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과는 사뭇 다른
지난 주말부터 벚꽃이 활짝 피어나기 시작했다. 작년에는 호반길에 차를 세워놓고 데이트를 하며 꽃놀이를 즐겼는데 올해는 벚꽃을 봐도 감흥이 미미하고 분위기 좋은 벚꽃길과 카페 레스토랑을 가보고 싶다는 생각도 안 든다. 감성이 메마른 것이 아니라 감각의 스위치를 끄고 공부에 집중해서 그런 것 같다. 그만큼 절박하다. 하루하루가 아까운 시간들이라. 이번 주부터 조금씩 분할 매수를 들어갈지 아니면 좀 더 기다렸다가 들어갈지 고민 중인데 현명한 판단과 결정을 위해서는 공부를 멈출 수가 없다.
작년 말에 신청한 전 국민 마음투자 지원사업(이전 글 '심리상담 이야기' https://brunch.co.kr/@loche/36 참조)에 선정이 되어서 넉 달의 기간 동안 8회 상담을 회당 본인 부담 16,000원의 저렴한 가격으로 받을 수 있게 되었는데 아직 한 번도 안 받았다. 4월 말이면 유효기간이 끝나서 그 안에 받아야 하는데 요즘 생각은 굳이 받을 필요가 있나 싶다. 상담사와 무슨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까 딱히 떠오르는 아이디어도 없고 상담실 왔다 갔다 하는 시간도 비용도 아깝다. 무엇보다 현재 내가 상담을 전혀 필요로 하지 않는다. 내 정신 건강 상태는 아주 양호하다. 신청할 당시만 하더라도 상담이 재미있었고 기대가 되었는데 지금은 상담보다는 새로운 지식 습득과 투자가 훨씬 재미있다. 이렇게 바뀐 것도 변덕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보다는 나의 성장과 변화의 속도가 빨라서라고 말하고 싶다.
작년 이맘 때는 예술의 전당 아카데미에서 오페라와 뮤지컬 인문학에 대한 강좌를 들으며 일상과의 단절을 즐겼는데 올해는 신청했다가 취소했다. 딸의 병원 진료와 학교 하교 때문이었지만 그 때문이 아니어도 예술보다 공부에 매진하고 싶어서다.
작년에는 주말마다 종종 이도시 저도시 미술관에 다니고 비엔날레도 갔었는데 올해는 하나의 목표만을 생각하면서 일신우일신하고 있다. 이미 예술에 대한 조예는 웬만한 사람들보다는 훨씬 깊기에 몇 년 쉬어간다고 해도 무리가 없다. 어떤 좋은 공연과 음악회가 있을까 찾아보던 습관도 멈추었다. 티켓 값도 절약하고. 일부러 미술관을 찾아가기보다는 일상의 행로에서 자연스럽게 마주치는 예술을 즐기면 된다. 서울대병원의 전시작품을 보면서 그랬던 것처럼.
작년에는 거의 넉 달을 해외여행에 할애하였으나 올해는 계획이 없다. 조만간 레버리지를 일으키게 되면 가고 싶어도 못갈터이고. 그래도 혹시 시간과 여건이 되면 또 가보고 싶은 곳은 인도이다. 인도 루피도 남아있고. 무엇보다 경비가 저렴하다. 인도 음식도 나에게 잘 맞고. 가던 안 가던 가보고 싶은 곳이 있다는 것, 여행을 꿈꾼다는 것은 즐겁다. 언젠가는 다시 가볼 수 있겠지.
두 달 앞으로 다가온 계촌클래식. 아이들에게 물어보았다. "작년에 가봤던 야외 클래식 공연 기억나니? 우리 거기서 캠핑도 했었잖아. 캠핑장 근처에 맛있는 밥집도 있었고." 막내딸 "음... 난 별로." 작은 아들 "음... 좀 더 생각해 볼게". 딱히 애들이 원하는 것 같지 않고 그렇다면 나도 그다지 가고 싶지 않다. 음악은 당연히 좋겠지만 교통비와 체류비에 20만 원 정도가 든다. 앞선 '장보기' 글 https://brunch.co.kr/@loche/102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제는 고정비 20만 원이 4000만 원의 가치로 보인다.
올해는 앞으로 자주 오지 않을 절호의 기회이다. 잘만 들어가면 두 배 뻥튀기는 어렵지 않다. 20만 원 아껴서 4000만 원 벌 수 있는 기회. 아마도 안 갈 것 같다. 온전히 음악만 즐길 수 있다면 가고 싶지만 그러지 못할 것 같으니. 이 또한 공부와 투자라는 우선순위에 밀렸다. 안 가도 전혀 아쉽지 않다. 시간 아까워.
무언가 가시적인 성과를 보려면 한 방향으로 에너지를 집중해야 한다. 내가 지금 그러고 있고 느리긴 하지만 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