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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 안나가는 책

현명한 투자를 위해서는

by Loche


오태민 작가의 「트럼프 시대의 지정학과 비트코인」 책을 읽고 있다. 약 500여 페이지 분량이라 3~4 일 정도면 다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웬걸 하루 30페이지 진도 나가기도 버겁다. 책의 중반까지는 비트코인에 대한 언급은 없고 온통 국제 지정학과 세계사에 대한 이야기이다. 단어든 용어든 역사적 사실이든 잘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바로 안 넘어가고 폰으로 검색해서 하나하나 알아가고 공부하면서 읽는 스타일인데 이 책은 유독 내가 모르는 내용들이 많다.


중고등학교 때 세계사 과목 수업에 재미를 못 느껴서 공부한 게 없고 불과 몇 년 전까지도 관심이 없다가 세계 여행을 다니면서 조금씩 다양한 외국 문화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금도 여전히 역사에 대해서 아는 게 너무도 없는 편이다. 작년 가을에 포르투갈의 포르투를 여행하다가 우연히 Guided City Tour를 따라다녔다. 가이드가 걸어가다가 주요 역사적 건물 앞에서 포르투의 역사에 대해서 상세하게 말하는데 세계 각지에서 온 20여 명의 여행객들이 포르투갈과 유럽 주변국과의 전쟁이나 포르투갈 국내 정치 역사에 대해서 너무도 잘 알고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었다. 가이드와 주거니 받거니 티키타카를 하면서 어찌나 역사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하는지 정말 내가 얼마나 무식한지 깨닫게 되었고 세계사 공부가 필요함을 많이 느꼈다.


비트코인뿐만 아니라 재테크 일반과 창업도 공부하고 준비하다 보면 역사 공부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어디 그뿐이랴, 준비하다 보면 모든 분야가 다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많이 알면 알수록 재테크도 창업도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 심리학 공부를 하게 된 것도 시작은 창업이었다. 남의 돈을 내 주머니로 가져오려면 남들이 자발적으로 돈을 낼만한 가치를 제공해야 하고 그러려면 그들의 심리를 알아야 한다.


현명한 투자자는 책을 많이 본다. 워렌 버핏도 하루 평균 6시간씩 책을 본다고 하고 빌게이츠도 휴가 가서 계속 책을 본다고 하지 않던가. 오태민 작가도 책을 아주 많이 읽는 분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단지 비트코인뿐만이 아니라 국제 지정학과 세계사에 대해서 공부를 하게 되고 근현대사에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된다는 점에서도 나에게 매우 유익하다. 그리고 앞으로의 화폐의 흐름을 예측하는 데에 있어서도 과거 역사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함을 이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된다.


아는 게 힘이고 돈이다.




오늘 먼 걸음으로 주주총회에 다녀왔다. 몇 해 전 나의 무지로 인해 잘못된 선택을 하였고 그 대가는 억대 손실이었다. 그 돈에 대한 욕심을 안 가지고 원금만 찾았더라면 지금은 훨씬 여유 있는 삶과 투자를 했을 텐데 아쉽기만 하다. 7%의 배당과 소송이 잘 풀리면 주가도 올라갈 것이라는 말에 혹했다. 그걸 말해준 사람의 선한 인상과 말투, 악수했을 때의 따스한 손과 에너지가 좋았다. 그 당시에 나 혼자서 판단하지 말고 세무사라던가 다른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했더라면 그런 오판은 안 했을지도 모른다. 돌이켜보면 참 나는 바보 멍청이 상병신이었다. 오늘 주주총회에 온 다른 사람들도 나만큼이나 무지했고 어리석은 사람들이었다. 아무리 언성 높여 이미 지나간 일을 회사 경영진에게 따져도 돌이킬 수는 없다.


사기당하지 않으려면 선한 인상과 고급스러운 매너, 그리고 좋은 느낌과 에너지에 속지 말고 취하지 말아야 한다.


그보다 더 안전한 것은 느낌 자체를 의심하고 거리를 두고 액체 질소나 헬륨 온도로 차갑게 생각하는 것이다.


내가 탱고를 그만둔 결정적인 이유는 내가 너무 느낌에 집착한다는 것이다. 보다 좋은 느낌을 상대에게 주고 또 나도 느끼기 위해서 노력하고 연습하고 많은 시간을 썼다. 사람을 만나는 것도 그랬다. 남다른 특별한 느낌에 취해서 만남이 시작되었다.


느낌을 추구한다고 나의 지혜로움이 더 깊어지는 것도 아니고 성장하는 것도 아니다. 느낌은 단순하게 말해서 여러 호르몬들의 작용일 뿐이다. 대표적인 것이 도파민일 테고. 호르몬이 나를 지배하도록 놔두지 않고 호르몬 중독으로부터 거리를 두는 것이 내가 성장하는 길이다.


느낌을 기준으로 하는 판단 자체를 하지도 믿지도 말고 과한 욕심을 부리지 않고 관련 분야 지식을 늘려가고 모르는 것은 AI에게 바로 물어보고 또 전문가에게 크로스체크하면 사기를 덜 당하지 않을까 한다. 오늘 혹시나 하는 마음에 주주총회에 처음 가봤지만 달라질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였고 앞으로는 이를 전화위복으로 삼아 현명한 선택을 하겠다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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