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토크/ 외로움 수업

by Loche

몇 주 전에 김민식 작가가 북토크 한다는 공지를 보고 갈까 말까 망설였다. 그의 대담은 유튜브로 이미 수십 편은 봤기 때문에 아마도 비슷한 내용이지 아닐까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 시간대에 다른 일도 없었고 10여분 가량의 유튜브 영상이나 쇼츠와는 달리 2시간가량의 북토크에서는 유튜브에서 보지 못했던 다른 이야기도 들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가보기로 하였다.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1시까지 세 시간 동안 AI 수업에 집중하느라 쉬고 싶은 마음도 없지 않았지만 2시부터 있는 북토크가 진행될 도서관까지 가는 데에만 30분 넘게 걸리기에 수업에서 제공한 샌드위치와 과자를 수업과 쉬는 시간에 점심으로 때우고 급하게 도서관으로 향하였다. 호기심과 배움에 대한 내 열망은 느긋한 점심조차 포기하게 만든다.


날은 여전히 더웠고 목적지로 가는 길은 낯설었다. 하지만 내가 선택한 길이다. 내 시간과 노력이 헛되지 않기를 바라며 주차를 하고 지하 강당으로 내려가는데 아래쪽에서 올라오는 김민식 작가를 마주치며 인사를 하였고 작가도 나에게 밝고 겸손한 미소로 인사를 하였다. 영상으로 봤던 얼굴 사이즈와는 달리 작고 소년처럼 귀여웠다. 이래서 카메라빨이 차이가 나는구나. 몸에 군살은 하나도 없었고 건강해 보였다.


늘 그랬던 것처럼 맨 앞자리 왼쪽 블록에 앉아서 기다리는데 잠시 후 김민석 작가가 내 두 칸 옆자리에 앉는다. 작가님께 "유튜브로 많이 뵈었는데 직접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라고 말했고 작가도 "아 네~^^"라고 답하였다. 무대에는 그의 저서 다섯 권이 보기 좋게 전시되어 있었다.


작가는 북토크를 어떻게 시작할까, 강연 자료를 어떻게 만들었을지도 궁금했다. 2주 전 강창래 작가의 PPT 자료는 깔끔하면서도 임팩트가 있었다. 약 한 달 후에는 나도 강연이 예정되어 있어서 자료를 새로 업데이트해야 하기 때문에 발표 잘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강연자료를 만들고 토크를 이끌어가는지도 나에게는 내용 못지않게 큰 관심사이기도 하였다.




2시 정각이 되자 사회자의 간단한 소개에 이어 작가가 무대 위로 올라왔다. 강당을 가득 메운 청중들에게 인사를 먼저 하지 않을까 예상했는데 바로 본인의 가족사 이야기로 빠르게 시작한다. 인사치레조차도 불필요한 시간낭비라고 생각하는 듯 1초도 아끼려는 것 같았다. 이후 약 한 시간 반동안 조금의 늘어짐이나 숨 돌릴 틈 없이 중간에 물 한 모금조차 안 마시고 그가 살아온 삶과 배움에 대해서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유튜브에서는 볼 수 없었던 그의 인생 스토리 전체를 들을 수 있어서 역시 와보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였다. 10~15분짜리 유튜브는 아무리 저명인사라고 해도 지엽적, 부분적, 단편적, 파편적일 수밖에 없고 그렇게 때문에 그 저자의 책을 보면서 전체를 봐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실감하였다.


이날 북토크의 주제는 '외로움 수업'이었다. 나도 이 주제에 대해서 오랜 기간 고민하면서 나름대로 깨달은 바도 있고 관련 책도 많이 봤었기에 딱히 새로 배울 것이 과연 있을까 의문이 들어서 오기를 주저한 면도 없지 않았다.


작가가 서두에 꺼낸 외로움의 정의는 다음과 같았다.


"내 고민을 같이 상의하고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없으면 외롭다"


이 말을 듣고 나는 크게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 바로 그거야, 내 고민과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사람, 내가 작년 말을 기점으로 기존 인맥을 다 잘라낸 것도 작가와 같은 이유에서였다. 감각의 공유가 아닌 내가 가진 생각, 나의 변화하는 생각과 고민과 꿈을 공유할 사람이 내 주변에는 없었다. 종종 같이 밥 먹고 커피 마시면서 이야기할 사람은 있었지만 나는 그들과 같이 밥 먹는 와중에도 심한 고독을 느꼈다. 마주보며 같이 있지만 혼자인 듯한 느낌. 마지못해 참석한 작년 연말송년회에서 특히 그랬다. '식구', '패밀리', '소속' 어떤 의미인지 잘 생각해보자.


니체는 말했다.

"나는 무리 지어 다니는 사람들 중 제대로 된 인생을 사는 사람을 본 적 없다."

"고독하게 느껴진다면 자유로워질 시간이다."



작가는 매년 200권 이상의 책을 읽는다고 한다. 그중에서 50권은 대하소설. 외로워서 도서관에서 소설을 읽었다. 자기 계발서도. 공부를 하는 데 중요한 거는 외로움이다. 술, 담배, 커피, 골프 같은 돈 들어가는 것은 일절 안 한다. 경제적 자유를 위해.


돈을 안 쓰는 것은 나의 욕망만 절제하면 된다. 돈을 버는 것은 타인의 욕망을 충족시켜줘야 한다.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내 욕망과 상관없이 타인의 욕망을 따라가게 된다. 친구가 없었기에 도서관에 가서 책을 보고 영어공부를 할 수 있었다.


심심함과 외로움은 다르다.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외로움이 아무런 문제가 안된다. 짝수 달은 해외여행을 가고 홀수 달은 돈을 번다. 겨울철에는 따뜻한 나라로 가고 그것이 장수하는 비결이다. 스리랑카나 대만 같은. 70~80세가 되면 유럽처럼 장거리 여행 가는 것이 힘들고 가까운 일본이나 중국 여행이 좋다. 그래서 중국어와 일본어 공부를 해두면 좋다.


기초회화책은 사용빈도가 높다. 외울 때 드라마에 출연하는 사극배우라고 생각하고 외우면 즐겁다. 연기하듯이 외우면 재밌어진다.


인생을 사는 데 있어서 꽃길은 미어터진다. 자갈밭을 가면 사람이 별로 없다. 신발 벗고 맨발로 걸으면서 지압되고 좋네~하면서 걷는다. 행복은 기쁨의 강도가 아니라 빈도다.


What How Why 중에서 Why가 가장 중요하다. 유치원생이나 초등생에게 영어 공부는 Why를 몰라서 동기부여가 안된다. 공부하기 좋은 나이는 산전수전 다 겪어본 50살 이후이다. 왜 내가 공부해야 되는지, 세상을 이해하고 나를 이해하고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알게 되기 때문이다.(내 이야기네.)


외로운 사람에게 필요한 세 가지 태도는 자존감, 자신감, 책임감이다.

자존감은 내가 나를 좋아하는 마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게 해주는 사람. 책을 읽으면 자신감이 생긴다. 20대 때 책을 읽고 인생이 바뀌는 경험을 해봤기 때문이다. 모든 일은 내 책임이다. 정신적 아버지는 도서관에서 많이 찾을 수 있다. 나이 마흔, 쉰 살이 되어서 내가 불행하다면 그건 내 책임이다. 인생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내 책임이다. 다른 사람 탓을 하는 한, 인생은 절대 바뀌지 않는다. 5년 후, 10년 후 힘들지 않으려면 내가 지금 무엇을 해야 하나. 현재의 내 소득을 미래의 나에게 보낸다. 미래의 나, 노후의 나를 가엾게 생각하고 내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책임진다. 도서관이 좋다.


월급의 절반을 항상 먼저 뚝 떼어서 저축했다. 돈 없을 시절의 씀씀이를 회사 들어가서도 그대로 유지했다. 외로운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돈이다. 돈을 내 친구로, 외로움을 오히려 귀하게 생각해야 한다. 사람 만나서 술 마시면서 돈 쓰기보다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려와서 책을 읽는다.


21세기의 가장 큰 변화는 고령화이다. 고령화는 개인 각자가 대비해야 한다. 생물종에 있어서 번식이 끝나는 순간 수명이 끝난다. 인간은 손주를 보면 수명을 다한 것이지만 60이 넘어서 번식이 끝나고 30~40년을 더 사는 것은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다. 인생이모작을 강조한 최재천 작가. 나이 들어서 30대, 40대처럼 살아도 안된다. 월에 백만 원씩은 벌 수 있는 기술을 만들어라. 김민식 작가는 글쓰기 기술이다.


'노후파산' 장수의 악몽. 자산, 건강, 관계 관리. 건강은 잘 먹고 잘 놀고 잘 자면 된다. 자산 관리의 핵심은 높은 수익률보다는 잃지 않는 것이다. 관계관리는 60 넘어서도 일을 해야 되고 그럼으로써 자산관리 건강관리 관계관리가 다 된다.


치매는 주위사람들을 힘들게 한다. 사람이 연금만 받아서 살면 인지적 자극이 없어서 뇌도 근육과 마찬가지로 뇌기능이 약해진다. 아무리 경제적으로 넉넉해도 70, 80이 되어도 일을 하는 게 좋다. 재미 삼아, 놀이 삼아, 월 오십, 백만 원 번다고 생각하며.


100세 시대, 공부 일 여가.

혼자서 공부를 하고 혼자서 일할 수 있게, 친구 없이 혼자 놀 수 있어야 한다.


도서관 저자 특강을 찾아다녔다. 계속 듣다 보니 강의 듣기에서 강의하기로 전환하였다. 내 이야기를 가득할 수 있는 기회, 학부모 재능 기부는 강의할 수 있는 기회였다. 애들 강의해 보면 진짜 안 듣는다. 어떻게 강의를 잘할 수 있는지 공부한다.(나도 요즘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집중하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강의 잘하는 사람은 책을 쓴다. 문제가 생기면 도서관에 간다. 수십 권의 책을 읽고 거기서 아이디어를 얻어서 책을 썼다. 강의를 듣는 게 여가 활동이었고(나도 그렇다.) 이걸 주제로 공부하고 반복해서 잘하는 일이 되었다.(나도 아마 그렇게 될 것 같다.)


우리는 젊을 때 세상에 맞춰서 살며 타인의 욕망을 따르며 살았지만 앞으로는 나 자신의 욕망을 찾아본다. 도서관에서 외롭게 책을 보면서. 세간의 평가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지면서 나는 무엇을 하며 살 수 있을까.


최고의 교사는 반면교사이다. 폭력적 아버지에 대한 생각은 연민이다.(그래.. 나도 같은 생각이다. "그러니까 계엄을 했지"라는 엄마를 반박하지 않고 가엾게 생각한다.)


인생을 즐기기 좋은 나이는 50대부터다. 50 이후의 삶이 엄청나게 긴데, 그때 잘 즐기려면 젊었을 때 월급의 반을 저축해야 한다. 일단 절반을 뚝 떼서.(아직도 안 늦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


모든 문제를 들여다볼 때 제일 중요한 것은 '당사자성'이다. 당사자들이 하자는 대로 해줘야 한다. 당사자 편을 들어줘라. 당사자 생각을 이해해줘야 한다. 당사자들이 편하게.


유튜브에서 보지 못했던 그의 인생 스토리 전체를 들으면서 배운 점이 많았다. 저자들의 북토크는 앞으로도 계속 찾아다니면서 들을 생각이다. 지식과 지혜를 쌓다 보면 나도 언젠가는 유료 강연을 하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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