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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기질

비교와 고전

by Loche


비트코인이 일주일 가량 횡보를 하더니 어제부터 다시 오르고 있다. 일주일 전 많지 않던 미장과 국장 주식을 다 빼서 이더리움을 샀다가 어제 XRP로 갈아탔다. 이더리움보다는 XRP가 앞으로 오를 가능성이 있어 보여서였다. 투자 종목을 심플하게 두 개로 줄이니 신경 쓸 것이 많지 않아서 머리가 가볍다. 나만의 생각이겠지만 미장은 국가신용등급 하락과 달러가치 하락으로 예전처럼 마냥 좋을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고, 국장은 올해는 좋을 거라는 예상은 되지만 무슨 종목을 선택해야 할지 모르겠고, 장기적으로 우상향 한다는 믿음도 없다. ETF가 아닌 개별종목을 투자하려면 그 종목들을 하나하나 다 공부해야 하는데 그러고 싶은 의향도 없다.


비트코인 투자를 시작한 지 한 달도 안 돼서 수익률은 10% 정도를 오르내리고 있다. 미장과 국장을 공부 많이 하고 투자한 이들은 이보다 훨씬 높은 수익을 얻을 것이다. 하지만 남들이 그렇게 수익을 올린다고 해서 내가 따라 하고 싶은 생각은 없고, 나만의 투자 방식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누구한테나 다 잘 맞는 투자 방식은 없다.


벤자민 그레이엄은 저서 「현명한 투자자」에서 "적절한 투자 기질을 갖추는 편이 재무, 회계, 주식시장에 대해 풍부한 지식을 갖추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지식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투자 기질을 갖춘 '평범한 사람들'이 돈을 훨씬 더 벌고 유지한 사례가 많다"라고 하였다.


나에게 적합한 투자 기질은 무엇일까.


사람마다 기질이 다르다. 어떤 이가 그만의 기질과 스타일로 잘 번다고 해서 내가 그의 방식을 추종하는 것은 단기적으로 가능할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지속하기는 불편하고 힘들 수 있다.


그러므로 투자의 본질은 다른 모든 삶의 과정과 마찬가지로 나를 알아가고 개선해 나가는 또 하나의 흥미로운 과정이지 않을까 싶다.


비교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나는 얼마 전까지 남과의 비교가 아닌 나 스스로를 비교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요즘의 나는 나와 내가 아닌, 이것과 저것 그리고 그것을 끊임없이 비교하고 있다. 이더리움이 날까 XRP가 날까, XRP가 날까 비트코인이 날까. 코인 가격의 오르내림을 보면서 그 셋을 계속해서 비교한다. 코인 투자자들이 비트코인 하나에만 투자하는 경우는 별로 없고 알트코인을 적게는 10~20%, 많게는 40% 까지 코인 포트폴리오에 넣는다고 한다. 그 이유는 알트의 수익률이 높기 때문이다. 물론 적절한 알트 매수 매도 시점을 잘 탄다는 가정하에.


그래서 나도 10%를 알트 중에서 이더리움을 샀다가 XRP로 갈아탔는데 현재까지는 잘 갈아탄 것 같다. 비트코인이 올라갈 때 같은 비율로 올라가 주고 비트코인이 떨어질 때 비슷하게 떨어진다. 상대적으로 이더리움은 오를 때 안 오르고 떨어질 때 더 떨어졌다. 현재 이더리움은 계속 하락 중이니 안 갈아탔으면 많이 속 상했을 것 같다.


아무튼, 투자는 수익률, 손익비를 늘 생각해야 하고 그러려면 어쩔 수없이 안정적으로 좋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종목을 계속 비교하고 선택하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 같다. 매매는 초단기, 단기, 중기, 장기, 불장, 이동평균선 등 여러 기준구간에서 시의적절하게 해야 한다.


한편 어제 이더리움을 팔고 XRP를 사는데 거래 진행 상황을 보니 어떤 이는 3300원짜리 XRP 열 주를 파는 것이었다. 몇 십만 원도 아니고 단돈 3만 3천 원으로 사고파는 사람도 있구나. 아마도 학생일까? 19세 미만은 거래를 할 수 없으니 성인일 텐데 참... 그 돈으로 사고팔아서 얼마나 수익을 올릴까. 매매에 들이는 시간과 정성으로 다른 일을 하거나 투자 공부를 하는 편이 차라리 낫지 않나 싶다.




그저께 코스트코에 가서 간단한 장을 봤다. 그런데 전과 달리 가격을 유심히 비교하는 나를 봤다. 전에는 코스트코가 다른 마트보다 이미 저렴하니까 특별히 가격을 신경 안 쓰고 먹고 싶은 것을 바로 집어서 카트에 넣곤 했는데 이번에는 하나하나 다 비교를 하였다. 견과류를 살 때에도 몇 가지 견과류 가격을 다 비교해 보고는 그중에서 가장 싼 견과류 2종을 담았다. 먹고 싶은 것도 있었지만 안 사기는 처음이었다. 계란도 제일 싼 것을 한 판 샀고, 갈 때마다 샀던 생연어와 치즈류는 아예 쳐다보지도 않았다. 심지어는 쌀과 콩 같은 곡물류도 가격 비교를 해서 저렴한 것으로 골라 샀다.


차를 움직이는 것도 생각해 보게 된다. 차가 움직일 때마다 기름이 소모되고 전부 비용이다. 지역 도서관에 책을 대출하러 갈 때에도 걸어가거나 또는 다른 곳을 가는 경로 중에 들른다. 코스트코는 비교적 먼 거리에 있으니 한 번 왕래할 때 큰 맘을 먹고 간다. 농담이 아니라 진짜 그렇다. 그 덕분에 유류비가 큰 폭으로 줄었다.


그래도 이런 초절정 궁핍을 각오하고 대출을 받아서 투자한 덕에 큰 수익을 올리고 있으니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불어나는 자산을 보면 당분간 기꺼이 거지같이 살 수 있고 또 그래야 돈을 모으고 굴릴 수 있다. 이제 정말... 돈 무서운 줄을 알겠다. 돈 천 원 지출도 꼭 필요한 것인지 심사숙고하게 된다.


비용이 수반되는 감각과 욕망의 세계와의 절연은 참 잘한 선택이었다. 그리고 시간도 아주 많이 쓰게 되는 세계... 부자가 될수록 가장 비싼 가치는 '시간'이라고 한다. 그 세계가 지금 나에게 있어서 다른 것들보다 우선해서 *비트코인쪽같은* 시간을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되려 나와 내 아이들이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멀리 해야 하는 세계일 뿐이다.


한동안 투자 공부만 했더니 인문학의 결핍이 느껴져서 단테의 「신곡」을 보기 시작했다. 산책할 때에도 유튜브로 신곡 해설을 들으면서 허했던 마음 한구석이 고전의 풍요로움으로 스며든다. 드뷔시의 음악을 들으며 걷기도 하고 여러 꽃향기가 사라지니 운치 있는 새소리가 들린다.


「신곡」 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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