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대학생
한시간이라도 더 책을 보고자 봄철에 운동을 그만두었다가 다시 산보를 시작한 지 4일이 되었다. 첫날 운동화를 신고 한 시간 반가량을 걸으니 오른발 뒤꿈치에 큰 물집이 생겼다. 하하 참... 얼마나 운동을 안 했으면 이럴까. 하루 쉬었다가 또 나갔다 왔는데 이번에는 왼발 뒤꿈치에도 물집에 커다랗게 생겼다. 세상에.. 살면서 이렇게 운동을 쉬어본 적이 아마도 두 번째인 것 같다. 물집 위에 밴드를 붙이고 다음 날에도 산보를 다녀왔다. 물집이 터지고 양발 뒤꿈치가 아려왔지만 그 위에 밴드를 또 붙이고 오늘 저녁에도 걸었다. 발뒤꿈치는 여전히 아프지만 다리에 근육이 조금씩 붙고 지구력이 생기고 심폐운동도 되면서 땀도 발산하니 몸의 기분은 좋다.
맨질맨질한 손가락살이 만져진다. 예전에 악기를 한창 열심히 할 때에는 왼손가락 네 개와 오른손 검지 안쪽, 턱밑살도 굳은살이 잔뜩 배겼었는데 지금은 다 사라지고 없다. 또 어떤 운동을 열심히 할 때에는 양손의 특정 부위에 굳은살이 딱딱하게 배겼었는데 그 부위 역시 지금은 다 말랑말랑하다.
토요일인 오늘은 디자인 수업 6회 차인 '생성형 AI 실무활용기술' 수업이 있었다. 지난주 첫 AI 수업도 어메이징 하게 좋았지만 오늘도 대단한 명강의였다. AI를 어떻게 써야 잘 쓸 수 있는지 디테일을 배웠다. 첫 AI 수업에 들어오지 않았던 디자인 컨설팅 회사 대표가 오늘은 자기 수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서울에서 내려왔고 맨 앞자리 가운데에 앉아서 같이 수업을 듣는 모습을 보았다. 나는 그의 왼쪽 바로 뒤 테이블이라서 그가 어떻게 수업을 듣는지 대각선 방향에서 잘 볼 수 있었는데 가장 처음에 눈에 들어온 것은 그의 손이었다. 일반적인 이쁘장한 여자들의 여리여리한 손과는 많이 다른, 세상의 온갖 풍파를 이겨낸 듯한 강인해 보이는 근육질 손가락이었다. 아이패드와 탈부착식 키보드를 이용하여 수업을 기록하고 빠른 손놀림으로 화면 전환을 하며 실습도 하면서 패들릿에 배포된 강의자료에 없는 실시간 AI 활용 장면이 나오면 바로 사진을 찍고 종종 옆 테이블의 직원에게 중요한 수업 내용은 기록하라고 지시하기도 하며 수업에 집중하는 모습은 굉장히 모범적인 학생의 그것이었다. 자그마한 체구이지만 그가 어떻게 지금의 위치에 올랐는지 그의 진지하고 열정 넘치는 배움의 태도를 보니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 현재의 위치에 만족하지 않고 계속해서 배우고 노력하는 겸손하면서도 진취적인 자세, 나에게도 큰 동기 부여가 되었다. 강사님도 그렇고, 수업에 참석한 여러 대표님들과 디자이너분들의 학습 태도와 질의에서도 또한 배울 점이 많았다.
성공하려면 몸의 어딘가에는 굳은살이 생긴다. 몸이 건강해야 성공도 가능할 수 있으니 뒤꿈치 굳은살이 없다는 것도 말이 안 되는 것이고. 가만히 앉아서 책만 보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책으로 얻은 지식과 지혜를 바탕으로 타인의 불편함을 해소해 주거나 행복의 가치를 주어야 한다. 그런데 아직은 공부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 배우는 것도 즐겁고. 그리고 배움은 죽는 날까지도 계속하는 것이기도 하다.
9월에 신청한 교육 시간을 합산해 보니 무려 73시간이다. 주당 18시간. 거의 대학생과 다를 바 없다.주중 저녁과 주말 뿐 아니라 주중 주간 시간대에도 수업이 많아서 유연근무가 안되는 요일에는 연차휴가를 사용해야 한다. 이런 배움을 위한 휴가 사용은 아깝지 않다.
7년쯤 후에는 요트 로프질로 양 손에 건강한 굳은살이 맹글어져 있을 것이라고 예상해본다. 몸도 지금보다 훨씬 단단하고 근육질 몸매가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