에 맞는 체크인 UX 제공하기 - 음식을 맛 보는 4가지 상황

5. UX로 Tech 싹싹 긁어 맛 보기 - 그래서 위치정보로 뭘 할 수 있는데?

maat pick 맛픽어플 맛픽앱 맛집어플 맛집앱



'맛'은 어떤 컨텐츠 타입으로 표현하는 것이 적절할까?


맛의 감각

사실 맛 만큼 공감각적인 심상이 또 있겠나 싶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음식이나 식재료, 맛 보는 행위에 빗대어 인간사를 논한 속담과 격언만 보아도 맛이 주는 다양한 느낌을 알 수 있다.


시각 - 된장에 풋고추 박히듯 ,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그림의 떡
후각 - 가을 전어 구우면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 비위가 노래기 회 해먹겠다
촉각 - 두부 먹다 이 빠진다, 떫기는 오뉴월 산살구 같다, 뜨거운 국에 맛 모른다
미각 - 작은 고추가 맵다, 꿀도 약이라면 쓰다, 수박 겉 핥기, 우선 먹기는 곶감이 달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맛이 주는 느낌으로 비유, 은유, 예지, 비꼬기, 호통, 위로 등이 다 표현된다. 맛이 인간에게 불러 일으키는 감정들, 그것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인간의 혀는 쓴맛, 단맛, 짠맛, 신맛, 감칠맛 이렇게 다섯가지를 느낄 수 있을 뿐이고, 실은 우리가 ‘맛'이라고 느끼는 개념에는 시각, 후각, 미각, 촉각, 청각이 동시에 작용한다.


새우튀김을 먹어보자.

뜨거운 기름과 곡물 가루의 반죽이 만나 촤르르르 하는 소리를 낸다. 곧 이어 발산되는 고소한 향기를 맡으며 노릇하고 포슬포슬하게 튀겨진 새우를 본다. 간장을 찍어 한 입 베어물면 입술과 혀와 입천장과 잇몸이 동시에 뜨거움을 느끼면서 ‘바삭’ 하는 소리가 공기와 머리통을 통해 달팽이관을 자극하고, 입 뒤로 코와 연결된 통로를 통해 고소하게 휘발된 분자가 향을 느끼게 한다. 한 번 두 번 씹을 때마다 치아와 잇몸을 자극하는 튀김껍질의 적당한 딱딱함과 새우의 탱탱함, 기름의 느끼함, 새우 단백질의 향과 감칠맛, 발효된 콩 단백질의 향과 감칠맛, 그리고 적절한 짠 맛이 느껴진다.
‘어머 이건 쓰지 않은 것을 보니 독이 없어 먹어도 죽는 것이 아닐 뿐더러, 탄단지가 골고루 있어 영양가 만점인데다 생명 유지에 꼭 필요한 나트륨도 있구나! 다른 이름으로 저장!’ 하고 생각한 뇌가 도파민을 분비시킨다. 그러면 우리는 즉각 ‘세상 존맛!’ 이라고 생각하며 기분이 좋아지고 자꾸자꾸 먹게 된다.


맛을 느끼는데 관여하는 이 감각들 중 하나만 빠져도 맛은 맛이 아니게 된다.
5-1은 4가 아니라 0혹은 겨우 1정도 되는 느낌이랄까?


그래도 먹는 것이니 미각은 포기하지 않는다 치자.


후각이 사라지면 모든 맛은 바보가 된다. 사실 우리가 생각하는 맛은 대부분이 향이기 때문이다. 수 많은 과일들이 가지고 있는 맛은 단맛, 신맛 두가지가 거의 다이고, 우리가 이건 이 맛 저건 저 맛이라 구분할 수 있는 것은 향 때문이다. 인류의 역사를 뒤흔들어 놓았던 후추, 홍차, 커피가 가진 맛은? 쓴 맛. 향이 없으면 이것들은 아무 것도 아니게 된다. 고소한 맛도 향이고, 캬라멜 맛도 향이고, 카레 맛도 향이고, 트러플 맛도 향이고, 불 맛도 향이고, 소다 맛도 향이다. 우리가 열광하는 맛은 사실 거의 향이다. 향이 없으면 그냥 망하는 거다.


촉각이 사라지면 어떨까? 일단 탄산음료, 맥주 등등 따가운 맛으로 먹는 것들 다 소용없어진다. 매운맛? 사라진다(ㅜㅜㅜㅜ). 쫄깃해, 말랑해, 질겨, 부드러워, 치아에서 느껴지는 매력적인 저항감 이런 것들 다 없어진다. 포카칩이랑 고기를 무슨 맛으로 먹을 거냐는…


시각이 사라지면?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블라인드테스트 하면 모두가 바보가 된다는 사실을. 콜라랑 사이다도 구분을 못하는 것이 인간이란 것을… 그러니 예능에서 그렇게 눈 가리고 뭘 자꾸 먹이는 것 아니겠는가.


청각이 사라지는 건 좀 나을까? 보글보글, 바삭바삭, 쫠깃쫠깃, 쩌억쩌억, 오도독오도독, 질겅질겅, 츄르릅 꿀꺽 이런 것들은 촉각과 청각이 합쳐지지 않으면 완성될 수 없다. 슈팅스타 입안에 넣고 음냐음냐 했는데 아무 소리가 안 난다면 거의 재앙 수준이 아닌가…


고기는 씹어야 맛이고 똥인지 된장인지 먹어봐야 안다고, 사실 이 모든 감각들을 동원해서 제대로 맛보지 않고서는 어떤 음식이 나에게 어떤 감정을 줄지 알기가 힘들다. 그래서 ‘아는 맛'이 그렇게 무서운 것이다. 아는 맛은 하나의 감각만 사용해도 나머지 감각들의 기억을 일깨우기 때문이다.



감각의 전달

유튜브 먹방 컨텐츠를 가만히 보면, VJ들이 시각과 청각만 겨우 전달하는 미디어 기술의 한계를 뛰어 넘어보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하는지 알 수 있다. 보기 좋게, 맛있어 보이게 촬영하고, 감도 좋은 마이크로 씹는 소리를 전달하고, 비유와 은유로 이게 어떤 맛과 비슷한지 말(글)로 끊임없이 표현한다. 아마 냄새가 전달되는 스피커 같은 게 있으면 우리는 모두 고도비만을 면치 못할 것이다.


이병헌이 라면을 뜨는 순간 라면 향이 TV에서 흘러나오는데 어떻게 라면을 안 먹을 수 있겠느냔 말이다.

여기서 라면냄새가 난다면 이겨낼 장사 없다


아직은 직접 먹어보는 것 외에는 맛을 충분히 전달할 수 있는 컨텐츠 타입이 없다고 본다. 그래도 뭔가 더욱 적절한 것을 선택해보자면?

사진 이미지? 맛이란 것이 조금이라도 느낌이 전달 되려면 일단 박제된 이미지여서는 말이 안된다. 그것은 그저 플레이팅의 예술적 감상일 뿐이랄까. 그러니 더 큰 시각 자극을 위해 먹음직스럽게, 더 예쁘게 보이게 하는 필터를 자꾸 찾게 된다. 우리가 인스타그램에 있는 수많은 음식 이미지에 반응할 수 있는것은 훌륭한 뇌 덕분이다. 우리는 경험을 바탕으로 뇌에서 아는 맛의 향과 촉감과 소리를 느끼고, 더불어 시간과 가격과 위치를 프로세싱 해내는 능력을 발휘하여 멈춰진 한 장의 사진에서 맛과 감탄과 부러움과 화남과 자괴감을 느낀다. 이렇게 일 잘하는 뇌를 똘똘하다 해야 할지 투머치라 해야 할지…


글은 어떨까? 사실 우리 뇌의 능력을 생각하면, 맛을 전달하는 데 글은 아주 훌륭한 도구다. 건조하면서도 한계가 없는 그 방식으로 말미암아 상상력을 극도로 자극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말초적 감각으로 직접 느끼는 것은 매우 즉각적이고 쉽지만, 이해하고 상상을 하는 것에는 많은 포도당 혹은 케톤체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리치하게 감각을 자극하는 컨텐츠 타입과 겨루게 되면 글은 후순위로 밀리게 된다. 사실 생각과 상상을 아주 많이 하면 에너지소모가 커서 칼로리 컷팅제를 먹거나 운동을 하지 않아도 살이 찌지 않을 텐데 우린 그렇게 하지 않는다. 인간의 종족유지 과정 특성상 생각이 너무 많은 놈은 먼저 죽어버리고, 우리는 생각하기 싫어하는 부류의 후손이기 때문이다. (관련해서 볼 만한 영화 이디오크러시)
그러니 각 잡고 앉아서 푸드칼럼니스트들의 글을 읽고 고개를 끄덕일 쾌적한 거실과 리클라이너와 불로소득을 갖지 않은 다음에야, 우린 그저 낑겨 죽겠는 지하철에서 이어폰 끼고 스마트폰으로 이것 저것 왔다 갔다 하며 신경질적으로 참선 혹은 화풀이 대상을 찾을 뿐이고 겨우 3초동안 집중할 여유밖에 없다.


그럼 동영상일까? Hubspot 에 따르면 2016년에 이미 비디오 콘텐츠는 모든 인터넷 트래픽의 74 %를 차지했고 시스코는 2021년이 되면 82%가 동영상 콘텐츠일 것이라 예측한다(자료 참고 http://thegear.co.kr/14644). 생각없이 보기에는 동영상이 최고다. 유아에게 tv를 보여주면 그 순간부터 뇌가 완전히 멈춘다고 한다. 엄청나게 매력적인 컨텐츠타입인 것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영상과 소리만으로는 맛을 설명하고 표현하기가 부족하다는 것을 앞서 언급한 유튜브 먹방 vj들의 노고를 통해 우리는 알고 있다.


하나만으로는 도저히 맛을 표현할 수가 없겠다. 결국 현재 사용할 수 있는 가장 풍족한 컨텐츠타입인 영상+소리에 이미지, 텍스트 다 때려부어야 맛을 조금이나마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영상, 어떤 소리로 할 것인가


소리의 문제

영상 컨텐츠는 완성도 있는 소리가 함께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사실 영상 자체보다는 소리를 컨트롤 하는 것이 훨씬 힘든 일이다. 그렇잖은가, 눈은 감으면 그만이고 영상은 카메라 프레임 안에 찍을 것만 들어오게 하면 그만인데, 귀는 막아도 막아도 소용이 없고 주변의 그 모든 소리 중 내가 원하는 소리만 골라서 녹음하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소리만을 취급하는 전문가가 있고, 카메라에 달려있는 것이 아니라 따로 고급지게 존재하는 마이크들이 잡음 없이 깨끗한 녹음을 돕는다. 그것도 모자라면 영상 위에 따로 제작한 소리를 입힌다. 우리의 눈과 귀는 이렇게 노고를 들여 만들어진 영상+소리에 한껏 익숙해져있다.


사운드 전문가는 연애도 잘한다


개인이 스마트폰을 사용해 소소하게 제작하는 영상 컨텐츠에 자연스럽게 들어가게 되는 소리는 지저분하기 짝이 없다. 부대찌개를 촬영하면 보글보글 소리가 날 것 같고 삼겹살을 촬영하면 취이~~ 하며 굽는 소리가 날 것 같지만 실은 그 식당 안에서 들리는 모든 소리가 다 들어가게 되므로 막상 영상과 소리를 함께 보면 이게 뭐야… 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모두가 붐마이크를 가지고 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다. 맛픽의 초기 테스터들이 촬영한 영상의 소리를 듣던 개발자양반이 고개를 휘휘 저으며 필자에게 들려주었을 때, 3초만에 결론이 났다. 안되겠다고...


그래서 맛픽이 선택한 방법은, 일단 소리를 제거한 영상 컨텐츠만을 제공하고 향후 맛에 어울리는 bgm을 제공하여 골라 입힐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것은 음식이 내는 소리일 수도 있고, 음식을 맛 볼 때 나는 소리일 수도 있고, 그 음식에 어울리는 음악이나 효과음일 수도 있겠다.


영상의 길이

영상은 초당 30여개의 이미지가 모여서 이루어진, 그 재생 시간이 늘어날 수록 엄청난 용량의 데이터를 순식간에 소모하게 하는 컨텐츠타입이다. 필자가 유튜브에서 헤엄치며 놀다가 가장 짜증나는 순간이 제목에 낚여서 보기 시작한 컨텐츠가 사실 영상이 아니라 이미지와 자막의 합체일 뿐인 슬라이드쇼인데 결론까지 없는 쓰레기일 때다. 시간은 시간대로 낭비하고 데이터도 썼는데 남는 것이 없다. 기회비용이 너무 엄청난 것이다. 차라리 블로그에서 그런 것을 만났으면 휘휘 스크롤해서 끝을 보고 백키를 금세 눌렀을 텐데, 영상은 그 시간 컨트롤이 스크롤만 못하다. 그래서 정말 보장된 컨텐츠가 아니라면 전체 재생시간을 봐서 고르게 되고, 몇 번 보니 군소리 없게 섬세한 편집을 하는 크리에이터의 영상을 보게 된다. 영상 컨텐츠는 적절한 재생 시간이 상당히 중요한 것이다.


맛픽먹방용이 아니다. 오늘은 이걸 먹어보겠습니다 하고 먹방을 할 양이면 유튜브가 훨씬 낫다. 맛픽에서는 내가 맛 본 음식이 어떤 것인지 생생하되 간략하게 기록할 수 있고, 다른 사용자가 기록한 영상과 평가를 보고 그 맛이 어땠는지 판단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음식이란 것이 시시각각 매우 빠르게 그 상태가 변화하는(like 숯불에 굽는 소고기) 것도 있지만, 이미 완성되어 망가질 때만 기다리는 것이 대부분이고 그걸 일정 시간 이상 촬영하게 되면 지루하기 짝이 없어진다. 게다가 ‘편집’이라는 사후 행위를 할 만큼 무게있는 내용이 아니기 때문에 한 번 촬영 할 때 적당한 퀄리티가 나와주어야 하고, 재촬영을 해도 큰 부담이 없어야 한다.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
사진 한 장을 촬영할 때 걸리는 시간. 하나~ 두울~ 셋! 이 시간을 최대로 보고 3초면 어떨까?
우리는 일단 텔레그램 메신저로 테스트를 해 보았다.
3초씩만 음식을 촬영해서 몇 개 올려본 것이다.



적당했다.
움직임이 없는 음식도 영상으로 촬영해보니 살랑살랑 하늘하늘하는 맛이 있었다.
더 길어 보았자 끝까지 보지도 않을 듯 하고 뭔가 스토리가 필요해질 것이다.


3초 동안 맛을 촬영한다. 

해당 음식의 특징이 잘 보이게 촬영하면 기대 이상으로 아름다운 움짤이 탄생한다.


맛픽의 feed에서 상하로 플리킹을 하면 업로드된 맛의 영상과 평가, 시간, 위치정보 등을 볼 수 있다.
자동으로 재생되는 것이 디폴트이고, wi-fi 환경에서만 재생되게 설정할 수 있다.


맛 이름을 터치하면 같은 이름을 가진 맛들을 썸네일 이미지나 영상으로 볼 수 있다.

이것 저것 보다 보면 시간이 금세 가는데, 딱히 지루한 줄 모르고 보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3초가 과연 최적의 시간인지는 좀 더 두고보려고 한다.
혹자는 너무 짧게 느끼기도 하는 시간이다.
필터나 bgm, 간략한 편집 기능이 늘어가면 시간이 좀 더 길어져도 좋겠다.


요즘 우리 맛픽의 이데아인 john은 엔지니어이자 경영자의 삶을 살다가 팔자에 없는 음식 동영상 촬영을 열심히 하고 있는데, 하면 할 수록 실력이 느는 것이 고무적이다. 하 하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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