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장보기

레버리지의 첫 단추

by Loche


편의점, 식당, 빵집을 안 가겠노라고 다짐하고 실행에 옮긴 지 보름이 지났다. 열흘 정도 지나니 빵이 좀 그리워지기는 하는데 아직까지 잘 참고 있다. 폰으로 확인하는 카드 사용 금액의 증가 속도가 지난달과 대비하여 현저히 느려졌음을 보면서 심리적인 여유가 생긴다.


십자인대 수술을 한 딸의 등하교를 매일 차로 해주고 있고 오늘 하교 때 내일 동아리 모임에 사가지고 가야 하는 것들이 있다고 해서 같이 동네 마트에 가게 되었다. 오랜만에 가보는 동네 마트. 먼저 농협 하나로마트에 들러서 과자류를 샀고, 근처 또 다른 중대형 마트에 들러서 초콜릿 등을 사면서 나는 두 마트의 식재료의 가격을 빙 둘러보았다. 이런저런 것들의 가격을 보는데 와... 정말 비싸다. 하나로 마트가 비싸다는 것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오늘 가서 보니 역시 비싸다. 그리고 하나로마트보다 싼 편인 길 건너 편의 다른 마트에 가서도 둘러보니 거기도 물가가 많이 올랐음을 본다.


내가 장 보는 곳은 오 두 곳이다.

코스트코와 농수산물시장


코스트코는 대체로 저렴한 편이지만 과일과 채소류는 농수산시장이 훨씬 싸고 좋다. 매번 그 두 곳에서만 장을 보다가 오늘 동네 마트에 가서 보니 너무 비싸서 도무지 무얼 살 엄두가 안 날 정도였다. 농수산시장에서 브로콜리 큰 거 하나에 천 원인데 하나로마트는 그보다 작은 2/3 크기가 1,700원이다. 옆 마트에서 양파 가격을 보니 며칠 전 농수산시장에서 양파 중자 한 망을 7,000원에 사면서 오른 가격에 크게 놀랐는데 동네 대형마트 가격 보니 양파 크기도 작고 상태도 별로인데 같은 양으로 비교해 보면 두 배 가격이었다. 과일 가격도 대체로 1.7 배에서 2 배 차이가 난다, 농수산시장보다 크기도 작고 싱싱하지도 않은 것이. 정말 소매 시장에서는 못 사겠구나 싶다.


그런데도 동네 주민들은 하나로마트와 건너편 마트로 많이들 와서 사는 것을 본다. 이들은 왜 농수산시장으로 안 갈까. 돈이 그렇게 많은가, 아니면 차로 12분이면 가는 농수산시장에 갈 시간이 없거나 귀찮아서인가. 농수산시장에 아예 안 가봐서 가격 차이를 몰라서 그런가.


내가 보기에는 동네 마트 가는 게 고치기 어려운 〈습관〉으로 자리 잡아서 그런 것 같다. 몸이 자동적으로 늘 가던 가까운 마트로 향하는 거지. 그냥 살던대로 사는 거다. 현재의 소소한 삶을 행복이라고 자위하고 안주하면서 문제 의식을 가질 생각이 없다.


오늘 마트에 가서 물가를 보고 느낀 것은 동네 마트에서 장을 보면 일인 식재료비 30만 원으로는 한 달 살기에 어림도 없겠다는 것이다. 너무 비싸서 그 돈으로는 보름이나 버틸 수 있을까.


집에 다들 냉장고가 있으니 혼자 살더라도 농수산시장이나 코스트코에서 한 달에 두세 번 정도 장 봐서 냉장고에 쟁여 넣고 해먹으면 식비를 크게 절약할 수 있다. 저축과 투자할 돈이 없다고 한탄하는 이들은 외식부터 끊고 가까운 동네 마트 말고 코스트코나 농수산시장에서 장봐서 해먹어보라. 점심은 당연히 도시락을 만들어서 싸가지고 다녀야지. 동료들이랑 식당 가서 같이 사먹어야 해서 안된다고? 그건 당신이 아직 절박하지 않거나 정신 못 차려서 그런 것이다.


남들처럼 살면 남들과 달라지기 어렵다. 그러니 80% 노예 굴레에서 못 벗어나는 거지. 점심 먹고 나서 습관적으로 사 마시는 커피도 끊으시고. 박스로 사다 마시는 페트병 생수(실은 미세플라스틱 오염수)도 브리타 정수기 물로 바꾸고 외출할 때에는 실리콘이나 스테인리스 물병 가지고 다니자. 대대적으로 변화를 주지 않으면 당신 인생은 결코 안 바뀔 것이다.


경제적으로 팍팍하다고 느낀다면 외식을 끊고 직접 요리해 먹는 습관부터 구축하자. 나처럼 동네 마트 말고 코스트코나 농수산시장에서 장 봐서 해 먹으면 한 달에 60만 원 이상 절약이 가능해진다. 매달 60만 원의 고정 여유돈이 생긴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레버리지를 가능하게 한다. 매달 여유돈 10만 원의 차이는 금리 4.5%, 40년 원리금균등 상환 조건에서 받을 수 있는 대출금이 2,000만 원 이상 늘어난다. 갭투자를 해봤다면 5000만원 대출 가능 여부가 매우 중요하다. 이걸 알게 되면 돈 한 푼 아껴 쓰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보통 사람에게 십만원은 단지 십만원일 뿐이지만 사업가와 자산가에게는 십만원이 수천만원으로 보이는 이유이다.


기업의 CEO들이 법인의 고정비 지출을 어떻게든 줄여보려고 하는 것은, 절감한 고정비용 곱하기 수백 배 이상으로 기업가치가 올라가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아래 영상 참조).

https://youtu.be/xY6TwKH2Jw4?si=GeHRvo_Tl-_d-xot


불가능한 것은 없다. 당신의 제한적인 생각과 빈자의 습관을 바꾸면 된다. 지인들 신경 쓰기보단 당신 자신부터 살고 보자. 당신이 성장하면 그에 걸맞은 가치 높은 이들이 당신을 찾을 것이다.


CHANGE FOR ME


서울대병원 연결통로 전시작품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